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땅문서 넘기고 LH 믿으라?"…'무소불위 권한' 변창흠표 공공주택

입력 2021/03/04 17:56
수정 2021/03/06 11:48
2·4 부동산대책까지 '불똥'

59만 가구를 LH 등 공공서
인허가 면제 등 각종 특혜에
감정평가·분양에 절대 권한
부패·비리만 더 늘어날수도

"땅문서 넘기고 LH 믿으라?
신뢰성 추락탓 외면받을것"
◆ LH 투기의혹 후폭풍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사전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2·4 대책 등 정부의 주택 공급 방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의 역할을 최대화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2·4 대책은 특히 '공공이 직접 사업을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을 표방하면서 사실상 LH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초유의 막대한 권한을 몰아준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 LH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논란이 불거지며 정부의 공급 대책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민간 부문의 위축이 염려된다는 의견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2·4 대책을 자세히 뜯어보면 공공 주도로 이뤄지는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을 통해 13만6000가구, 공공이 주도하고 민간 사업자를 참여시키는 '도심 공공 주택 복합 사업'을 통해 19만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공공 택지 26만3000가구까지 합하면 정부가 2025년까지 용지를 확보하겠다고 공언한 전국 83만6000가구 중 59만5000가구(71.1%)를 LH 등 공공 기관이 짓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의 권한과 책임이 지나치게 비대해진다는 점이다.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재개발·재건축)은 조합원 과반수 요청만 얻으면 LH가 정비 사업에 바로 착수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재건축 조합에서 토지소유권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LH는 감정평가, 분양 신청·배정, 일반 분양가 책정 등 모든 과정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갖는다.

이 같은 이유로 자산을 다 넘겼다가 LH 등 공기업이 소유주들의 이해관계와 전혀 다른 사업을 진행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한 민간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 직접 시행 규정을 살펴보면 관리처분 인가 등 일부 인허가 절차도 생략하게 돼 있다"며 "사실상 공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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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준공업·저층 주거지 등에서 실시되는 '도심 공공 주택 복합 사업'도 정부가 예정 지구로 지정하고 1년 이내에 토지주 등 3분의 2가 동의하면 신속 인허가(패스트트랙)를 가동해 LH 등이 사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게 돼 있다.

용적률을 1단계 종상향해 주거나 법정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높일 수 있는 등 인센티브도 상당하다. '쪽방촌 정비'로 알려진 공공 주택 및 도시 재생 사업에서는 LH가 아예 토지 소유주 동의 없이 토지수용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LH 쪽에선 토지소유권을 헐값에 가져가 자유롭게 개발이익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후보지 선정부터 보상, 일반 분양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신도시 사업은 임직원 정보 유출과 투기 의혹이 LH 전신인 토지공사·주택공사 시절부터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택 공급 대책의 큰 축을 담당할 LH에서 투기 의혹이 생기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큰 타격을 받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 개발을 주도해야 할 LH가 투기를 주도했으니 공공 개발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공공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해 공공 주도 도심 개발 사업 등이 지금보다 더 외면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측 관계자 역시 "LH 임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토지 투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공공 주택 사업에 국민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고,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하는 주민들은 심한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카페 등에선 '앞에선 부동산 거품 잡겠다며 뒤통수 치는 공무원들' '꼬우면 니들이 직원 하라는 소리' '일반인도 공부하면 신도시 어디 될지 답이 나오나' 등의 댓글이 잇달아 달리고 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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