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정의용 "오커스, 미국·호주가 한국에 미리 귀띔해줬다"

입력 2021/09/24 18:44
수정 2021/09/24 18:50
미·영·호 新안보동맹
프랑스 ‘뒤통수 반발' 불구
한국엔 이틀전 미리 알려줘

"인태지역 정세 불안요소 아냐
우방 美·호주 결정에 깊은 확신"
미국이 영국·호주와의 새로운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깜짝 발표하면서 프랑스 등 동맹국으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는 미리 언질을 줬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 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소재 싱크탱크인 미국 외교협회(CFR) 초청으로 국제문제 전문가 파리드 자카리아 CNN 앵커와 대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자카리아가 먼저 "최근 떠오르는 중국을 누르기 위해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호주와 공유하기로 한 '오커스'동맹은 충격적이었다"며 이에 대한 정 장관의 의견을 묻자 정 장관은 "우리도 놀라기는 했지만 호주와 미국이 미리 알려줬다"고 털어놨다.


정 장관은 "지난주 마리스 페인 장관과 서울에서 회담을 가졌는데 그날 밤 페인 장관이 서울을 떠나 워싱턴으로 가면서 전화로 오커스에 대한 발표가 나오기 전에 미리 그 사실을 알려줬다"며 "나는 호주와 미국의 의사 결정을 존중한다고 화답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호주는 지난 13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제5차 한·호주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를 위해 호주의 마리스 페인 외교장관과 피터 더튼 국방장관이 방한했고, 양국은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자관계를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사이버 안보와 핵심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군사 안보 협력을 확대했다. 회담이 길어지면서 합동기자회견이 저녁 6시경으로 늦춰지는 등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주 페인 외교장관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으로 가기 위한 비행기를 타기로 돼있었는데, 한국시간 자정께 정 장관에게 '매우 중요한 국가 안보 이슈'가 있다며 전화를 건 것이다.


정 장관은 페인 장관과 하루 종일 안보 관련 회의를 했는데 무슨 또 중요한 이슈가 있다는건가 하고 전화를 받았는데, 오커스 발표가 나오기 전 미리 언질을 줘서 깜짝 놀랐다고 술회했다. 이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외교부 차관을 통해 오커스에 대한 사실을 미리 알려줬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3자 화상회담을 열고 새로운 안보동맹 '오커스'를 공식 발표했다. 결국 미국과 호주가 우리나라에 발표가 나기 이틀 전에 미리 중요한 정보를 공유해준 셈이다.

당시 프랑스는 "미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며 강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오커스 발표로 지난 2016년 호주와 맺었던 디젤 잠수함 기술이전 계약을 허공에 날리게 됐기 때문. 그러나 사실 이런 경제적인 문제보다도 미국·영국·호주가 프랑스에는 이런 중대 발표 사실을 비밀로 했다는 점에서 더 큰 외교적 타격을 입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월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계기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개별 면담 시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언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에따라 필리프 에티엔 주미 프랑스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외교사상 유례가 없는 초강경 대응을 하기도 했다.

정장관은 이날 대담에서 자카리아로부터 "오커스가 다시 중국을 자극해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오커스가 불안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정장관은 "미국과 호주는 한국의 매우 깊은 우방국이며 이들의 의사결정에 깊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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