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런던서 만난 정의용·모테기, 내달 한일정상회담 조율

김규식 기자, 한예경 기자, 안정훈 기자
입력 2021/05/05 17:43
수정 2021/05/05 20:46
1년3개월 만에 韓美日 회동

韓日 고위급대화 물꼬텄지만
강제징용·위안부·오염수
'3대 난제' 기존입장 재확인

다음달 영국 G7회의 기간 중
한일정상회담 성사여부 주목

韓美日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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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맨 오른쪽)이 5일 오전 8시(현지시간) 런던 시내 호텔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맨 왼쪽)과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의를 했다. [사진 = 연합뉴스]

15개월 만에 만난 한국과 일본 외교장관회담은 큰 기대를 모았지만 평행선으로 끝났다. 회담 자체가 예고 없이 영국 런던 G7 회의 현장에서 즉석으로 진행된 데다 통역을 포함한 20분에 불과했기 때문에 양국의 산적한 난제를 논의하기에는 턱없기 부족했다. 다만 전화 통화도 하지 않던 양국 장관이 한일 관계를 건전한 방향으로 되돌리기 위해 의사소통을 지속하기로 한 부분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 오전 런던에서 만난 한·미·일 3개국 외교수장들은 약 50분간 이어진 자리에서 최근 마무리된 미국의 대북 정책을 바탕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방안을 중점 논의했다. 회의 직후 미국이 빠진 상태에서 한국과 일본 외교장관은 다른 장소로 자리를 이동해 20분간 양자회동을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의 회담 직후 외교부는 두 장관이 "한일이 동북아시아 및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한일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자료를 통해 양측이 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대응을 비롯해 지역 안정에 있어 한일, 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했고 양국의 현안·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정 장관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주변국과 충분한 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깊은 우려와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반면 모테기 외무상은 정 장관에게 위안부 소송 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으며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이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1년3개월 만에 마주 앉은 두 장관이지만 서로 간에 입장 차이만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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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위기는 회담 전 일본의 냉랭한 태도에서 이미 예견됐다는 게 다수 소식통의 견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은 줄곧 G7 회의를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희망해 왔으나 모테기 외무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답신을 주지 않았다"며 "이번 회담도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기 직전에 겨우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한국과의 합의·조율을 시도하기보다는 각종 사안에 대한 일본 측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번 회담에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우리 대표단은 양국 외교장관이 마주 앉았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정 장관은 회담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좋은 대화를 했다"며 "어젯밤에도 모테기 외무상과 오래 얘기했다"고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장관이 여러 사안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으며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됐고, 양국 간 의사소통을 본격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정 장관은 앞으로 다양한 현안에 관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모테기 외무상도 이에 완전히 공감하면서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다음달 11일 영국 콘월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참석함에 따라 양국 정상 간 회담과 관련된 사안도 거론됐을 것으로 점쳐진다.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 2월 취임한 정 장관과 3개월 넘게 전화 통화도 하지 않으며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1월 일본에 부임한 강창일 주일본 대사와의 면담도 아직이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 등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한국 측 고위 인사와 접촉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회담에 앞서 진행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주로 다뤄져 다른 논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한일 양측에 설명했으며, 세 장관은 향후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이어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외교부는 "3국 장관은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역내 평화·안보·번영을 증진시키기 위한 호혜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과 먼저 '비핵화의 최종 상태'를 정의한 뒤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와 보상을 주고받는 대원칙을 대북 전략으로 내세웠다. 지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기 '빅딜' 전략 사이에 위치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당국자는 이날 회의에서는 북핵 문제만 다뤄졌으며 중국 등 다른 이슈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쿼드 참여 등 대중 견제 사안과 관련해 난색을 표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서울 = 한예경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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