정치

[스페셜 리포트] X세대 정치인 뜬다…박용진·박주민·윤희숙·김종철

입력 2020/12/27 17:05
수정 2020/12/30 09:13
개성 강한 70년대생 X세대
여야에 현역의원 42명 포진

여당 97세대

박용진 대선 도전·박주민 보선 물망
'개인기' 발휘하며 존재감 크지만
86세대 위세에 비주류 머물러
독자적 목소리 과제로 남아

야당 97세대

'임차인 연설' 윤희숙·'스피커' 김웅
당리더십 공백속 이슈·여론전 주도
"잠자던 제1야당 야성 깨웠다" 평가
응집력 발휘 변화 이끌지 주목
◆ X세대 정치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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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생을 일컫는 표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X세대. 알 수 없는 변수 X처럼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개성이 강한 세대다. 그도 그럴 것이 X세대는 우리 사회의 격변을 그대로 체감하며 10대와 20대 시절을 보냈다. 대입 학력고사가 수능시험으로 바뀌고, 반공을 귀가 따갑도록 들으며 자랐지만 대학생 땐 동유럽권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한국이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된 것을 목격했지만 곧바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속에 극심한 취업난을 겪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에 열광했고, 무선호출기(삐삐)와 시티폰, 2G폰, 스마트폰을 차례로 손에 쥔 세대다.


또 다른 표현은 '낀 세대'. 주류가 된 86세대(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와 미래 세대로 통하는 2030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끼어서 주목도가 떨어졌다. 1970년대생은 학력고사·수능 때 한 해 90만명이나 응시를 했고, 지금은 전체 유권자 중 19%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데 말이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보인다. 1970년대생이 이끄는 세대교체다. 민간 영역에서부터 나타났다.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 1970년대생이 곳곳에서 보인다. 몇몇 대기업 그룹에서는 새 임원 중 1970년대생 비율이 70~90%에 이른다는 보도도 나왔다. 40대 대기업 사장도 등장했다. 대기업 3세 경영 본격화와 함께 X세대가 주류로 떠오른 것이다.


X세대 다른 이름 '낀 세대'


정치권에선 97세대(1990년대 학번, 1970년대생)라는 표현이 더 자주 쓰인다. 국회엔 97세대 의원이 모두 42명 있다. 국회의원 300명 중 14%로 대부분이 초선이다. 앞서 20대 국회 땐 97세대 의원이 19명이었는데 21대 국회에서는 큰 폭으로 늘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23명이 있다. 민주당 전체 의원 가운데 13%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97세대 의원은 15명으로 민주당보다 숫자로는 적지만 비율은 15%로 앞선다.

그렇다면 이들 97세대 정치인들은 민간 영역에서처럼 세대교체라는 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저 숫자만 늘어난 것뿐일까.

여야 모두에서 97세대 정치인이 '개인기'로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하다. 민주당에선 대선 출마 포부를 밝힌 박용진 의원(1971년생)과 당대표에 도전했고 이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으로 꼽히는 박주민 의원(1973년생)이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임대차 3법' 연설로 단숨에 주목을 받은 윤희숙 의원(1970년생), 검사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야당의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는 김웅 의원(1970년생), 초선 모임을 주도하는 허은아 의원(1972년생) 등이 보인다. 정의당에는 강은미 원내대표(1970년생), 원외로서 새바람을 가져온 김종철 당대표(1970년생)가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가 나선다' 야당 97세대 꿈틀


그런데 97세대가 차지하는 위상, 즉 세대교체 흐름을 만들고 있는가 하는 질문 앞에서는 여당과 제1야당 모습이 좀 다르다.

지난 15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사과했다. 그 직후 국민의힘 1970년대생 초선 의원 모임인 '지금부터'가 지지 성명을 냈다. 14명이 참여한 이 성명에서 "전적으로 동의하고 공감한다. 반성과 성찰은 새로운 시작의 첫단추"라고 말했다. '단체 행동'인 셈이다.

