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尹정부 100일] ③ '가치외교' 전면에…한일·한중관계는 숙제

입력 2022/08/14 07:01
전략적 선명성 내세우며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시동
대중외교 리스크는 증가…한일 강제징용 배상해법 모색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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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9개월만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국제질서가 신냉전으로 재편되는 격변기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가치외교'를 전면에 내걸었다.

미중 전략 경쟁 고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이 본격화한 가운데 전임 정부보다 선명한 외교 노선을 걷겠다는 예고였다.

새 정부는 이런 기조 아래 주변 주요국과의 관계 및 남북관계를 재구축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한미동맹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면서 최악의 상태인 한일관계 복원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과는 '상호 존중'에 기반한 관계로 재설정을 꾀했다.

그러나 미중 경쟁 심화에 따른 살얼음판 같은 외교 환경 속에서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이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가치외교'로의 노선 전환이 구체적 성과를 내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초고속 한미정상회담·나토 참석으로 美와 전방위 협력강화

윤석열 정부는 취임 11일 만인 5월 21일 '초고속'으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다.

전통적인 군사안보부터 경제·기술협력, 공통 가치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글로벌 현안 공조까지 한미 협력의 폭과 범위를 심화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한 것으로 평가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도착 후 첫 행선지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것은 미국이 경제·기술동맹 구축에 부여하는 중요성을 보여줬다.

여기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중국에 덜 의존하는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동맹국들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윤석열 정부도 미국에 호응했다. 바이든 대통령 한일 순방 때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창설멤버로 가입하고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에 제안한 4자간 반도체 공급망 대화(이른바 '칩4') 예비회의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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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방문 마친 윤석열 대통령

또 '가치'를 축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서방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3국 간 안보협력 강화에도 시동을 걸었다.

아울러 9월 중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개최하고 오는 22일부터 시행하는 연합연습을 을지연습과 통합·확대하는 등 군사적으로는 한미동맹의 대북 억제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조처를 하고 있다.

◇ 中은 '독립자주' 요구…尹정부도 부딪힌 '균형외교' 숙제

한미관계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방향은 결과적으로 중국과 관계에서 리스크를 증가시켰다.

중국은 보편적 가치와 상호존중에 기반한 한중관계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최근 칭다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독립자주'와 '공급망 안정 유지' 등을 요구하며 한국의 대미 밀착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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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부 장관 악수

윤석열 정부도 중국과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해 나름의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이 왕 위원에게 칩4와 관련해 "중국과 촘촘히 연결된 교역구조를 감안할 때 중국을 배타적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한 대목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와는 미묘한 거리가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전략적 선명성을 표방했지만 '현실외교의 장'에선 한계가 있다는 점이 새 정부 출범 후 부각된 다양한 외교 현안에서 드러났다는 평가다.

최근 대만을 방문한 뒤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데도 이런 고심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고위급 소통, 실질협력 확대 등을 통해 한중 간 상생의 영역을 잘 유지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현실화하는 것이 새 정부의 중요한 숙제가 됐다.

중국과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데도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진전에 맞춰 단계적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로드맵인 이른바 '담대한 계획'을 성안하고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직함 없이 실명으로 비난하는 등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 의욕적으로 시동 건 한일관계 복원…성과는 아직

새 정부는 한일관계에서도 의욕적 외교 행보에 착수했다.

한일 간 최대 난제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논의하는 민관협의회를 지난달 출범시켰다. 일본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상황이 닥치기 전에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민관협의회를 통해 피해자 측 관계자와 학계, 언론계 등 국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한편 일본의 호응을 끌어내려는 노력도 시작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의 윤 대통령 취임식 참석에 이어 박진 장관이 지난달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4년 7개월 만에 일본을 양자방문하는 등 일본과 고위급 소통 물꼬를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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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장관 양자회담

그러나 이런 노력이 피해자와 일본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해법 마련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피해자 측은 두 차례 민관협의회 참여 후 협의회에서 빠졌고, 일본은 사죄와 대위변제 참여에 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이지 않는 등 아직 양측 모두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문제가 이르면 내주 대법원에서 결정되는 등 현금화는 이미 목전에 다가온 상황이어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오는 15일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정부가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끌고 갈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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