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야권 단일화 판 깔렸다…윤석열 안철수 누가 먼저 말 꺼낼까 [Special Report]

이상훈 기자
입력 2022/01/09 16:49
수정 2022/01/10 08:55
◆ SPECIAL REPORT : 야권 후보 단일화, 판 깔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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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민주화 이후 치러진 거의 모든 대선 때 등장한 게 '후보 단일화'다. 2007년 17대 대선을 뺀 나머지 대선에선 단일화가 실제 이뤄지거나 단일화 주장이 상당히 진지하게 나왔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대표적이고, 더 거슬러 가면 김대중·김종필(DJP)연합도 단일화로 볼 수 있다. 1987년에는 김영삼·김대중(YS·DJ) 단일화 요구가 거셌지만 불발됐고, 2017년에도 보수후보 단일화 요구가 있었지만 관철되지는 않았다. 1992년 대선을 2년 앞두고 이뤄진 3당 합당 역시 단일화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이쯤 되면 후보 단일화라는 건 한국 정치의 고유한 특질,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면 'K정치'인 셈이다. 그동안 단일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다갈래였다. 표심을 인위적으로 왜곡하는 구태란 혹평부터 대선 승리를 위한 묘책, 국민의 요구에 부응한 결단이라는 칭송까지.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후보 단일화' 얘기가 나온다. 두 달 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경선에서 이겨 제1야당 대선후보가 됐을 때만 해도 단일화 얘기는 없었다. 하지만 이젠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엔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묻는 질문까지 등장했다. 정치권도 언론도 후보 단일화를 진지한 이슈로 대하고 있다.

유권자 '느낌' 나빠진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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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된 건 윤석열 후보의 위기가 배경이다. 짧은 기간 급격히 지지율이 빠진 게 연초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한국갤럽·머니투데이 조사(3~4일, 1001명 대상)에서 윤 후보 지지율은 29.2%였는데 두 주 전 조사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같은 기간 32.9%에서 37.6%로 올랐다. 역전을 당한 거다. 다른 조사에선 최근 두 달 사이 40%를 넘던 윤 후보 지지율이 이젠 20%대가 됐다.

심각한 건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거다. 한국리서치·한국일보 조사(지난해 12월 29~30일, 1005명 대상)에서 윤 후보에 대한 '느낌'을 묻는 질문에 50.4%가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각종 논란에 시달린 이 후보의 경우 '나빠지고 있다'가 33.8%에 그친 것과는 달랐다. 윤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감정적 거부감이 커진 거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5%를 기록한 조사(한국갤럽 4~6일, 1002명 대상)까지 나왔다. 이전 조사보다 10%포인트 뛰었다. 안 후보가 2030세대에서는 윤 후보를 앞선다는 조사도 있다.18~39세를 대상으로 한 리얼미터·YTN 조사(3~4일, 1024명 대상)에서 안 후보는 19.1%, 윤 후보는 18.4%였다. 최근 급격히 빠진 윤 후보의 청년세대 지지율 상당 부분이 안 후보에게 갔다는 게 확인된 거다. 안 후보가 윤 후보 이탈표를 흡수해 갖고 있는 '지지율 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후보교체, 더 큰 혼란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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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5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매경DB]

대선 조직인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대립, 잇따른 실언, 부인 김건희 씨 논란, 그리고 다시 선대위 내홍과 해산, 윤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결별,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가까스로 봉합까지.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 뒤에 벌어진 일들이다.


그래서일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후보 교체를 말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대선이 60일도 안 남은 지금 후보교체론은 비현실적이다. 당원과 국민이 참여한 경선이란 정식 절차를 통해 뽑힌 후보를 바꾼다는 것은 명분이 빈약하다. 또 후보 교체를 하려면 권위 있는 결정 절차가 필요한데, 지금껏 경험이 없다.

게다가 교체를 한다고 해도 누구를 '대타'로 세울 건가. 경선 2위를 후보로 올릴 건가, 아니면 다시 경선을 할 건가. 후보교체 찬반 논쟁뿐만 아니라 절차와 대타 대상을 놓고 다툼이 벌어질 게 뻔해 혼란만 불러올 거다. 이준석 대표가 최근 "좋든 싫든 당원 모두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위해 각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 건 이런 맥락이다.

윤 후보가 '킹메이커' 김종인과 결별하고 이 대표와 불안한 동거를 하는 현 상황에서 지지율 재역전을 할 수 있을까. 윤 후보의 지지율이 추락한 기간은 국민의힘 후보가 된 이후 두 달이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벌어진 '사태'에서 윤 후보는 대통령다운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왕좌왕했고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의 분석에 따르면 '상대가 싫어서 찍는 표에만 의존'했다. 부인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살아 있는 위협이고, 대선 승리의 경험이 있고 중도·수도권 표심을 잘 아는 김종인과는 결별했다. 2030세대의 관심을 국민의힘으로 모았던 이준석 대표와 관계는 여전히 불안하다. 지지율 재역전은 쉽지 않다.

