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지막 유엔무대…종전선언 다시 꺼낸 文

입력 2021/09/22 17:11
수정 2021/09/23 05:58
바이든은 비핵화 강조 시각차
한미정상, 北미사일 언급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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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5년 연속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했으며, 임기 중 마지막인 올해는 한반도 종전 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이어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유엔총회에 이어 또다시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들며 사실상 마지막 대북구상을 밝힌 셈이지만 남북, 미·북 관계 경색 국면이 이어지는 데다 임기가 불과 7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이 북한과 관련국의 동참을 이끌어낼지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을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모색한다"며 대화를 통한 해법을 제시했지만 비핵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과 입장차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문 대통령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 참여도 재차 요구했다. 아울러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전으로 '지구 공동체'를 제시하며 "한국은 2024∼20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해 지속가능한 평화와 미래세대 번영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국제사회 지지를 요청했다.

한편 뉴욕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하와이 호놀룰루로 이동해 한국전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 등에 참석한 뒤 23일 귀국한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임성현 기자]

文, 4자 종전선언 제안했지만…美·北·中 이견에 실현 불투명


文, 마지막 대북구상 유엔연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안간힘
임기 7개월 앞두고 새 해법 없어

남북 유엔 가입 30주년 강조
"체제 다른 나라 서로 인정해"

지구공동체로 코로나·기후대응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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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7개월여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실상 마지막이 될 대북 구상은 새로운 제안이 아니라 '종전 선언'이었다.


남·북·미 3자나 남·북·미·중 4자로 참여 대상을 구체화했지만 이미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꺼내들었던 카드다. 최근 북한은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임기를 불과 7개월여 남긴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좌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미·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등 어느 쪽의 동조도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종전 선언 제안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 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출발점"이라며 "종전 선언을 통해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올해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을 강조하며 남북 공존의 '한반도 모델'을 내세운 것도 종전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 동시 가입으로 남북한은 체제와 이념이 다른 두 나라라는 점을 서로 인정했다"며 "결코 분단을 영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교류도, 화해도, 통일로 나아가는 길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남북, 미·북 대화 재개도 촉구하고 나섰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판문점 선언, 9·19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 합의, 미·북정상회담을 통한 싱가포르 선언 등을 역사적 성과로 언급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언제나 대화와 협력"이라며 "남북 간, 미·북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마지막 대북 구상을 새로운 제안보다는 북한의 응답을 촉구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은 현재 남북 간 극심한 경색 국면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7월 13개월 만에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되며 기대를 높였던 화해 분위기는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2주 만에 다시 끊긴 데다,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를 이유로 북한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한 '막말' 담화까지 쏟아내는 등 남북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서로 포용하며 협력하는 '지구 공동체 시대'가 탄생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국가 간 상생과 포용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선진국과 개도국이 협력과 공생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높아진 한국 위상을 반영해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공식화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2024~20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해 지속가능한 평화와 미래 세대 번영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0여 개국이 활동하는 비상임이사국은 임기 2년으로 매년 5개국씩 교체된다. 한국은 1996~1997년, 2013~2014년에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된 바 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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