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곡물값, 기름값에 덜덜…박정희도 기생충만큼 혐오한 '이것' [대통령의 연설]

입력 2022/07/02 21:01
수정 2022/07/02 22:35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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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고랭지농산물시험장시찰1(1973)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국민들의 생활고가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현재 물가상승률은 수십 년간 한국이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고, 향후 2~3년간 이어질수도 있는 경기둔화도 현세대는 처음 겪어보는 일일 텐데요.

지난 회차에서 다룬 것처럼 오히려 건국 초기에는 이 같은 고민이 일상화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기에는 지금과 꼭 닮은 현상들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연설들에 남아 있는 인플레 관련 발언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인체 속에 회충" 인플레 극도로 경계해

박 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인 1973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해방 후 지난 27년 동안 우리 나라의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하나의 고질적인 병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인플레라는 병"이라며 "마치 인체에다 비할 것 같으면 인체 속에 회충이나 디스토마 같은 것이 도사리고 있어서, 아무리 영양을 섭취하고 좋은 것을 먹더라도 발육을 저해하는 것과 같이, 이 인플레라는 것이 그대로 존속해서는 경제가 건전한 발전을 할 수 없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요즘 들어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물가·임금의 연쇄 동반 상승 현상도 언급되는 데요. 박 전 대통령은 "인플레의 악순환은 물가와 노임을 오르게 하고, 노임이 오르면 그것이 상품의 코스트에 영향을 미쳐서 또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환율이 흔들리고, 환율이 흔들리면 또 물가가 들먹거리고, 이러한 악순환을 우리는 지난 4반 세기 동안 계속 되풀이해왔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가와 임금의 동반 상승은 요즘 세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현상입니다. 물가가 올라도 임금은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례적으로 지난해부터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 그래프가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최근에야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입니다.

▲ 석유 파동에 따른 '불황속 인플레'

박 전 대통령 집권 말기에는 중동의 정세혼란으로 발생한 오일 쇼크가 한국에도 큰 피해를 끼치게 됩니다. 석유생산량이 급감해 물가는 상승하는데 경제성장률은 떨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과 Inflation의 합성어)이 닥친 것인데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오늘날 한국도 수십 년 만에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한 상황이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연설들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용어 대신 '불황 속 인플레'란 단어로 등장합니다. 의미를 직역한 단어인데 글자 수도 많지 않아 꽤나 매력적인 표현으로 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1974년 1월 '국민 생활의 안정을 위한 대통령 긴급 조치 선포에 즈음한 특별 담화'에서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경기 후퇴와 인플레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른바 '불황 속의 인플레'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며 "우리 나라도 해외 인플레의 압력을 받는 불자의 가격은 부득이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극히 어려운 처지"라고 했습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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