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 거래질서 잡겠다며 중개보조원 상한제 꺼낸 여당

입력 2021/05/07 17:18
수정 2021/05/07 20:03
김경협 의원 개정안 논란

"보조원 숫자는 중개사수 만큼"
벌금 1천만원…6만고용 위협
부동산중개 스타트업도 '흔들'
더불어민주당이 중개보조원의 채용 제한을 두는 법안을 발의했다. 1999년 시장 규제 완화 차원에서 철폐된 중개보조원 채용 상한제가 22년 만에 부활할 조짐이다. 여당은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서 민간 공인중개사무소에서 고용하는 중개보조원의 구체적인 채용 비율까지 넣었다. 부동산 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이유에서지만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고용계약까지 법으로 단속하는 것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공인중개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중개사무소에서 공인중개사 수를 초과해 중개보조원을 고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중개보조원을 4명 이상 고용하는 중개사무소가 법 적용을 받는다.


가령 개업공인중개사 1명이 공인중개사 3명을 고용한 사무소라면, 중개보조원을 4명 이상 채용할 수 없다. 법안은 규정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속칭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과 기획부동산 등 중개보조원을 통해 이뤄지는 부동산 투기 조장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김 의원은 "실제 중개 과정에서 중개보조원과 공인중개사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 3년간 중개보조원에 의한 사기·횡령 등 범죄 건수가 전체 사고 건수 129건 중 81건(62.8%)으로, 부동산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중개보조원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 도입을 두고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법안에 따르면 법에 규정된 중개보조원 수를 초과해 고용한 공인중개업자는 3년 안에 규정에 적합하도록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개보조원은 별다른 자격증이 없어도 4시간 직무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채용 시 학력도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진입 장벽이 낮아 단기로 생계를 이어가려는 이들이 선택하는 일자리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국 중개보조원은 5만~7만명으로 추산된다.

해당 법안은 일부 '프롭테크 기업(부동산 IT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매물을 직접 중개하는 사업 형태를 띠는 프롭테크 업체들은 공인중개사보다는 중개보조원의 고용 비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공인중개사를 추가 고용하거나, 중개보조원을 해고해 비율을 낮춰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초기 단계에 있는 프롭테크 기업들의 경영 전략도 타격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 경제 질서를 무시하는 비상식적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개보조원 채용을 줄이려 하기보다는 차라리 처벌을 강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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