의지할 건 본인 자신이지만 대선후보로서 자질마저 의심받고 있다. 한국리서치·한국일보 조사에서 윤 후보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부족하다'는 응답이 69.8%나 됐다. 이재명 후보는 47.6%였다. 게다가 한국 정치 경험칙상 대선 경쟁에서 역전을 당한 후보가 재역전을 한 경우는 없었다.

안 후보는 최근 지지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그런데 딱히 새롭게 뭔가 보여줬다기보다는 거대 정당 여야 후보의 비호감이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돋보인 거다. 좋게 말하면 '재발견'이고 비판적으로 보면 '반작용'이다.

따지고 보면 안 후보는 두 번의 대선에 실패한 대선 3수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도 아니고, 뛰어난 국정능력을 갑자기 보여준 것도 아니다.


'반작용'으로 정치적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선 윤 후보와 궤를 같이한다. 지지율이 올라가긴 하겠지만 한계가 있는 거다. 게다가 양당 체제가 공고한 우리 정치에서 그는 군소정당의 당대표이자 후보다. 이러니 윤 후보나 안 후보 모두 정권교체를 실현시킬 만큼 본인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5년 전 중도·보수표 합쳐 50%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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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에 맞서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모두 대선을 완주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7년 대선이 가늠자다. 보수·중도 후보가 분열된 상태였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41.08%로 당선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24.0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1.41%,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6.76%였다. 중도·보수 세 후보의 득표를 합치면 50%가 넘는다. 물론 단순 합산만큼 표가 모이지 않았을 수 있지만 적어도 문 대통령의 일방적 승리는 아니었을 거다.

현재 대선의 구도, 즉 대선후보들이 경쟁하는 '운동장'의 모습 자체는 야권 후보들에게 유리하다. 국민의힘이 극한 내홍에 빠졌고, 정권교체를 외친 윤 후보가 그토록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음에도 정권교체 여론이 여전히 높다. 한국리서치·한국일보 조사에서는 정권교체 공감이 47.8%, 정권유지 공감이 37.5%였다. 엠브레인·중앙일보 조사(지난해 12월 30~31일, 1010명 대상)에선 정권교체 희망이 48.5%, 정권유지 희망이 39.5%였다.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훌쩍 넘었던 한 달 전에 비해선 약해졌지만 여전히 높다.

단일화 제안하면? "만날 수는 있다"

지금은 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단일화에 대해 '전략적' 거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지난 6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단일화를 주제로 만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만날 수는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안 후보 측근인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을 통해 단일화는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2012년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에 대해 "지지자와 국민들이 단일화를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 반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향해 시간이 흐를수록 후보 단일화 압력은 커질 거고 그 압력은 지지자들로부터 나온다. 후보 단일화가 없이는 정권교체 불발이란 현실이 커 보일 거고 동시에 절박함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윤 후보와 안 후보 가운데 누가 먼저 단일화 얘기를 꺼낼 것인가만 남았다. 눈치작전을 벌이는 셈이고, 단일화가 가능한 '마지노선'까지 상대가 먼저 단일화 카드를 내보이거나 중도 사퇴하기를 바라면서 치킨게임을 벌일 수도 있다. 그때까지는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뛸 것이다.

단일화의 모습은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차이에 따라 달라질 거다. 격차가 크지 않다면 여론조사를 활용한 경선일 테고, 한쪽이 상당한 우세를 보인다면 다른 한쪽이 중도 사퇴하고 지지 선언을 하는 방식일 수 있다.

다만 까다로운 과정들이 남아 있다. 우선 '역선택 방지' 유무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이를 놓고 극한 대립이 불가피하다. 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던 중도 표심에 더해 2030세대가 정치적 힘을 가진 첫 대선이다. 중도층과 2030세대 중에는 후보 단일화를 구태와 야합으로 보는 시선이 강하다. 호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후보 단일화가 될 경우 아예 투표 포기 혹은 다른 후보에게 '자포자기' 투표를 할 수도 있다. 지금도 2030세대의 부동층(지지 후보 없음·무응답)은 여론조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30% 전후로 다른 세대보다 훨씬 높다. 부동층 비율이 높은 건 중도층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대선까지 남은 기간 윤 후보와 안 후보의 호소 대상은 2030세대와 중도층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잡아야 표의 이탈을 최소화해 후보 단일화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단일화 파괴력에 긴장

한편 민주당에서도 안 후보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송영길 대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안 후보와 이 후보가 손을 잡는 일은 명분도 실리도 떨어진다. 이미 안 후보는 작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한 경험이 있고 이후엔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까지 논의했었다.

게다가 과거 민주당과 결별하면서 만든 정당이 국민의당이다. 또 안 후보는 그간 정권교체를 외쳐왔다. 교체 대상인 여당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아무리 '정치는 상상'이라고 해도 생각하기 어렵다. 결국 안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관심은 단일화에 대한 견제구다.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면 대선판의 중심 이슈가 되고 이 후보의 행보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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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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