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빚 권하는 이재명…"가치 크다면 미래자산 앞당겨 써야"

입력 2021/12/07 17:44
수정 2021/12/07 21:17
서울대 금융경제 세미나 강연

사회약자 돕는 기본금융 강조
"가난한 사람이 이자 더 내는건
정의롭지 않은 금융이라 생각"

"경제는 진리나 과학 아닌 정치"
'이재명 예산' 반대에 불만표출

주택청약 관련 간담회 참석해
대출 옥죈 은행권 향해 쓴소리
규제부터 꺼낸 文정부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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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금융경제세미나 강연을 마치고 학생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한주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강연회에서 자신의 기본금융 공약을 강조했다. 그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하며 사회적 약자들이 50만원을 빌리려는데도 안 빌려주니까 사채업자들에게 빌렸다"면서 "복지 대상자로 전락하기 전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 재정적 이익이라고 생각해 예산 500억원(1인당 50만원)을 빌려드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원하는 만큼 저리로 장기간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며 "금융의 신용은 국가 권력, 국민 주권으로 나오는 것인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빠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이 후보는 "자원을 배분할 때 생애주기별로 해야 하는데 미래 자산을 앞당겨 쓰는 것을 빚이라고 한다"면서 "미래 자산을 앞당겨 쓰는 것이 가치가 훨씬 크다면 앞당겨 쓰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나 개인의 빚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라며 "빚이라 나쁜 게 아니라 좋은 빚은 좋은 빚"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국가재정 악화를 이유로 '이재명표 예산'을 반대하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 학생이 "(기본금융이) 채무를 갚기에는 큰돈이 아니지 않으냐"며 정책 효과가 입증됐는지 묻자 이 후보는 "시행한 지 2년밖에 안 돼 현재로선 검증이 불가능하다"며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경제는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잘살 수 있을지 연구하는 학문"이라며 "진리·과학이 아니라 정치이자 의견·가치"라고 말했다. 경제에는 정답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관료·학계에서 비판을 받았던 '이재명표 경제 정책'을 옹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재명표 예산을 반대했던 경제 관료를 향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후보는 다만 "비(非)과학이 아니라 반론의 여지가 없는 진리가 아니란 뜻"이라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공약검증단은 기본금융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을 지적했다. 금융·세제 전문가인 황세운 박사는 "사회안전망 차원에선 자력 해결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도울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실시한다면 검토·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덕적 해이와 재원 마련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기본금융이 소비 생활에 쓰이거나 부채 상환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황 박사는 "지자체의 소규모 지원과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금융은 재원 규모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금융뿐 아니라 주택청약과 등교 안전 이슈를 강조하며 청년 표심을 공략했다.


주택청약 간담회에서는 "청년들은 가입 기간과 무주택 기간이 짧고 가족 수가 적어 배제되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정부가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물량 30%를 배정한다는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했다. 이 후보는 "청약 개편으로 1인 가구에도 분양받을 기회를 주면 기성세대 입장에선 억울한데 을(乙)끼리의 전쟁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대출을 옥죈 금융·은행권을 향해서는 쓴소리를 던졌다. 이 후보는 주택청약 간담회에서도 "전 세계 은행들의 영업이익이 20% 줄어드는데 우리나라만 17% 늘었다"며 "금융 공공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출 규제를 주도한 문재인정부도 비판했다. 이 후보는 "정책을 하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는지 피드백을 해야 하는데 구체적 내용을 모르고 정책을 만들었다"며 "현실을 모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 죄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값이 폭등하자 대출 규제부터 꺼내들었던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운 것이다.

한편 이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등·하굣길 봉사 활동은 학부모 스트레스이자 단골 민원"이라며 "무임 노동에 기댄 말뿐인 봉사를 없애고 어린이 안전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통안전 분야 사회적 일자리 창출 △안전 통학로 설치 의무화 △안전교육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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