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日수출규제 WTO 제소한 정부…中 요소사태엔 "실익 적어" 신중

한예경 기자, 백상경 기자
입력 2021/11/17 17:14
수정 2021/11/18 09:39
中조치 이후 제소 검토했지만
산업부, 실효성 없다고 판단
FTA 위반 여부도 검토만 해

2019년 日엔 곧바로 WTO제소
당시도 실효성 지적 많았지만
정부 "국제사회 알려야" 강행

"차별대응, 외교력 떨어져" 우려
◆ 정부 요소수 대응 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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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품귀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17일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이날 ICD를 방문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거점 주유소를 통해 화물차 중심의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달 중국의 갑작스러운 요소 수출 규제로 국내에 요소수 대란이 빚어졌지만 정부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 소재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내놨을 때 WTO 제소 카드를 흔들며 맞대응했던 것과는 달리 신중한 모습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요소 수출제한 조치 이후 우리 정부는 중국의 WTO 제소와 함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등 국제 무역질서 위반 여부에 대해 검토를 마쳤으나, 주무부서인 산업부는 이 같은 법적 검토 이후 중국을 제소하지 않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11조에는 관세·조세·과징금 이외의 어떠한 수출 금지나 제한을 설정·유지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이 요소 등 비료 품목에 대해 수출 전 검사라는 항목을 포함시켜 수출 물량을 제한했기 때문에 GATT 11조 위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중국에 대해 유독 신중함을 보이면서 한중 무역분쟁에서 협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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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를 놓고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내렸을 때는 두 달 만에 일본을 WTO에 제소하는 등 기동성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당시에도 WTO 제소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WTO 제소를 통해 일본 조치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제소를 강행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의 이번 요소 수출 제한은 2010년 중국의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제한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당시 일본은 중국을 GATT 11조 위반이라며 WTO에 제소해 3년 만에 승소했다.


외교부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무역분쟁에는 즉각적이고 강압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유화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차후 통상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산업부는 그러나 중국을 WTO에 제소하는 것이 실익도 없고 법적인 승소 가능성도 낮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묶였던 물량이 풀리기 시작하는 등 중국 정부와 협의가 진척되는 상황에서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사태 해결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산업부는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근거로 예외조항(GATT 11조 제2항 가호)을 들었다. 해당 조항은 수출 당사국에 반드시 필요한 상품의 중대한 부족을 방지·완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적용하는 수출 금지·제한에 대해서는 허용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석탄 수입 차질로 발전량이 줄고, 국내 비료용 요소 생산량이 부족해져 이번 조치를 내렸다는 입장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지난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요소 수출 제한 조치는) 한국만을 목표로 한 정책이 아니며 우리(중국)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GATT 11조의 예외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산업부 판단이다. 우리나라 역시 요소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긴급수정제한조치를 통해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산업부는 한중 FTA 역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FTA(제5절 제2.8조)에 따르면 에너지·광물자원에 대해 수출 금지·제한 조치를 하는 경우 상대 국가에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돼 있다. 중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에 서면으로 통보한 적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요소를 '광물자원'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산업부는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요소를 광물자원으로 볼 수 있는지 살펴봤지만 확실한 결론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TO 제소를 위해선 우리나라가 수출 제한으로 입은 실질적·구체적 피해가 드러나야 하는데, 충분한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측이 비교적 긍정적으로 협상에 임하는 상황에서 승소 가능성도 확실하지 않은 WTO 제소를 거론하는 것은 실익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WTO의 상소기구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예경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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