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부 "北비핵화 협상 나오면 '자원·식량 교환' 안보리와 협의"

입력 2022/08/17 15:00
"제재면제 제도 활용해 추진…에스크로 계좌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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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는 윤석열 대통령

정부는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 협상에 임한다면 이른바 '한반도 자원식량교환프로그램'(R-FEP) 가동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들과 제재 면제를 협의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도 제재 면제를 받아서 여러가지 인도적 사업 등이 이뤄진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협상에 나왔을 때 처음부터 그런 프로그램을 제재면제 제도를 활용해서 추진해 볼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그런 기초적 아이디어에 대해 한미 간에 협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정치·군사·경제적 상응조처를 제공한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고, 핵합의 이전이라도 북한의 광물자원과 식량을 교환한다는 개념의 'R-FEP' 추진 방침도 밝혔다.

다만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상 석탄, 철, 철광석, 금, 티타늄, 바나듐광, 희토류 등 광물자원 수출 및 공급, 이전이 금지돼 있다.

따라서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으로 이뤄진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케이스 바이 케이스' 심사를 통해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한다. 결정의 키를 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특히 미국과의 협의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미국과의 협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고 "미국은 이미 ('담대한 구상'의) 목표와 원칙, 방향성에 대해서는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며 "세부사항 이행에 관련해서는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물자원 수출을 상응조처로 제안한 건 북한의 관심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민수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했는데, '광물자원 금수'는 민생부문 제재의 핵심 요소다.




'R-FEP'는 여기에 그간 북한이 거부감을 보여온 일방적 지원 대신 '교환'이란 모양새를 취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자원과 식량의 교환 방식으로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계좌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지금 필요한 식량, 의약품 등 인도적 물품이 있을 텐데 그것을 지원받기보다는 팔 수 있는 것을 팔고, 제3자가 관리하는 에스크로 계좌를 만들어 대금을 넣고 (인도적 물품을) 구입하면 여기서 대금이 빠져나가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크로 계좌 활용 등은 미국의 독자 금융제재 등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관건은 북한이 비핵화 논의 의지가 있는지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느냐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해 종전선언 등 다양한 제안을 먼저 내놓았던 반면 윤석열 정부는 어디까지나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임하는 것을 'R-FEP' 가동의 전제로 삼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그런(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거기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도와주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고위 당국자는 "협상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북한도 어떤 자세나 행동을 해야 자신이 비핵화 협상 의지를 갖고 나온다고 상대방이 인식할지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위협 '억지'와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도록 노력하는 것 역시 '담대한 구상' 로드맵에 포함돼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중요한 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라며 "신호를 보낸 다음에 기다리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우리의 노력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오도록 여건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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