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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월세상한제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박진주 , 지홍구 , 나현준 기자
입력 2020.08.02 17:23   수정 2020.08.0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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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5%상한제의 역설

대부분은 상승률 5% 못미쳐
상한제가 되레 전셋값 자극
서민 빌라까지 벌써 가격 쑥

상승률 상한선 정하는 지자체
조례 만드는데 한달넘게 걸려
가이드라인도 없어 '우왕좌왕'
◆ 부동산시장 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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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원이 월별로 아파트 가격 통계를 내는 전국 기초지자체 187곳 가운데 2년간 전셋값이 5% 이상 오른 곳은 오직 11곳(5.8%)뿐인데 여길 잡겠다고 전국을 들쑤시나."

2일 매일경제가 지난 2년간(2018년 7월~2020년 6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전세가격이 5% 이상 오른 곳을 전수조사(아파트 기준)한 결과, 이는 아주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중구(12.8%), 경기도 하남시(10.0%) 등이 10% 이상 올랐고 대구 달성군(8.4%), 대전 유성구(8.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은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5%를 밑돌았다. 서울 전 자치구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 2년간 5%를 넘지 못했다. 되레 전세가격이 하락한 곳이 많았다. 인천 역시 중구, 동구, 연수구 등이 모두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산 또한 동래구 아파트 전세가격이 지난 2년간 7.6% 하락하기도 했다. 아파트 가격이 파악되는 기초 지자체(일부는 기초 하위 행정구 포함) 총 187곳 중 가격이 떨어진 곳은 절반 이상(105곳)에 달했다. 전국을 기준으로 지난 2년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9%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월세상한제에 대해 법령에 일률적으로 '5% 범위'로 정하고 국회 토론이나 소위 심사조차 없이 군사작전을 하듯 전국에 적용하는 것이 이치에 맞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이미 전국 집주인들은 이를 빌미 삼아 전셋값을 올리는 분위기여서 전셋값이 안정적이던 일부 지역에서도 애꿎게 가격이 상승 기조로 전환하는 추세다.

최근 1년 내 전세를 끼고 산 외지인이 많이 아파트를 구매한 성북구 돈암동 한 대단지 아파트 공인중개사는 "대부분 기존 세입자가 전세를 연장하려 하기 때문에 전세 매물 자체가 씨가 말랐다"며 "신규 30평(약 99㎡)대 매물은 기존 대비 5000만원가량 올려서 받을 태세인데 이마저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매물을 찾기 어렵다"고 상황을 전했다.

수요·공급이 문제이지만 임대차법으로 인해 실거주 전입이 늘고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결국 공급 부족 상태에서 집주인이 단체로 전셋값을 올리면 세입자들은 대안이 없는 셈이다.


시장 원리에 의해 자연스레 정해지던 전세가격을 정부가 정해주겠다고 들쑤셔놓은 상황에 대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를 연상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손님을 초대해 그의 집에 있는 침대보다 크면 큰 만큼 다리를 자르고, 침대보다 작으면 침대만큼 늘렸다. 이처럼 전월세가격이 높은 지역이든 낮은 지역이든 '침대에 맞춰 강제로 맞추는' 현상이 나올 것이란 말이다.

특히 같은 자치구 내에서도 단지나 지역에 따라 전셋값 상승률은 천차만별이다. 이를 일률적으로 정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단독·다세대·연립주택(빌라)은 문제가 더 크다.

2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1년(2019년 2분기와 2020년 2분기 비교)간 서울 단독·다세대 원룸(전용 30㎡) 가격도 자치구별로 차이가 컸다. 수요가 몰리는 강남구에서는 전용 30㎡ 평균 보증금이 지난 1년간 5278만원(1억4788만원→2억516만원) 상승했다. 상승률은 39%에 달한다.


반면 동대문구는 1억1086만원에서 1억1133만원으로 지난 1년간 47만원밖에 오르지 않았다. 중구는 같은 기간 1억6224만원에서 1억5783만원으로 되레 3%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인해 벌써부터 가격이 상승하는 조짐이 보인다.

중구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세입자가 없는 신축 빌라 전용 33㎡가 있었는데 집주인이 최근 전셋값을 2억2000만원에서 2억6000만원으로 올렸다"며 "빌라 역시 임대차 3법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이제는 한 번 전세를 주면 4년간 묶여 있어야 하다 보니 집주인들이 처음 줄 때부터 대폭 전셋값을 올리려고 한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이었던 외곽 지역도 임대차 3법 영향으로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광역지자체 내에서도 지역별로 상황이 달라 지자체 담당자들이 고심하고 있다.


국회가 임대차 3법을 통과시키면서 5% 범위 내에서 광역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전월세 상한선을 정하라고 위임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대차 3법이 졸속으로 입법되고 곧바로 시행되다 보니 아직 지자체 쪽에서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이다. 보통 조례를 만드는 데 한 달 이상 소요되는데, 조례로 일정 수치를 정하면 법 시행 후 그 기준과 법령인 5% 차이에 대해선 소급적용을 해야 하는지 논란이 생긴다.

서울시도 지난 2년간 아파트 전셋값을 살펴보면 양천구는 4.0% 상승한 반면 강동구는 4.6% 하락했는데 이 같은 자치구별 차이를 어떻게 감안해야 할지가 향후 쟁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장 말씀드릴 게 없다"고 전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임대료가 얼마나 상승하는지 현황을 파악해야 하고, 어떤 기준으로 상한선을 정할지에 대해서도 물리적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는 상한선을 5%보다 좀 낮게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한선을 5%로 높였을 때 갱신할 때마다 5%를 적용하면 부영 등 임대아파트 거주민이 부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낮출 것이란 전망이다.

[박진주 기자 / 지홍구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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