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무주택자 옥죄니 괴롭다"…집값올라 대출막힌 3040

입력 2021/03/01 16:48
수정 2021/03/02 10:08
수도권 아파트 22% 9억 넘어

4년전 6.23%에서 세배 '껑충'
9억부터 LTV 절반 줄어들고
정책대출되는 6억이하 '가뭄'

집값상승·전월세 금지법에
DSR 규제까지 더 옥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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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갈아타기를 계획하는 서울의 1주택자 김 모씨(37)의 고민은 대출이다. 5억원이 조금 넘었던 첫 아파트(전용면적 49㎡)를 살 땐 주택금융공사의 정책 모기지인 '보금자리론'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난도 자체가 달랐다. 김씨는 "살고 있는 집이 8억원대 후반으로 오르고, 부부가 알뜰히 모았으니 갈아타기는 무난할 줄 알았다"며 "그런데 30평대는 죄다 12억원이 넘어 버리고, 9억원이 넘으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20%로 줄어든다. 작년 11월 30일 이후로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은 회수돼 버리니 도저히 자금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 경기도 안양시에 집을 알아보는 정 모씨(35)의 고민 역시 대출이다. 매수 의향이 있는 아파트 단지가 작년엔 5억원대에 거래됐는데 현재 호가는 7억5000만원 수준이다. 작년 시세라면 보금자리론이 가능했지만 이제 불가능하다. 보금자리론은 LTV가 60%(한도 3억원)인 대신 6억원이 넘으면 실행이 안되기 때문이다. 정씨는 "보금자리론 조건이 너무 팍팍하다"며 "맞벌이 부부라 대출을 갚을 여력이 있는데도 실거주용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를 옥죄니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집값이 급등하며 대출 규제가 적용되는 9억원 초과 수도권 아파트가 다섯 채 중 한 채꼴에 달했다. 대출을 묶어 집값을 억제하려 했던 정부 의도와는 달리 집값은 집값대로 뛰고,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실수요층만 힘들어진 꼴이 된 것이다.

1일 부동산114 REPS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으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중 9억원 초과 비중은 22.16%에 달했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7년 1월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매우 가팔랐다. 2017년 1월 6.23%에 불과했던 9억원 초과 아파트의 비중이 지난달까지 세 배 이상으로 폭증한 것이다.

9억원은 대출 규제 기준선이다. 9억원 이하 주택은 LTV가 40%지만 9억원 초과분부터 LTV가 20%로 적용된다. 15억원이 넘는 주택은 대출이 아예 안 나온다. 그럼에도 4년간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이 15.93%포인트 늘어난 건 대출 규제가 집값 상승을 막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는 걸 방증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보호할 실수요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부동산 정책을 펼쳐야 했지만 특정 지역, 즉 강남 집값 잡기와 수요 억제 정책에 매몰돼 버렸다"며 "대기업 맞벌이 부부처럼 상환능력이 건실한 이들이야말로 실수요자지만 그간 부동산 정책이 매우 좁은 시야에서 집행된 탓에 무시됐다"고 말했다.

9억원까지 가지 않더라도 집값이 6억원을 넘는다면 보금자리론 같은 정책 모기지를 받을 수 없다. 여기에 최근 정부에서 논의하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까지 3월 중 나온다면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부모 지원 없이 내 집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DSR란 주택담보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보증금대출 등 모든 빚에 대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지금은 은행별로 DSR 평균을 40%로 관리한다. 예컨대 은행이 A씨에게 DSR 60%를 적용했다면 B씨에게 20%를 적용해 평균 40%를 맞추는 방식이다. 이걸 A씨, B씨에게 각자 40%를 적용한다는 게 개편 방향이다. 이런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과 전월세금지법 시행으로 무주택자를 위한 청약의 문은 더욱 좁아졌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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