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종부세폭탄, 청와대 계획 당초 뭐였나 [김세형 칼럼]

입력 2021/11/30 06:01
수정 2021/11/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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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 종부세 상담을 알리는 게시판이 붙어있다. /사진=매경DB

[김세형 칼럼] 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100만명(주택분 94.7만명, 토지분 8만명)을 돌파하고 납세액도 8.5조원으로 전년의 4.2조원보다 100% 이상 증가했다.

종합부동산세는 땅과 주택, 즉 재산의 가장 핵심에 대고 매기는 세금으로 세계적으로 한국에 유일한 징벌적 세금이다.

리처드 파이프스 하버드대 교수는 '소유와 자유'란 명저에서 "재산은 생명"이라 하고 러시아 같은 공산국가는 장시간 소유권을 주지 않아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역사의 원리를 해부했다.

문재인정부 말년, 이재명 여당 대선후보가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비상시기에 재산 관련 세금을 216%나 무자비하게 인상한 나라는 한국 말고는 지구상에 없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경우 재산세는 매입가의 1%를 징수하되 연간 인상률을 2%와 물가상승률 중 낮은 쪽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1978년 세금을 너무 올리자 폭동이 일었고 주민 투표에 의해 2%룰을 만든 것이었다. 한국처럼 갑자기 50%, 2~3주택자는 300%까지 세금폭탄을 퍼붓는 식은 없다.

주택분 종부세를 너무 올려놓고서 청와대 이호승 정책실장은 "충분히 종부세 폭탄을 비켜갈 시간을 줬다. 집을 팔아버렸으면 됐을 것"이라고 말하고, 기재부(홍남기 부총리) 측은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2%에 불과하고 국민 98%와는 관련없는 귀족 의무(noblesse oblige)"라고 둘러댔다.

김유찬 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이란 자는 "세금 낼 돈이 없으면 이사가라"는 망언까지 퍼부었다.

이게 촛불혁명으로 이뤘다는 나라의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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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 속에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급되고, 금리인상이 이뤄지면서 주택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왜 종부세 폭탄이 떨어졌는가? 근원을 한번 따라가 보자.

집값이 폭등하고, 2가구 이상 다주택자에겐 징벌적으로 세율을 올려놓은 장치를 마련한 탓이다.

집값만 오르지 않았어도 세금폭탄은 떨어지지 않았을 텐데 왜 집값 폭등이 왔나.

그것은 청와대 정책 브레인인 김수현, 김상조 (장하성) 등 이념세력의 무지와 무능으로 인한 판단 잘못과 그것을 OK 해준 문 대통령의 탓이다.

밀턴 프리드먼이 '선택할 자유'라는 명저에서 누누이 강조하듯 가격 속에 모든 비밀이 있다. 가격 상승은 공급 부족이라는 다급한 신호이므로 신규 분양을 늘려야 하는데, 청와대 3류 좌파 이념가들은 "돈 많은 투기꾼들이 가수요로 집을 사려는 때문"이라며 가혹한 세금정책이라는 어리석은 작전으로 대응했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공급이 우선'이라는 지적을 매일 해도 문재인 대통령과 브레인들은 고집불통이었다.

요지부동은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실력 없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청와대의 위세에 눌려 꼼짝도 못했다.


주택보급률이 110%는 돼야 집값이 안정된다는 건 주택이론의 상식이다. 서울은 96%, 경기도 99%로 110%에 크게 못 미쳤고 주택 수로는 100만호 이상이 부족했다.

이래놓고도 현 정부는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공급 물량을 많이 늘렸다"고 태연히 거짓말을 하면서 작년 7월 종부세 세율을 무지막지하게 올려놨다.

만약 집값이 정부의 올바른 대응으로 급락한다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사람은 다주택자들이다.

영리한 정책브레인이라면 투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하지 말고 공급 폭탄을 퍼부어 집을 폭락시켜 버렸더라면 투기꾼들은 폭삭 망했을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무능하면서도 쇠뿔 같은 고집으로 부동산, 탈원전, 소주성 같은 정책을 잘못 펴서 국민의 삶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도 반성을 모른다.

더욱 허망한 일은 공급정책 대신 세금으로 때려잡겠다는 정책이 어리석은 몽상(夢想)이 되고 마는 까닭은 법을 고쳐 실제 부담되는 세금 고지서 발부 시점까지 2~3년이 걸리고 이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다음이기 때문이다. 그때 쯤이면 대통령선거가 다가오고 국민들은 실패한 정권에 환멸을 느껴 '정권교체' 요구가 하늘을 찔러 법 시행이 어렵게 된다.

대선 공약으로 야당 측은 "종부세 세금폭탄 제거"를 내세워 점수를 따려하고 여당의 집권 확률이 엷어져 자칫 고쳐놓은 세법은 쓰레기통에 던져질 확률이 높다.

바로 지금 현실의 모습이 그렇지 않은가.

영리한 부자들은 그런 이치를 꿰뚫고 2주택( 61.5%), 3주택( 82.5%)의 엄청난 양도세율을 물고 집을 파느니 "정권이 바뀔 때까지 버티자"로 나오는 것이다. 아니면 세율 50%짜리 자식에게 증여로 대응하든가.

현재 주택 소유율은 56.1%로 약 44%는 자가주택이 없는 실정이다.

