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 "총리에 예산권"…기재부 힘빼기 예고

입력 2021/10/27 17:55
수정 2021/10/27 23:20
李싱크탱크, 정부조직개편 공약

기재부·검찰·감사원 등
비선출 권력 역할축소 추진

과기·산업부도 전면 개편
장관책임제·단수전문차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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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향후 집권에 성공할 경우 관료, 검찰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 집단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것을 예고했다. 특히 이 후보는 기획재정부를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불신을 드러낸 바 있어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면 재정당국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대대적 정부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계' 의원들의 싱크탱크인 '성장과 공정포럼'은 27일 이 후보의 국가관 및 국정운영 방향을 홍보·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발제문에 이 후보의 국가·국민·헌법에 대한 생각이 잘 정리돼 있어 후보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박성준 의원은 "이 후보가 국정운영을 어떻게 할지 준비했다"고 밝혔다. 초기 단계지만 '이재명 정부'의 밑그림을 엿볼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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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의 정책자문을 맡고 있는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이재명에게 국가란'이란 주제발표에서 "이 후보는 대의 민주국가를 신봉하고, 신(新)집정관 국가를 배격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민주주의 후퇴의 원인은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고 '임명된' 집정관 집단이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고 정책을 결정·집행하면서 선출된 대표들의 대의 영역을 축소시킨 것"이라며 "기재부는 보편적 재난지원금에, 감사원은 탈원전 정책에 각각 저항했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국가의 정당성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수호한다"며 "모든 임명직 집정관들을 엄격한 선출직 대표의 통제하에 두는 대의 민주 국가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자문 그룹 내 정치행정분과를 맡고 있는 박상철 경기대 교수도 '통합정부론' 주제 발표에서 기재부를 겨냥했다. 박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해 이명박·박근혜정부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제거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예로 그는 "국무총리로부터 예산권을 박탈해 기재부로 권한을 이양·통합시켜 책임총리가 불가능하게 했다"며 "예산과 재정을 한 손에 움켜쥐고 있는 경제부총리에 얹혀 있는 게 현 정부의 국무총리였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보수정권이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여러 부처를 통폐합했던 것을 김대중·노무현정부처럼 전문 분야별로 재분해한 뒤 장관 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대화된 부처로 거론했다.

이 후보도 이날 "경기도에서 시행했던 정책적 대안을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타파하겠다"며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부동산 백지신탁제까지 새로운 기준과 해법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보유세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기재부는 그간 짐작만 해오던 '기재부 해체' 발언이 이 후보 측에서 사실상 공식화되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한 기재부 관료는 "옛날처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오늘 발언 수위를 보면 그런 수준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예산 편성과 집행 기능 자체를 지자체·부처 중심으로 아예 분산시키면 말 그대로 기재부가 해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조직이 갈라지고 권한까지 약해지면 해외 파견이나 다른 요직으로 가는 길목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다른 부처보다 업무 강도가 높아도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는데 해체론을 듣다 보면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채종원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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