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법가(法家) 윤석열 앞에 놓인 두 가지 길 [핫이슈]

입력 2021/07/15 09:52
수정 2021/07/15 09:54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여권에서 여론조사 1위,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시자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가상 양자 대결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기대했던 모습을 연출하지 못한 탓이다. 장모가 구속되고 아내의 논문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윤 전 총장 자신에게 있다. 그는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강조하고 있다. 원칙에 엄정한 법가(法家)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살아있는 권력도 법을 어기면 처벌해야 한다는 철저한 법치주의에 근거한다.

중국 역사에서 법가를 주창한 대표적인 인물은 정나라 자산과 진(秦)나라 상앙, 한비자와 이사다.


자산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약소국인 정나라의 체면을 세우면서도 백성들이 평안하고 배부르게 살 수 있도록 해 줬다. 20년 넘게 집권하면서 귀족들의 특권을 없애는 동시에 백성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줬다. 평화롭게 생업에 임할 수 있도록 정치를 펼쳤다. 철저하게 법에 근거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공정함을 잃지 않았다. 그가 죽었을 때 백성들은 부모를 잃은 심정으로 땅을 치며 통곡했다.

한비자는 정치의 뜻을 펼치기도 전에 이사의 모함을 받아 비명횡사했다. 상앙과 이사가 시대를 달리해 진나라 정치를 맡았다. 상앙은 군주 효공의 전폭적인 신임과 지원을 바탕으로 귀족의 특권을 빼앗았다. 불공정한 관행을 법으로 바로 잡았다. 법치에 입각한 그의 대개혁은 진나라를 일류 국가로 만들었고 훗날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는데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그의 법에는 인정이 없었다. 너무 철저하게 법을 집행하면서 백성들은 숨이 막혔다. 효공이 죽자 상앙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졌고 결국 그는 반역죄로 몰려 사지가 찢어지는 처형을 받았다.


이사는 상항이 세운 법치의 기둥에 대들보를 얹고 지붕을 덮은 사람이다. 진시황을 도와 천하를 통일했다. 그는 모략에 뛰어났고 정치도 잘 했다. 그의 개혁으로 진나라는 강하고 부유한 나라로 발돋움했다. 진시황의 리더십과 결합하며 천하는 빠른 속도로 진나라로 병합됐다. 천하를 통일하며 진나라는 법치의 꽃을 피웠다. 이사의 한계는 '내로남불'에 있었다. 남들에게는 악랄하게 법치를 시행하면서 스스로 엄격하지 못했다. 그는 사욕을 채우는데 권력을 썼다. 진시황이 죽고 그는 환관 조고의 음모에 빠져 허리가 잘리는 형을 받고 비참하게 삶을 마감했다. 법치 뒤에 숨어 계속 사욕을 채우려다 몰락을 자초했다.

정자산과 상앙·이사의 차이는 무엇인가. "법이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느냐",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스스로 공정하고 올바르냐" 하는 것이 이들의 운명을 갈랐다. 자산의 법은 엄격했지만 인자했다. 자산은 죽을 때까지 깨끗하고 공정했다. 상앙과 이사의 법은 권력의 수단이었고 사람을 부리는 도구였다.

윤석열 전 총장의 법치는 무엇인가. 정자산의 법인가, 상앙과 이사의 법인가. 대권으로 가는 길에 그가 한 번쯤은 생각해볼 문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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