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오류 가능성' 지지율 조사로 대선후보 뽑겠다는 與野 [스페셜 리포트]

입력 2021/09/12 16:51
수정 2021/09/12 21:14
◆ SPECIAL REPORT : 대선경선 방식 문제없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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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는 선거 때마다 요긴한 자료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 수 있고, 후보 입장에서는 유권자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헤아릴 수 있다. 일종의 참고 자료인데, 선거 때면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가 숱하게 발표된다.

그런데 이 참고 자료가 언제부터인가 정치에 깊숙이 발을 담갔다. 후보 '결정자'가 된 거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들은 대선 등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적극 이용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내년 대선 예비경선(컷오프)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50%(나머지 50%는 당원 여론조사) 반영해 본경선 후보 6명을 정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더 많이 이용한다.


경선 1차 컷오프에서 국민 여론조사를 80%, 2차 컷오프에서는 70%를 반영해 후보를 4명으로 줄인 뒤 최종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50%(나머지 50%는 당원투표) 반영한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이렇게 후보 결정에 이용해도 문제가 없는 걸까.

널뛰는 대선 지지율 결과


휴대폰 화면에 낯선 번호가 뜬다. 전화 주인의 상당수는 모르는 번호라서 안 받는다. 만약 받더라도 "내년 대선과 관련해서 국민 여론조사…"라는 소리가 흘러나오면 십중팔구는 끊는다. 여론조사에 응하더라도 질문이 길어지고 통화가 늘어지면 중간에 끊는다. 인내심을 발휘해 끝까지 대답하는 사람의 응답이 집계돼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 바쁘거나 귀찮아서 응하지 않은 사람은 빠진다. 그렇다 보니 통상 응답률(전화를 받은 사람 가운데 끊지 않고 질문에 끝까지 대답한 비율)이 10%를 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여론조사는 3~4%에 그친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는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가 중구난방이다. 널뛰기를 한다. 조사 기간이 비슷한데도 여론조사에 따라 1·2위 순위가 뒤바뀌는 경우가 잦고, 같은 후보인데도 A여론조사와 B여론조사에서 파악된 지지율이 1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여론조사가 맞는 거냐"는 말이나 혼란과 피로감을 주는 '소음'이라는 혹평도 나오는 지경이다.

여기는 29%, 저기는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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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가 널뛰기를 하고 응답률이 제각각인 건 '디테일'이 다른 탓이다. 모두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통하지만 엄격히 말해 같은 여론조사가 아니다. 무엇보다 질문하는 주체가 기계냐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RS(자동 재생되는 음성을 듣고 전화기 번호를 누름)와 전화면접(면접원이 질문하면 응답하고 이것이 기록됨) 방식이다.

이달 3~4일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 뉴데일리·시사경남) 조사는 ARS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5%,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6.4%였다.


그런데 8월 30일~9월 1일 전화면접으로 이뤄진 전국지표조사(NBS,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에서는 이재명 25%, 윤석열 19%였다. 불과 이틀 차이를 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였지만 1·2위가 달랐고 특히 윤 전 총장 지지율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ARS는 기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통상 응답률이 낮고 정치 고관심층이 표본에 많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고관심층은 보수 성향에서 상대적으로 많다. 이와 달리 전화면접은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정치 저관심층 혹은 중도층 응답이 많은 것으로 통한다. ARS인 PNR 조사는 응답률이 3.1%, 전화면접인 NBS는 27.7%로 차이가 난다. (각 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디테일' 다르면 결과도 다르다


변수는 더 있다. 무선만 대상으로 하더라도 통신사가 제공하는 가상번호를 사용하느냐, 컴퓨터가 무작위로 추출하는 번호로 임의전화걸기(RDD)를 하느냐가 있다. 대선후보 이름을 보기로 주는 객관식이냐, 질문만 있고 응답자가 직접 답을 하는 주관식이냐도 있으며, 조사가 평일에 이뤄지는지 주말을 끼고 이뤄지는지, 오전이냐 오후냐도 변수다. 또 질문도 제각각이다. 모두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라고 소개되지만 한국갤럽 등은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선호도)를 묻지만 KSOI 등은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적합도)를 묻는다. 따라서 여론조사 한 건이 완성되려면 업체마다 많은 변수들을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 따라 숫자로 나오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가중값이란 것도 있다. 여론조사는 표본조사다. 보통 전국 조사는 1000명 규모인데, 성별·연령·지역 세 가지 기준에 맞춰 유권자의 축소판을 만든다. 그리고 조사 목표 인원이 정해진다. 예컨대 인천·경기지역 314명, 50대 연령 195명 등이다. 세 가지 기준을 조합하면 서울·40대·남성 17명, 충청·50대·여성 10명 등이다. 그런데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층과 여성은 대개 목표 인원에 미달한다. 이때 등장하는 게 가중값이다. 만약 20대 175명을 조사해야 하는데 실제 146명에 그치면 가중값 1.199를 곱해 175명으로 보정한다. 또 여성 504명을 조사해야 하는데 422명에 그치면 1.194를 곱해 504명으로 보정한다. 목표 인원을 얼마나 채우는가, 가중값이 얼마인가는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달라진다. 통계적으로는 합리화되지만 특정 계층이 미세하게 과대 대표될 수 있는 거다.


