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尹정부 대북억지력 최우선해야…한반도 核배치는 반대"

입력 2022/07/01 17:42
수정 2022/07/02 08:14
매티스 前 미국 국방장관
서울포럼서 밝힌 한미관계


"文정부 외교노력 인정하지만
이젠 달라진 현실 인식해야"
한미동맹·다자협력 강조

류진·조현상 등 기업인 참석
경제안보 중요성 직접 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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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전 미국 국방부 장관 [AFP = 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전임 한미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에 공을 들였지만 이제는 억지력 강화에 확실한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2'에 참석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외교적 노력을 이야기했고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이제는 (달라진)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미) 동맹과 억지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동맹과 함께하는 국가들은 번영하고 동맹이 없는 국가는 망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미동맹과 다자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거론하며 "(한국은) 협력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북한이 전술핵 개발 의지를 본격화한 와중에도 한국 내 전술핵 배치나 독자적 핵무장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반도에 핵무기가 반드시 있어야만 확장억지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미 관계가 굳건하고 신뢰가 있다면 (핵무기가) 어디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주일미군이나 괌 등에서 한반도에 신속하게 전략자산 전개가 가능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미국 본토에서 발사 후 30분 안에 북한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어 한반도 핵무기 배치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이야기다. 포럼에 영상 연결로 참여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이에 적극 공감을 표시했다.

포럼에 참여한 한미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아간 것을 격상된 한미동맹의 상징적 모습으로 해석했다.


차 석좌는 "한미동맹이 단순히 안전보장만이 아니라 비안보적 측면에서도 서로에게 많은 것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톰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도 당시 한미 정상이 직접 반도체 생산·제조시설 내부까지 들어갔던 점에 주목하고 "삼성이 미국에 '우리는 당신들의 건강한 파트너십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논평했다. 일방적·시혜적 성격이 부각됐던 군사동맹 중심의 한미동맹이 경제·기술 분야로 확대되며 상호보완적 동맹으로 나아가는 지금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시라는 것이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포럼에서 한미가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궁극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한국이 지난 대선 과정과 질서 있는 집회·시위를 통해 보여준 성숙한 민주주의를 호평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미·중 전략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부각된 전 세계 공급망 재편 등 경제안보 사안도 중요하게 논의됐다.


특히 이날 학계가 아닌 대기업을 직접 이끌며 경제·통상 전쟁을 치르고 있는 최고경영자들이 마이크를 잡고 경제안보에 대한 생각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패널로 나와 한진해운 파산 이후 코로나19로 해운 대란이 일어나면서 선적이 지연되며 고통을 겪은 사례를 소개하고 "핵심 산업인 해운과 에너지 분야 등은 대외 환경에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은 "지금 전 세계 환경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유행)과 기후변화 등 새로운 위험요인이 등장하고 있고, 기존의 지정학적 위험 등과 겹쳐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복잡한 환경이 됐다"고 진단하며 "경제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the true value chain)'과 지정학적 위험을 이해해야 하고 기술과 지식재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미가 대북 억지력 강화를 넘어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대화·협상 전략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는 이것이 (한미가 추가 비용을 치러야 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교수는 한국이 어떻게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북한과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복귀할지도 한미 공조를 통해 조율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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