종부세 대상 94.7만명 가운데 2주택 이상 소유자는 약 48만500명에 달한다.

다주택자들은 전월세로 누군가에게 임대를 줄 텐데 세금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킨다는 뉴스가 신문에 줄줄이 보도됐다.

집값은 상위 2%만 올랐나.

서울 강남3구가 오르면 비인기지역, 지방도시들도 줄줄이 따라 오른다. 영영 집을 못 갖는 것 아니냐고 불안한 2030세대들이 부채까지 영끌하여 집을 매입했다.


가계부채가 1845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04%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에 오른 것도 결국은 부동산정책 실패가 빚은 후폭풍이다.

상위 2%에 해당하는 종부세 폭탄의 파급 효과는 모든 가구와 가구원, 결국 한국 경제 전체가 도미노로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게 경제의 이치다.

정부는 작년 10억원 이상 소득세를 45%로 올리면서 상위 0.05%라 하고 작년 종부세는 상위 1.5%에만 해당한다고 설명하더니 금년 종부세는 상위 2% 논리를 팔아먹는다. 자신의 무능을 구차한 국민을 갈라치기로 포장하는 얄팍한 쇼를 언제쯤 안 봐도 되려나.

문 대통령을 이어받는 차기 대통령은 주택공급, 일자리 확대를 국정운영 1, 2호 우선순위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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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고지서 /사진=연합뉴스



주택공급 폭탄에다 금리 인상까지 겹쳐 상투 조짐이 나타난다면? 종부세로 집값 안정을 도모하려던 전략은 완전 파탄이 날 것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저절로 종부세도 낮아질 것이다.

다주택에 대한 종부세 중과는 영국의 경우 150만파운드(24억원 이상)의 경우 세율을 15%로 운용하는 등 외국 사례가 있긴 하다.

다만 1주택자에게도 최고 3%까지 중과세 하고, 주택 소유자의 6%까지 과세하는 현행 종부세는 안정적 수준으로 손을 볼 필요는 분명 있다고 본다. 공시지가 반영률이 현행 70.2%에서 2030년 90%까지 올라가면 종부세 과세 대상이 10%를 훌쩍 넘길 것이다.

이번 종부세 폭탄 소동에서 다섯 가지쯤 문제점이 드러났다.

1) 부유세 개념으로 바뀐 종부세 인상률을 1년에 50%, 200% 급격히 올리는 것은 시정하고 캘리포니아 방식을 벤치마크해 연간 5% 이내 인상으로 한도를 둬야 한다.

2) 1주택 가구의 경우 재산세가 가장 높다는 미국의 경우도 1.5%가 상한인데 한국은 3%까지여서 인하할 필요가 있다.

3) 보유세가 GDP의 3.5% 수준으로 OECD 최고인 만큼, 거래세인 취등록세를 서둘러 50% 이상 인하시켜 달라.

4) 종부세 대상은 문재인정부 초반 33만명에서 5년차에 95만명으로 급증했는데 현 템포라면 수년 내에 200만명 이상, 유주택자의 10% 이상으로 급팽창할 것이다. 부유세 대상을 인구 1% 이상으로 한 국가는 거의 없다.

5)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GDP의 3.4%로 영국 4.1%, 프랑스 4.0%, 캐나다 3.9%, 룩셈부르크 3.8%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으로 더 이상 늘려선 안 된다. 이재명의 국토보유세를 도입할 경우 5%를 넘어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므로 그런 공약은 폐기해야 마땅하다. 위의 1)~5)까지의 사항들을 보면 한국의 종부세가 얼마나 모순투성이이며 허약한 세제임을 대번에 알 수 있다.

2004년 노무현정부에서 종부세를 첫 도입한 대업을 맡았던 이헌재 전 부총리의 설명을 들어봤다.

"당시 종부세는 값이 너무 급등하니까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고려한 것이었다. 조세는 법률에 의해 세목과 금액을 정하게 돼 있는데 현재 전혀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의하지 않고 행정당국이 제멋대로 금액을 높여 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하면 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이어 "현재의 종부세는 부유세로 완전히 성격이 바뀌었다. 그런데 21세기 자본론을 쓴 토마 피케티를 위시하여 1% 이상을 부유세로 걷는 나라는 없다"고 말한다.

프랑스 올랑드 정권이 잠시 부유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어 집권했지만 10억유로 이상에 75%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를 2년 만에 폐기했다.

부유세로 성공한 정권이 없다.

그런데 한국의 종부세는 다주택 보유 최고세율 6%, 그리고 과세 대상이 유주택자의 10%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이것은 부유세 축에도 들지 못할 것이다.

종부세가 한국의 부유세라면 훨씬 더 치명적인 단점을 내포한다.

왜냐하면 부동산 외에 주식, 금융자산, 특허권 등 훨씬 더 큰 부자들은 부유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은 300조원 이상 주식가치를 갖고 있으나 부유세 대상이 아니며 한국에서도 삼성, 현대차, SK의 최대주주나 카카오 김범수 회장 등 주식 부자들도 부유세를 물지 않는다.

수십조 자산가는 대상에서 빠지고 기껏 몇십억 집을 가졌다는 세대주에만 부유세를 물린다는 발상은 문재인 좌파 브레인들의 어리석은 몽상이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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