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인권탄압 군부에 돈 들어갈라…미얀마 개발원조 확 줄인다

입력 2021/11/25 17:40
수정 2021/11/25 17:45
외교부, ODA예산 72% 삭감
경제 협력사업 차질 불가피
우리나라가 내년 미얀마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큰 폭 삭감하기로 했다.

외교부의 202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의 미얀마 ODA 규모는 44억원으로 올해(163억원)보다 72% 줄어든다. 기존 사업 예산은 물론이고 전문인력 파견 비용도 줄여 사실상 미얀마에서 신규 ODA 사업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진행 중이었던 교량 및 경제협력 산단 구축 사업 등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외교부는 내년 예산에서 캄보디아(전년 대비 30% 증가), 네팔(22%), 방글라데시(21%), 베트남(15%) 등 신남방외교 국가 대부분에 ODA 규모를 늘렸으나 미얀마만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25일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인해 민주적 질서가 사라지고 인권탄압 등 정세가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내년에도 ODA 사업을 지속할 경우 군부에 수혜가 예상되므로 일부 사업에 지원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민주주의나 인권을 명목으로 다른 나라에 이처럼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얀마는 소위 'CLMV(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로 불리며 우리나라의 신남방외교 핵심 국가 그룹으로 손꼽혀왔다. 특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 내 우선 협력 대상국으로 분류되면서 우리나라의 대(對)아세안 ODA의 25%가 미얀마로 흘러 들어갔다.

한국 정부의 ODA 자금 지원으로 미얀마 수도 네피도 등 도심 지역에 교량 유지보수 사업이 시작됐고, 자동차 통합정보관리 시스템 구축 작업도 진행 중이었다.


경제 중심지 양곤에서는 직업 기술을 가르치는 교사교육센터가 설립되는 등 경제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 2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장악한 후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발포로 유혈사태를 빚는 등 비민주적 독재정권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규탄하며 구금된 인사들의 즉각 석방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등 국제사회에서 미얀마의 민주정치 회복에 목소리를 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사회 전반적으로 미얀마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유해왔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며 "미얀마에 대한 ODA 축소는 우리가 그만큼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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