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재벌 저격수 박용진의 변신 "먹고사는 문제엔 좌우없어, 586정치 끝내자"

입력 2021/07/14 17:45
수정 2021/07/14 19:50
실용적 진보 표방한 97세대 대선주자 박용진 의원
◆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 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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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에 도전장을 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본경선 전략과 포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의원은 예비경선을 통과한 민주당 6명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97세대다. [한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일한 '97세대'(1970년대생·90년대 학번)인 박용진 의원(재선·51)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민주당의 정치 주류도 86세대에서 97세대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30세대의 변화하는 민심을 정확하게 읽고,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당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뒤 민주노동당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그는 '재벌 저격수'로 활동했지만 차기 대선에 출마하며 '실용적 진보'라는 진화한 해법을 들고나왔다. 규제 완화·감세 등 우파 경제정책을 능숙하게 다루는 일종의 '우클릭' 전략을 통해 유능한 진보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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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잠룡 중에서 정치 경력이 가장 짧은데.

▷국민은 한국 정치의 구태의연함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에는 왜 버락 오바마·에마뉘엘 마크롱 같은 대통령이 나오지 못하나 낙담하는 중이다. 97세대 후보가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특히 계파도, 돈도 없는 후보가 대선에 도전하고 컷오프까지 통과하는 과정을 보며 국민도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친기업·친시장 공약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는데.

▷지난 2~3년간 대선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가운데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의 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본인과 자기 기업의 성장이 아니라 혁신기업·스타트업을 키워내는 생태계를 바라보고 그 기준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기업가도 있구나' 하고 놀랄 정도였다. 덕분에 기업인들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 재벌 저격수로 유명했는데, 생각이 바뀐 계기는.

▷민주당은 10년 넘게 세금을 걷어 최대한 많은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감세공약을 내놨더니 정책의 효과는 제쳐두고 대뜸 우파 공약이라고 비판한다. 복지·평등성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런 담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와 국민이 먹고사는 일에 좌파·우파가 어디 있나. 시장 상황에 맞춰서 대응해야 한다.

―특히 감세 정책을 놓고 부자감세란 지적이 있는데.

▷현재 법인세 명목세율은 최대 25%인데 삼성·LG·SK 등은 각종 투자세액공제로 막대한 감면을 받고 있다.


반면 수많은 중견·중소기업은 투자액을 늘리기 어려워 명목세율에 가까운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런 상태에서 명목세율을 낮출 경우 혜택은 중견·중소기업 위주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 정부가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신성장산업 투자세액공제도 문제가 많다. 셀트리온·쿠팡·배달의민족 같은 기업들은 초기 단계에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다가 다 성장한 뒤에야 혜택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가 세액공제 대상을 정하는 방식의 한계가 드러난 셈인데, 차라리 명목세율을 낮춰 기업 전반에 감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토론회에서 '우파'라는 공격을 받았는데 지지세력이 이탈할 우려는 없나.

▷민주당에서 제일 좌파가 박용진인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좌파라고 좌파스럽게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실제로 당을 나가라는 소리도 많이 듣고 어렵게 쌓아온 정치력·협상력을 다 상실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계속하면 반발과 비판이 쏟아질 수 있겠지만 국가지도자는 듣기 좋은 얘기만 할 수 없다. 안되는 건 안된다고, 틀린 건 변화시키자고 말해야 한다.

―친기업 공약을 이행하려면 노조를 설득해야 할 텐데.

▷민주노총 때문에 감옥을 3번 갔다 온 나 같은 사람이 노동계를 설득해야 하지 않겠나. 출마 선언 뒤 첫 일정도 울산 현대차 노조 방문이었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사회적 합의를 계속 반대하거나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만 보여줬다.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 노동 환경 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발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예비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주택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는데.

▷기본주택 정책의 취지를 아예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시범단지를 만들어볼 수 있는 예산으로 홍보관만 지은 게 문제다. 기본주택을 정책적 측면에서 따져보면 무주택자 전체를 대상으로 삼는 것도 무리다. 금융자산을 10억~20억원 들고 있는 사람들까지 지원해줄 수는 없다. 정책 이름에 '기본'을 붙이려 억지로 그런 것 같다.


―한국의 쿼드 참여나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입장은.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덕분에 쿼드 참여가 꼭 필요하지는 않은 상황이 됐다. 한미연합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 남북이 비례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줄여 나갈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협의와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훈련을 해야 한다. 햇볕정책 1호는 강력한 군사안보다. 자기들의 존엄은 중요하다면서 우리 대통령을 욕하고 개성공단 사무소를 폭파하는 데 가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강력히 비판해야 한다.

단일화 관심없어…이재명과 양강구도로 경선 흥행시킬것


박용진 의원은 여당 일부에서 거론 중인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전혀 관심이 없다"며 완주 의지를 피력했다. 오히려 여당 경선이 흥행하려면 현재 지지율 1위인 이재명 후보와 97세대를 대표하는 자신이 1대1 구도로 맞붙어야 한다는 야심 찬 청사진도 내놨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박 의원에게 본경선 전략을 들어봤다.

―대선에 출마하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 중인데.

▷국회의원 박용진은 축구로 치면 수비수였다. 반칙하고 규칙을 어기면 잡아내 법과 질서에 따라 약자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게 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감독이다. 운동장을 어떻게 넓게 쓰고 선수를 잘 배합할지 고민해야 한다. 선수로 쳐도 손흥민은 왼쪽 공격수로 나와서 중앙 돌파도 하고 오른쪽 돌파도 하지 않나. 여의도의 손흥민이 되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이 준비돼 있는지.

▷국민은 한쪽에만 치중되는 후보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책임질 수 있고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을 찾는다. 다른 후보들과 정책 비교를 통해 역량이 딱 드러나게 하겠다. 한국의 성장 전략을 잘 보여주고 민주당의 승리를 가져올 준비가 돼 있는 사람임을 보여주겠다.

―여권 후보들 간 단일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힘을 합칠 만한 후보가 있나.

▷박용진과 이재명의 양강 구도가 민주당 경선 흥행을 살릴 유일한 카드다. 단일화 이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반드시 결선에 진출하겠다. 처음부터 1위로 올라서기는 어렵겠지만, 결선에 진출한다면 본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역전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청년세대가 화두인데, 맞춤형 공약이 있나.

▷모든 공약이 청년 공약이다. 스마트시티를 통한 주택 정책, 직무급제 도입, 정년 연장 반대를 포함해 모병제까지 전부 청년세대를 위한 것이다. 3000만원, 1억원씩 준다면서 청년 공약이라고 몇 개 내세우는 게 오히려 맞지 않는다. 본경선을 준비하면서 2030세대, 미래 정책을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야권에서는 현 정부 고위직 출신의 지지율이 높은데.

▷권력기관 수장들이 인기를 끌었다고 대선에 직접 나서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했어야 하는 사람들인데, 이를 훼손하며 출마한다고 한다. 앞으로 부임하는 검찰총장과 감사원장들이 정치에 나설 길을 다 열어놓은 셈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임기 6개월을 남겨놓고 새로운 대법관을 지명할 권리가 있었는데도 민주당까지 나서서 반대하자 포기했을 정도다. 절제의 미가 잘 나타난 사례인데 한국에서는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

▶▶He is…

△1971년 전북 장수 출생 △성균관대 사회학과, 총학생회장 △2004년 민주노동당 대변인 △2010년 진보신당 부대표 △2012년 민주통합당 대변인 △20·21대 국회의원(서울 강북을)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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