그간 이 사과 문제를 놓고 반발이 있었다. 사과문 발표 직후에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산발적인 수준에 그쳤고 지금은 잠잠해졌다. 97세대 초선 의원들 지지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 중순 민주당의 잇단 입법 강행에 국민의힘으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당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철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여론전을 이끌었다. 지난달 말에는 초선 의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또 97세대 비례대표 의원 중심의 공부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도 주목받았다.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당내 대선 잠룡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여기서 강연을 했다. 당 안팎의 생각들을 유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연말 몇 가지 일들을 계기로 97세대 의원이 당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면서 "지도부와 중진이 주저할 때 초선들이 달려든 건데, 당의 중심이 초선으로 넘어온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런 모습의 배경으로 지난 4월 총선 결과가 꼽힌다.

당 차원에서는 참패였지만 옛 인물들이 대거 물갈이되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3선 이상 의원이 24명에 그친다. 당의 리더십 혹은 주도 세력에 공백이 생겼고 97세대에겐 활동의 공간이 열렸다. '줄 세우기'를 할 유력자가 사라졌다고도 볼 수 있다. 새 시대의 맏이가 된 셈이다.

최근 만난 김웅 의원은 "당은 곧 사람이다. 당을 떠올렸을 때 연관이 되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또 새로운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 당내 대표 스피커가 됐을 때 (유권자의)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최다선(5선)인 정진석 의원은 "당이 조금씩 꿈틀거리는 것 같다"면서 "초선 의원들이 제1야당의 잠자던 야성을 깨워줬다"고 평가했다. 즉 국민의힘은 세대교체를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선배 세대 위세 여전한 여당


여당인 민주당은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해 말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서는 86세대 용퇴론이 터져나왔다. 30대 시절부터 청와대·국회에 자리를 잡고 20년 가까이 활동했으니 이제는 후배를 위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득권화돼 젊은 세대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곁들여졌다. 하지만 막상 총선이 다가오자 용퇴론은 사그라들었고 86세대 다수가 다시 당선됐다.

또 몇몇 97세대 의원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개인 차원일 뿐이다. 97세대 의원 23명이 선배 세대와는 다른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97세대가) 진영을 짤 힘은 없고 개별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습에는 주도 세력 공백 상태인 국민의힘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86세대가 여전히 주류로, 이제 50대 중·후반에 불과해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86세대가 스스로 '올드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영원한 현역인 양 한다"면서 "그러니 97세대가 말하는 게 통하지 않고 그냥 소수가 외치는 목소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97세대는 젊다는 게 이슈가 안 된다. 당내 1980·1990년생에 비해 젊지도 않다"면서 "97세대가 모일 이유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대 국회 땐 박용진 의원, 박주민 의원, 김해영 전 의원 등 97세대 의원들이 개성과 족적을 남겼지만 세력이나 흐름을 만들지는 못했다. 당시 1970년대생 의원들이 생각을 나누는 모임을 만들기는 했지만 얼마 못 가서 흐지부지됐다는 후문이다.


새 시대 맏이일까 구시대 막내될까


상황이 각각 다르지만 여야 모두 과제를 안고 있다. 세대교체의 첫발을 내디딘 국민의힘 97세대엔 결집력·응집력이 힘인 정치에서 확실한 대안 세력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과제가 있다. 국민의힘 97세대 의원은 "각자 개성이 매우 강하다. 누가 뭐라고 하면 거부감을 보인다"면서 "의원들 간 정책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세대를 하나의 힘으로 엮어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아직은 미지수다.

민주당엔 좀 더 초보적인 과제가 있다. 낀 세대에 머물지 않고 차별화를 만들 수 있느냐, 선배 세대 위세 속에서 활동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역시 미지수다.

세대교체를 이뤄 주류로 올라서는 새 시대의 맏이가 될지, 낀 세대로 머물다 지나가는 구시대의 막내로 기억될지, 여야 97세대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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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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