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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입주 2년 대단지 집주인·세입자 갈등 폭발

이선희 , 이축복 기자
입력 2020.08.02 17:14   수정 2020.08.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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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시행 첫 주말 '혼돈'

전세만기 앞둔 '헬리오시티'
기존 세입자 "최대한 버티자"
집주인은 "차라리 내가 살겠다"
'매물 잠김'에 실수요자들은
하남·위례 등지로 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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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 오른 게 말이 됩니까. 전세 알아보다가 분통 터져 못 살겠어요."

2일 서울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 헬리오시티 전세를 알아보던 직장인 박 모씨는 "가격이 엄두가 안 나서 위례나 하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세입자를 위하는 법이라는데 서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개정 임대차법 시행 후 첫 주말 전국 부동산 시장은 대혼란에 휩싸였다. 2년 전 입주를 시작해 전세 1회(2년) 기간이 끝나는 아파트들은 통상 전세 매물이 쏟아질 때지만 매물이 종적을 감췄다. 입주장 때 저렴하게 전세 들었던 세입자들은 "그래도 2년 더 살 수 있다"며 안도를, 집주인들은 "손해 볼 바에 내가 들어가겠다"고 이사를 서두르고 있다. 매물이 급감하고 전셋값이 치솟아 실수요자들은 서울을 떠나 전세가격이 조금이라도 낮은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당장 9~10월 전세 만기를 앞둔 아파트 단지는 매물이 종적을 감췄다. 1061가구 규모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센트럴아이파크는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2018년 11월~2019년 1월 입주장이었던 이 아파트는 통상 요즘 매물이 쏟아져야 하는데 전세 매물이 손에 꼽을 정도다.


2년 전 4억8000만원대였던 전용 84㎡는 현재 최소 6억원은 줘야 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5억8000만원 매물이 하나 있었는데 임대차법 시행 후 세입자가 남기로 해서 이제 없다. 세입자들은 안 나가고, 기존 실거주 집주인들이 내놔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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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9510가구 대단지 헬리오시티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2018년 12월 입주장 때 세 놓은 '전세' 만료 기한이 오는 12월에 돌아온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2월~3월에 입주해 3개월 후면 지금보다 매물이 많겠지만 가격은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전용 84㎡(32평형) 전셋값이 2년 전 6억5000만원대였지만 지난달 9억원까지 뛰었고 현재 호가는 9억~12억원대에 달한다. 기존 세입자들이 전세 연장을 청구하며 매물이 급감했다. 기존 세입자는 5% 상한 내에서 전세를 연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년 전 6억5000만원에 전세를 구한 세입자는 5%인 3250만원만 올리면 되는데, 신규 세입자는 이보다 3억원은 더 줘야(시세 9억원 이상) 전세를 구할 상황에 처했다. 이를 사전에 파악한 헬리오시티 집주인들은 중개업소 조언으로 신규 전세계약을 지난달 30일 전에 집중 처리했다고 전해졌다.

앞으로 새 세입자를 받으려던 집주인들은 '멘붕'이다. 헬리오시티 소유자 김 모씨는 "입주장 때여서 싸게 놨는데 이제 와서 올릴 수도 없다니, 손해 보느니 지금 사는 집은 전세를 주고 이사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 시행 후 전세를 내놓은 집 주인들도 공인중개업소에 '순한 세입자'를 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 목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돈을 더 줄 테니 계약갱신청구권을 안 쓸 세입자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신경전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예 집을 팔겠다는 집주인과 집을 안 보여주겠다는 세입자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신정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내놔도 세입자들이 비협조적이다.


실거주하겠다는 새 집주인이 오면 쫓겨나니까 집을 보여달라고 전화를 하면 전화를 안 받는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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