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실이면 '치명타' 아니면 말고땐 '역풍'…양날의 칼 네거티브

입력 2021/07/18 16:18
수정 2021/07/18 21:32
대선레이스 막 오르자
경쟁자 '아킬레스건 찾기'
열 올리는 대선판
◆ SPECIAL REPORT : 대선 네거티브의 세계 ◆

69076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조각상 `상처입은 아킬레스(The Wounded Achilles)`의 일부. 신화 속 불사의 존재 아킬레스가 치명적 약점인 발목을 공격당해 죽은 것처럼, 경쟁 후보의 약점을 잡아 공격하는 네거티브도 선거 판도를 바꾸는 역할을 하곤 한다. [EPA = 연합뉴스]

대선의 시절이 왔다. 여야에서 많은 후보가 대통령의 꿈을 꾸며 등판하고 있다. 어림잡아도 20명이 넘다 보니 '난립'이란 말이 어울릴 지경이다. 그리고 후보마다 지지해달라고 소리 높여 호소한다.

호소의 방법은 두 갈래다. 첫째는 후보가 그리는 미래를 제시하는 거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정책을 펼친다,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이런 모습이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그 일을 감당할 자질을 갖고 있는 자신을 찍어달라고 호소한다. 또 하나는 유력 경쟁자의 과거를 꺼내 세상에 드러내는 거다. 경쟁 후보의 과거 행적, 그가 어울리는 사람들의 옛 행태, 때론 가족사까지 들춰내 폭로하거나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이 지경인데도 그 후보를 찍겠느냐고 묻는다. 이른바 '네거티브(negative)'다.


과거와 파괴를 말한다. 기자는 얼마 전까지 검증 업무를 했던 여야 정치권 관계자들을 만나 네거티브의 세계에 관한 깊은 얘기를 들었다.

690767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음습' 비판에도 대선 때마다 등장

대선 경쟁이 비정한 건 거의 모든 대선 때마다 네거티브가 등장했고, 강도가 갈수록 세진다는 거다. 2002년 대선 판을 뒤흔든 '병풍 사건' 등이 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지금, 여배우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거나 난데없는 예명이 입길에 오르는 건 앞으로 벌어질 치열한 네거티브를 예고하는 듯하다. 음습함을 떠올리게 되는 네거티브가 대선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는 시각이 정치권엔 있다. 검증은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과연 갖추고 있는지 따져보는 거다. 추진력과 소통 능력을 갖췄나, 정책 이해도는 있는가, 인맥과 측근은 누구인가 등을 보고 여기에 더해 도덕성과 가치관에도 잣대를 들이댄다.

총리나 장관 같은 지명직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자질을 검증받는다. 공식적이고 법적인 장치다. 그런데 막상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위한 공식적·법적 검증 장치는 없다. 대선 때마다 이뤄지는 TV토론이나 당에서 여는 정책토론이 있기는 해도 그것으론 한계가 있다.

그 대신 언론과 경쟁후보·정당이 치열한 검증을 하는데, 네거티브는 여러 자질 중에서도 과거를 들춰내서 후보의 도덕성과 가치관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후보의 사생활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검증 업무를 맡았던 야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증은 자당 후보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포지티브 검증과 경쟁 후보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검증으로 나뉜다. 포지티브는 미담 등을 찾아내 알리는 것, 네거티브는 삶에서 불법이나 도덕적 흠결이 없었는지 조명한다. 단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하면 안 된다."

포지티브 검증은 대개 큰 반향을 불러오지 못한다. 이기고 지는 승부인 대선에서 미담은 그저 해당 후보 쪽에서만 회자될 뿐이다. 반면 네거티브 검증은 후보 간 공방으로 연결되고 표심에 파급력을 갖고 있다. 언론 역시 네거티브 검증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 후보가 아름다운 행동을 했느냐보다는 그 후보가 문제가 없냐가 더 관심사가 되곤 한다. 그게 현실이다.

네거티브팀 2~3개 가동하기도

검증을 하는 주체는 우선 언론이 있다.


