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번엔 이준석 잠적…尹선대위 인선갈등 재점화

입력 2021/11/30 17:52
수정 2021/11/30 19:47
바람 잘날 없는 尹선대위

李, 일정 취소 후 전화기 꺼놔
당내 "본인 사퇴 의지 강한 듯"

李 반대하던 이수정 영입에
'당대표 패싱' 계속되자 강수

이수정 "나도 30대 아들 있어
2030 남성 이해…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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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확정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내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줄다리기'에 이어 이번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충돌했다. 이 대표가 30일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강수를 두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갈등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밤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후 전화기를 끄고 잠행에 들어갔다. 글을 올린 시각엔 당내 초선 의원 5명과 술자리를 함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30일 오전 이 대표는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취소했고, 당 관계자를 통해 "금일 이후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밝혔다.


당 핵심 관계자와 이 대표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여러 가지로 윤 후보에게 감정이 상한 상태였다.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왔는데, 일부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의 김 전 위원장에 대한 거친 비토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이 대표는 "대놓고 공작질을 하고 있다"고 불쾌해했다. 또 지난 29일 시작된 윤 후보의 충청 일정 동행을 언론에서 보도하고 난 후에야 알게 된 것을 두고 '당대표 패싱' 논란이 일었고, 이 대표가 '젠더 이슈'를 이유로 반대해 온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윤 후보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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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순회 일정 이틀째를 맞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운데)가 30일 충북 청주시 청주국제공항을 방문해 공항 거점 항공사인 에어로케이 승무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 대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저에게도 30대 아들이 있다. 그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는지 옆에서 너무 잘 봤다"면서 "20·30대 남성들이 경쟁에서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만하다.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청지역 방문을 이어가고 있는 윤 후보는 이날 이 대표의 '잠적'과 관련한 질문에 "(권성동) 사무총장과 통화를 해 이유라든지 이런 걸 파악해보고 한번 만나보라고 얘기했다"면서도 '이 대표 없이 선대위 문제없느냐'는 질문엔 "가정적인 질문은 하지 말라"고 발끈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사퇴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편에선 "당무를 완전히 놓은 것도 아니고 하루 이틀 정도만 생각할 시간을 갖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관계 회복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윤 후보의 충청 일정에서 당대표를 패싱했다는 논란에 대해 "기획 단계의 정보가 밖으로 새나가면서 패싱 논란이 생겼다. 실무적 차원에서 흠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의원들과 이 대표 사이의 신경전도 계속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 영입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돼 스스로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선대위를 둘러싼 분란의 요지는 '왜 나를 빼냐'는 영역 싸움을 후보 앞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후보는 다 같이 하자는 것인데 후보가 잘못됐나, 누가 잘못했나.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자신이 백의종군 선언 뒤에도 지난 26일 선대위 회의에 참석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후보도 못 만나느냐"며 "(백의종군 뜻을 밝힌 후) 그날 처음으로 후보를 봤다. 비서실장 방에서 잠깐 기다리다 후보를 뵀는데 무슨 회의를 했다는 거냐"고 따졌다. 윤 후보 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후보가 충청 지역을 방문해 본격적인 선거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이번 일정은 다 묻히고 갈등설만 나오는 상황이 됐다"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반면 이 대표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윤 후보의 경선 라이벌이었던 홍준표 의원은 이날 '청년의꿈' 플랫폼에서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떨어진 중진이 몰려다니면서 당대표를 저렇게 몰아세우니 당이 산으로 간다"며 이 대표를 엄호했다. 하태경 의원도 "대선 필승 공식은 청년과 중도 확장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이 대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인혜 기자 / 정주원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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