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찰은 OOO입니다'...역대 대통령, 경찰의날 연설문 봤더니... [대통령의 연설]

입력 2021/10/23 21:01
수정 2021/11/04 10:20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 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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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연설] 경찰의날인 지난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찰개혁' 과제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는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경찰은 정의로운 슈퍼맨이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며 "우리 사회는 지금 경찰개혁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아마도 현 정부 들어 추진된 검찰·사법·언론개혁의 연장선상 차원에서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 후보가 여권 내 친문 지지층,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층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분석이 많죠. 현 정권의 정체성과도 같은 권력기관 개혁을 자신의 방식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 마음을 돌리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혼란스러운 대한민국 역사에서 역대 지도자들에게 경찰은 핵심적인 통치수단이었습니다. 덕분에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기부터는 거의 매년 경찰의 날마다 대통령의 연설기록이 남아 있는데요. 자연히 권력의 움직임이나 정권의 핵심 가치가 드러나는 연설도 많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찰의날 연설을 통해 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반공기치 높인 박정희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찰의 날 연설에는 유독 북한의 간첩공작 대비를 강조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전쟁의 여파가 생생하고, 남파간첩들이 수시로 뉴스를 뒤엎던 시기였던 탓일 텐데요.

기록으로 남아 있는 최초의 경찰의날 연설인 1965년 연설에서는 "북괴간첩의 침투파괴공작이 한층 양성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행패도 눈에 띄게 악랄화되어가고 있다"며 "국토의 치안을 확보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여러분의 책임과 활동성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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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제23회경찰의날기념식참석접견서훈1(1968)

1968년 '경찰의날 유시'에서도 "북한 괴뢰는 침략적인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대량의 무장공비를 침투시킬 것을 획책하고 있다"며 "우리 경찰은 전투 경찰대의 전투 능력을 더욱 향상시키고, 향토 예비군의 훈련을 강화하여 무장공비가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온갖 힘을 다해야 하겠다"고 말합니다.


1970년에는 처음으로 경찰유공자 표창 내용이 연설에 포함되는데요. 이때도 대부분은 북한 간첩 관련 유공자들인 것이 인상적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리산 지구 등의 공비 토벌을 비롯하여 6·25 동란 때 철통같은 후방 치안을 확보하여 멸공 전선에서의 승리를 뒷받침하였거나 그 후의 끊임없는 북괴의 도발 속에서 산간벽지나 지하에 잠복한 공비와 간첩을 색출 소탕하는 향토 방위의 선두에서 성과를 거둔 분들이 오늘의 수상자 여러분들"이라 말했습니다.

10·26부터 美 문화원 점거 농성까지…역사적 순간들 언급된 전두환 연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취임과 퇴임이 모두 대한민국의 역사를 뒤흔드는 사건과 연관돼 있는데요. 짐작하시는 것처럼 경찰들 역할이 아주 중요했을 사건들이라 경찰의날 연설에도 관련 내용들이 등장합니다.

1980년 경찰의날 기념식 유시에서는 "10·26사태 이후 한때 나라의 기틀마저 흔들리는 사회적 혼란이 조성되자 우리 경찰은 확고한 신념과 책임감으로 질서 회복과 안정 확보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새시대의 개막을 위한 토대를 이룩하는 데 기여했다"며 경찰들을 치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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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대통령 충청남도온양경찰서시찰1(1981)

1985년에는 전 전 대통령에게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이 있었는데요. 그해 경찰의날 유시에서 전 전 대통령은 이를 "사회 일각에서 자유와 민주를 빙자하여 혼란과 폭력을 야기시키려는 책동을 보이고 있다"고 평합니다.


그는 이어서 "과거 사회질서가 흐트러지고 국민 간에 틈이 생겨 국가안보에 위기를 초래하고 국민 생활에 후퇴를 가져왔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며 "우리의 적이 우리 내부의 혼란과 분열만을 집요하게 노리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최근의 이러한 불법과 폭력선동을 ‘반국가'·‘반민주'로서 단호히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6월항쟁의 결과 직접선거를 통해 정권을 이양하게 된 일도 1986년 경찰의날 기념유시에 등장합니다. 그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평화적 정부 이양을 실현하여 이 땅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자 하는 국민적 여망 속에 우리 모두가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사회 일각에서 자율과 개방과 화합의 참뜻을 저버리고 분열과 혼란을 야기하려는 그릇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나선 노태우

요즘 세대에게는 '범죄와의 전쟁'이 영화 제목으로 더 익숙할지 모르겠는데요. 영화가 소재로 삼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은 자연히 경찰의날 연설에도 등장합니다.

노 전 대통령은 1990년 기념연설에서 "나는 지난 13일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우리는 결연한 의지로 반사회적 범죄와 폭력을 소탕하고 불법과 무질서를 추방할 것"이라며 "경찰은 이 국가적 과업을 이루는 최일선의 역군이며, 그 성패 또한 경찰관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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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대통령 경찰병원방문입원환자격려1(1991)

이듬해인 1991년 기념연설에서는 "지난 1년간 '범죄와의 전쟁'을 불철주야 치르면서 국민의 편안한 삶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의 참모습이 국민의 마음속에 투영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 과정 속에서 가정과 일신을 돌보지 않는 많은 경찰관들의 훌륭한 봉사를 눈으로 보았다"고 경찰의 노고를 치하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연설은 다음회차에서 소개합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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