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오세훈 '박원순 지우기'…800억 광화문광장사업 일단 중단

입력 2021/04/08 17:42
수정 2021/04/09 07:49
서울시정 변화 예고…성추행 피해자 업무 복귀도 추진

혈세 800억 들인 광화문광장
서쪽 도로공사 재검토할듯
도심텃밭 사업도 손질 예고

10년 만에 돌아온 보수시장
서울시의회와 충돌 불가피
◆ 서울·부산시장 취임 첫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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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오른쪽)이 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의 갈등 해결을 촉구하며 엎드려 큰절을 하는 상인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2021.4.8. [이충우 기자]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10년 만에 서울시 사령탑으로 돌아오면서 시정 운영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무리한 추진으로 비판을 받아 왔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비롯해 미니 태양광, 시민 참여, 도시 농업 사업 등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들도 줄줄이 수정되거나 폐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오 시장이 공언했던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업무 복귀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서정협 전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공사를 강행한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재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사회의 사업 반대 목소리가 거셀뿐더러 공사 이전의 광화문광장을 만든 장본인인 오 시장도 강도 높게 비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총 791억원을 들여 광장 동쪽(주한 미군대사관 앞) 도로를 넓히고 서쪽 차로는 보행로로 조성한 뒤 공원을 만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달 6일부터 서쪽 차로가 폐쇄되고, 동쪽 차로의 양방향 통행이 시작됐다. 시는 5월부터 서쪽 도로를 편입해 광장을 넓히는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재구조화 사업을 분명히 반대해 오던 오 시장이 서울시의 새로운 사령탑이 되면서 다음달로 예정된 공사는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페이스북 글을 통해 "가뜩이나 살기 어려워진 마당에 도대체 누굴 위한 공사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다만 공사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리기보다는 '일부 수정'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자체가 잘못된 행정이라는 오 시장의 입장은 확고하지만, 한편으로 시정 운영 경험이 있는 행정가로서 '행정의 연속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관훈토론회에서 오 시장은 "잘못이라도 시작됐으면 존중한다는 자제력과 행정에 대한 존중의 마음으로 갈등 중"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공사 일정은 일단 중단한 뒤, 재구조화 사업 관련 대시민 여론 수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공사가 완료됐기 때문에 공사 전 상황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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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정책 공약 답변서를 통해 폐기를 공언한 태양광 미니 발전소 사업, 시민숙의예산제, 서울민주주의위원회 등 박 전 시장의 역점 사업도 향후 정리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오 시장이 지난 7일 당선 소감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업무 복귀를 공언한 만큼 이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성추행 사건 피해자는 전날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를 통해 "당선 연설 때 그동안의 힘든 시간이 떠올라 가족들과 함께 울었다"며 "잊지 않고 말해주시고, 잘 살펴주신다니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가 새로 벌일 '오세훈표 사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 분야를 제외하면 가장 먼저 추진될 정책으로는 '1인 가구'가 꼽힌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주거 불안정, 방범·치안 등 안전 문제, 정서적 고립 등 1인 가구가 겪는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인 가구 안심 특별대책본부'(가칭)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1호'로 내놓았다. 1인 가구 급증에 따라 시의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1인 가구의 성별·연령별 수요에 따라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1호 공약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곧 조직을 신설하고 신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 시장은 지난달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에서도 "1인 가구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오 시장이 1인 가구에 대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려면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점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신규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기 위해서는 '추경 예산' 편성과 시의회 의결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10석 가운데 101석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오 시장의 적극적인 설득이 없다면 추경 심사 과정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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