역선택 방지 놓고도 다툼


이러니 변수들을 똑같이 선택한 여론조사라도 날짜가 며칠만 달라도 결과가 달라지거나 같은 시기에 하더라도 어떤 방식 여론조사인가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건 오히려 당연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들이 후보 결정에 여론조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토록 변수가 많고 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늘 다툼이 벌어진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 질문 문구를 놓고 대립이 심했다. 당시 오세훈 후보는 적합도 질문(단일 후보로 누가 적합한가)을, 안철수 후보는 경쟁력 질문(여당 후보를 상대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가)을 주장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발생한 역선택 갈등도 이런 맥락이다. 당 선거관리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는 해프닝까지 있었는데, 여론조사를 할 때 국민의힘이 아닌 다른 정당 지지자까지 포함할지,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없는 국민만 대상으로 할지를 놓고서다. 역선택 방지 여부에 따라 후보 간에 유불리가 생긴다는 '계산' 때문이다.

참고자료가 결정 도구로 둔갑


후보 '결정자'로서 여론조사가 지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오차'다. 표본이란 축소판을 가지고 하는 조사이다 보니 실제와는 다를 수 있고 그래서 표본오차가 있다. 즉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의 오차 범위를 갖는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A후보가 40%, B후보가 35%라면 흔히 A후보가 앞섰다고 말한다. 하지만 통계적으로는 아니다. 6.2%포인트 이상 벌어지지 않는다면 통계적으로 앞섰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당들은 오차가 있는 여론조사 결과로 후보를 정해왔다. 지난 4월 야권 단일 서울시장 후보를 결정할 당시에도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안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업체 A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0.1%포인트라도 앞서면 승리라는 건데, 통계상으로 보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정당 관계자들은 민심과 당심이 다를 수 있고, 국민 다수의 의사인 민심을 더욱 많이 반영하려고 여론조사를 활용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A관계자는 "후보 결정에서 여론조사를 본격 활용한 건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부터인데, 이후 20년 가까이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라며 "정당들이 반성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당이 선거 후보를 배출하고 국민의 투표를 통해 선택을 받는 게 정당정치의 기본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 내부와 당 밖 인사 간의 후보 단일화가 아닌 한 정당 안에서 이뤄지는 경선조차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건 심각히 생각해 볼 문제다. 정당과 정치의 미성숙함이 여론조사를 전가의 보도로 만든 것 아니냐는 거다.

전 세계에서 여론조사에 의존해 정당 후보 공천을 하거나 정당 간 후보 단일화를 결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정당정치 미성숙 방증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여론조사 대신 민심을 반영해 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한때 정치권 일각에서는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국민 누구나 참여해 투표로 정당 후보를 결정함)를 응용하는 문제가 논의됐다. 당원이냐 일반 국민이냐 그 당을 지지하느냐 등을 따지지 않고 정해진 한 날에 후보를 뽑자는 거다. 특히 총선에 적용하는 것을 놓고 진지한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역선택, 정치 신인의 불리함 등을 이유로 흐지부지됐다.

또 선거인단 투표라는 방법도 있다. 현재 민주당이 대선 최종 경선에서만 활동하는 것인데, 당원과 일반 국민 구별 없이 참여해 일정 기간에 직접 투표한다. 선거인단 제도에 대해서는 동원력·조직력이 강한 후보가 유리하다는 점이 지적돼 왔고, 후보 난립 상황에서 곧바로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 B씨는 "조직력이 영향을 줄 수 있는 건데 선거인단 투표를 민주당이 한다는 것은 그 정도 부작용은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자신감과 당 내부 합의가 있다는 것 아니겠나"고 평가했다.

여론조사 자체를 '정교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가장 큰 문제인 오차를 줄이는 거다. 통상 전국 여론조사는 표본이 1000명가량이지만 이를 3000~4000명으로 늘리면 표본오차가 ±1%포인트 정도로 떨어진다. 하지만 조사 비용이 커진다. 통상 전화면접은 한 명당 1만5000원, ARS(자동응답)는 3000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원적'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원적은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 고향을 의미한다. 출신 지역에 따른 정치색이 여전히 뚜렷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객관적인 수치를 얻을 수 있는 게 성별·연령·지역뿐이라서 현재는 이것만 표본 추출에 반영된다. 다만 일부 여론조사업체는 자체적으로 원적 통계를 수집해 선거 결과 예측 조사를 할 때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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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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