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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집값 상승이 낳은 웃픈 현실...씁쓸한 신조어 '벼락거지'

이축복 기자
입력 2020.11.22 11:24   수정 2020.11.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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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무주택자 박탈감…자조섞인 신조어까지

착실히 돈모아온 직장인들
집값폭등에 월세난민 전락

상한제 탓에 로또아파트 광풍
청약 노리던 3~4인가구 낭패



"세종시 올 때 아파트를 샀어야 했는데 이거 속 쓰려서 살겠나."(30대 세종시 공무원 A씨)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정부 약속을 믿고 아파트 구입을 미뤘다가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모두 올라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두고 '벼락거지'란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갑자기 큰돈을 번 '벼락부자'와 달리 본인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주택가격이 뛰는 바람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무주택자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 서울 전셋값이 73주째 급등하고 보증금을 추가로 마련할 위기에 처한 이들의 현 상황을 반영한 신조어다.

22일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라 상대적으로 자산이 하락한 사람들을 두고 '벼락거지'라고 소개됐다.

벼락거지는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일개미파'다. 전셋집을 구해 개인 자금을 마련하는 맞벌이 부부 또는 근로소득을 그대로 예·적금 통장에 넣는 직장인을 말한다. 집값 변동보다는 개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집을 무리해서 사지 않은 경우다. 그러나 '벼락거지'란 신조어는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간 격차가 커지면서 '일개미파' 자산이 상대적으로 하락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KB 월간주택가격동향 면적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값은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가 문재인정부 출범(2017년 5월) 대비 4억원 넘게 올랐다. 아파트값 상승률은 서울이 34.5%, 세종은 40.51%에 달한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며 전세살이를 하는 30대 공무원 A씨는 "세종·대전 모두 집값이 올라 늦기 전에 인근 공주시에서라도 집을 마련할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게다가 이달 30일부터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경우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막는 '영끌 매수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내 집 마련' 사다리가 걷어차이는 모양새다.


벼락거지의 두 번째 유형은 '타이밍파'다. 3~4인 가구에 청약 가점이 50점대로 로또청약을 노리거나 정부 공급대책 효과를 기다리고 집값이 내려갈 때 매수하려고 전세살이를 선호한 경우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 규제로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 아파트가 공급되자 청약 경쟁률과 함께 청약가점 커트라인도 동반 상승하니 4인 가구 만점 가점으로도 당첨이 요원해졌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서울 1순위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71.0대1로 지난해 경쟁률(31.6대1)보다 2.2배 뛰었다. 경쟁률이 100대1을 넘는 사업장은 2019년 6곳이었지만 올해에는 이미 14곳으로 2배가 넘었다. 청약홈에 따르면 과천 지식정보타운 3개 아파트(S1·S4·S5블록) 청약 당첨자 평균 가점은 모두 70점을 넘겼다. 이는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가점(69점)보다 높다.


이 와중에 서울 전셋값은 73주 연속 상승하며 세입자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는 10월 8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지난 7월 7억8000만원보다 1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학군 밀집지인 목동14단지 전용 108㎡도 7억원 수준이던 전세금이 지난 9일 9억5000만원에 거래돼 3개월 새 2억원 넘게 오르기도 했다.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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