총리·장관 후보도 그렇지만 특히 여론의 집중도가 높은 대선 후보에 대해 언론은 취재를 통해 검증하고 보도한다. 포지티브와 네거티브가 모두 다뤄진다. 검증의 또 다른 주체는 정치권, 구체적으로는 대선 후보와 그가 속한 정당이다. 경쟁 후보를 조사하고 문제를 찾아내 회견이나 언론 제보를 거쳐 세상에 알린다. 경쟁 후보를 무너뜨리는 게 목적이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당 차원의 네거티브팀이 꾸려지는 게 보통이다. 네거티브팀은 인사청문회 경험이 많은 의원보좌관 출신들이 주요 구성원이고 법률 자문을 할 변호사도 합류한다. 통상 6~7명 정도로 꾸려지는데, 대선캠프와는 다른 별도의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활동한다. 따라서 정당의 핵심 인물 몇몇을 빼곤 잘 모른다. 이름만 들어서는 하는 일을 짐작하기 어려운 팀명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무실이 위치한 곳의 지명을 붙이거나, 정세분석팀, 전략기획팀으로 부르기도 한다. 네거티브팀은 복수로 가동돼 후보, 가족, 친인척 등으로 당담 업무를 나누기도 한다.

경쟁 후보 측의 네거티브에 대응해 자당 후보를 방어하는 것도 네거티브팀의 업무다. 대응팀 자체를 따로 꾸릴 수도 있지만 비효율적이다. 경쟁 후보를 네거티브 검증하려면 자당 후보가 그럴 만한 위치에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예컨대 경쟁 후보의 과거 친일 행적을 문제 삼는 네거티브를 하는데 만약 자당 후보 역시 친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면 문제가 생긴다. 이때는 네거티브의 강도를 조절하거나 아예 네거티브 대상에서 뺀다. 따라서 경쟁 후보를 겨냥하는 네거티브와 자당 후보를 방어하는 대응을 분리하기 어렵다.

대선 본선 전 경선 과정에서 경선 후보 차원의 네거티브팀을 꾸리거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대응팀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직 당이 나서기 어려우니 후보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거다. 최근 'X파일' 논란이 불거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네거티브 대응팀을 만든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이런 맥락이다.

'휘발성' 큰 친일·친북 행적 이슈

네거티브는 어떻게 시작할까. 대상과 분야를 추리는 게 출발점이다. 대상은 경쟁 후보 본인과 배우자·직계가족·형제·친인척이다. 배우자와 가족이 누구인지는 보통 공개된다. 그러나 형제·친인척(통상 4촌 이내)은 파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때는 족보 같은 자료를 활용하거나, 후보가 등장하는 기사를 검색해 찾는다.

분야는 우선 재산 보유다. 특히 부동산은 단골이다. 다운계약·위장전입은 없었는지, 과도한 부동산 소유는 아닌지는 기본이고 농지 소유나 용도 변경의 적법성을 따지며 재산 형성 과정을 본다. 주식 같은 비부동산 재산도 있는데, 비상장 주식 등이 집중 관심을 받곤 한다. 이런 재산 보유와 관련해서 탈세는 없는지, 공직자였다면 이해충돌은 없는지 검증한다.

또 다른 분야는 후보나 가족의 과거 행적이다.


전과가 있다면 그 내용이 검증에 오르고, 과거 친일이나 친북으로 여겨질 행적의 유무도 이슈가 될 수 있다. 병역 역시 빠지지 않고, 학자 출신이라면 논문 검증도 이뤄진다. 또 후보의 과거 발언(막말·폭언 등), 정치권 입문 이전 사생활도 있다.

'카더라' 제보는 팩트체크 필수

전제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개된 정보들이 주로 활용된다. 후보가 공직자 출신이면 재산신고내역이 있고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다면 법에 따라 제출한 재산, 병역, 납세, 전과, 학력 등 내역이 남아 있다. 또 토지대장,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 공공기관이 발급하는 서류들도 있다.

