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누가 승진하고 떠나는지 보면 현 검찰이 추구하는 진짜 가치 알 수 있다 [핫이슈]

김인수 기자
입력 2022/05/19 08:59
수정 2022/05/19 12:45
"누가 보상받고 떠나는지 보면
조직이 추구하는 진짜 가치 보여"
미국 혁신기업 넷플릭스의 철학

친문은 좌천되고 윤석열 사단 중용된
이번 검찰 인사로 드러난
현재 검찰이 추구하는 진짜 가치는?

여당은 "비정상의 정상화"라 하고
야당은 "정권에 줄대라 신호"라는데
일선 검사들 마음은 그 답 알 것
어제 검찰 인사가 있었다. 누가 나가고 들어오는지 명단을 보고 있노라니, 미국 기업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만든 '자율과 책임'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떠올랐다. 넷플릭스 인사 철학의 핵심을 담은 이 문서는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자로부터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라는 격찬을 받기도 했다. 이 문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엔론은 귀에 듣기 좋은 네 가지 가치를 회사 로비 대리석에 새겨놓았다. 정직, 소통, 존경, 탁월함이다. 그러나 이들 가치는 이 회사가 추구한 진짜 가치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짜 가치와 관련이 있을까. "기업의 진짜 가치는 누가 보상을 받고 승진하고 떠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

이번 검찰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비롯해 문재인 정권에서 고위직도 올랐던 검사들이 일제히 한직으로 밀려났다. 이 고검장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인사가 났다. 문 정권에서 한동훈 현 법무장관이 좌천됐던 바로 그 자리다.

반면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검사들은 대거 요직에 기용됐다. 대검 차장으로 승진한 이원석 제주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냈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른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일선에서 지휘하고서는 좌천 당했던 검사다. 검찰 예산·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발탁된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한동훈 법무장관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일 때 특수 1부장을 맡은 인연이 있다.

이번 인사로 드러난 현재 검찰이 추구하는 진짜 가치는 무엇일까.

현 정권 지지층은 정의의 회복,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한다. 문 정권은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비롯한 권력 수사를 막았다고 한다. 수사에 참여한 '올바른 검사'를 좌천시켰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 정권이 미운 털이 박혀 수차례 좌천됐던 한동훈 현 법무부 장관이 그 증거라고 한다. 이들 올곧은 검사들을 전면에 기용하고, 정권 수사를 견제한 검사들을 한직으로 보낸 건 검찰을 정상화하는 정의의 회복이라고 한다.

그러나 야당 지지자들 입장은 정반대다. '현 정권에 충성하라'는 게 이번 인사가 드러낸 진짜 가치라고 주장한다. 윤석열 사단이 핵심 요직에 기용된 게 그 증거라고 한다. 윤석열 정권에 충성하면 승진하거나 남들이 선망하는 보직을 받을 거라는 확실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치를 역행했다고 한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 중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울까. 아마도 일선 검사들의 마음이 그 답을 가장 잘 알 거 같다. 인사 소식을 들은 그들의 마음에 '살아 있는 현 정권 비리라도 열심히 수사하면 언젠가는 인사로 보답받는다는 뜻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이번 검찰 인사를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일선 검사들의 첫 생각이 '어이쿠, 정권에 줄을 대야 승진하겠구나'였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인사가 될 것이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향후 검찰 수사의 방향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죽은 권력에만 칼을 대는 게 아니라, 현 정권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수사를 한다면 비정상의 정상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반대면 '복수'라는 반발이 나오고 대한민국이 두 쪽이 나오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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