이때는 자료의 행간을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후보의 가족과 형제·친인척은 공개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게 보통이다. 이럴 땐 '현장'을 찾아가곤 한다는 게 검증 경험자의 설명이다. 후보 가족의 고향을 찾아가 탐문하고, 선산을 찾기도 하며, 배우자나 형제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다. 단서가 나올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자료 원천은 제보다. 후보와 그 가족과 관련된 일들의 증거·증언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제보에는 이른바 '카더라'에 기반한 내용도 섞여 있는 만큼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쳐 통과한 것만 선택한다는 게 검증 경험자의 설명이다. 역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거티브는 후보나 가족의 개인 신상뿐만 아니라 후보의 정책과 평소 인식을 겨냥해서도 작동한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있었던 것이나 '미군 점령군' 발언 논란이 벌어진 것이 예다.

유동층 표심 흔들어 경쟁자 타격

네거티브는 유동층 유권자 혹은 스윙보터(부동층)가 경쟁 후보를 기피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고정 지지층은 지지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가 쏟아져도 웬만하면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유동층은 이탈할 수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의 내용이 지나치게 복잡해 이해 자체가 어려우면 효과가 반감된다. 또 네거티브를 하는 쪽이나 대응하는 쪽 모두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의혹 제기와 반박만 반복할 경우 내용 자체가 묻힌다. 효과가 반감된다.

경쟁 후보가 하는 네거티브 공세는 '팩트' 여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 '팩트'가 틀렸을 경우 단호히 부인해야 한다. 공세가 지속되는데도 무대응한다면 마치 사실처럼 굳어질 위험이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부인하는 증거·증언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고소·고발이란 법적 조치까지 병행해 단호함을 강조할 수 있다.

사실이라면 어떻게 할까.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 다만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음을,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정당화' 전략이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과거 욕설 논란에 대해 시인과 사과를 하는 동시에 당시 상황을 감안해달라고 호소한 건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물타기' 전략도 있다. 공세를 편 경쟁 후보 역시 유사한 문제가 있음을 밝혀내 부각시키는 거다.

"대통령 친인척은 靑관리대상…대선 때부터 신상등록 해야"


20년 경력 검증전문가 인터뷰

"집권 뒤 친인척 리스크
사전에 막는 최소한 장치"

20년을 훌쩍 넘는 국회의원 보좌진 생활을 마감하고 이제는 '야인'이 된 A씨는 네거티브 검증의 '선수'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굵직한 사안을 이슈화했고, 과거 정부의 청와대에선 인사검증 업무를 맡기도 했다. 대선 때마다 캠프 참여를 요청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 A씨를 만났을 때 강조한 말이 있다. "네거티브와 마타도어는 전혀 다릅니다." 설명은 이렇다. 팩트(객관적 사실 혹은 증거)를 갖춘 것만이 네거티브 검증이고, 팩트가 강할수록 검증 품질이 높아진다. 또 팩트는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확인하고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마타도어는 팩트의 뒷받침이 없는 일방적 비난으로, 유언비어에 가까울 뿐이란 거다.

네거티브라고 하면 음습한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하자 나름의 역할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을 잘못 선택하면 국정이 엉망이 된다. 남미의 많은 국가에서 사례를 볼 수 있다"면서 "국정을 엉망으로 만들 리스크(위험)가 없는 사람을 걸러내는 작업이 네거티브 검증"이라고 말했다.

대선 때마다 후보들 사생활이 세세히 공개되고 네거티브의 대상이 된다. A씨는 "대선에 나서는 후보라면 감내해야 한다"면서 "집권한 뒤에 문제가 발생하면 일이 더 커진다"고 했다. 대선 후보의 가족·친인척까지 검증 대상이 되는 게 어찌 보면 가혹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런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청와대에 들어가게 되면 어차피 가족과 친인척 등이 관리 대상이 된다"면서 "대통령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총리·장관은 공식 절차인 인사청문회가 있지만 대통령에 관해선 이런 검증 장치가 없다면서 차라리 대선 후보 가족·친인척이 누구인지 공식적으로 신고·등록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 내년 대선과 관련해서 어떤 역할도 맡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몇몇 후보 캠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내년 대선은 네거티브 대선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후보도 어느 때보다 많고 절대강자가 없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고 복잡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칫 네거티브 검을 넘어서는 마타도어가 판을 치면서 국민의 염증을 유발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690767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