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번 생에 아파트 포기합니다"…빌라 매입에 나선 실수요자

조성신 기자
입력 2021/05/09 08:16
수정 2021/05/0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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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 다가구가 밀집한 서울 중구 신당동 모습 [매경DB]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 뛰면서 주택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실수요자들이 빌라(다세대·연립주택)로 몰리고 있다. 전셋값마저 크게 오르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내 집 마련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매입을 서두르면서 거래량 역전 현상이 4개월째 이어졌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의 빌라 매매 건수(신고일 기준)는 총 3217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1450건)보다 2.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 기간이 약 4주가 남아있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빌라나 아파트 모두 기준 시점은 같아 추세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거래량은 빌라 거래보다 월간 기준으로 2, 3배까지도 많다.


하지만, 올해는 1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거래량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1월 빌라 거래량은 5883건으로 아파트 거래량(5771건)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그러나 2월 14.7%(빌라 4422건, 아파트 3854건), 3월 35.5%(빌라 5056건, 아파트 3730건)으로 점차 폭을 확대하더니 지난달은 아파트 거래량의 2.2배 수준으로 격차를 더 벌렸다.

'2·4공급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월 정점에 도달한 이후 '거래 절벽'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빌라 거래량만 작년 말 실수요자의 패닉바잉(공황구매) 영향으로 거래량이 늘었다.

주택업계 전문가들은 빌라의 거래량이 증가한 이유로 서울 아파트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빌라로 몰리는, 또 다른 종류의 풍선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 빌라의 평균 매매가는 2억6862만원이다. 빌라 평균 매매가격도 상승세지만, 1분위(하위 20%) 평균만 5억원을 넘어선 아파트에 비하면 문턱이 낮은 편이다.

여기에 대출 문턱이 낮다는 점도 빌라 매수 증가에 영향을 준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풍선효과는 오피스텔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2.8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인 10%보다 약 2.3배 높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특히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은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로 제한되는데다 9억 초과분은 20%로 낮아지는 반면, 주거용 오피스텔은 시세와 관계없이 최대 7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청약 당첨 시 주택보유 수에 포함되지 않아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고, 오피스텔 분양권은 취득세와 양도세 산정 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해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사라지면서 일부 무주택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빌라로 선회하고 있다"면서서도 "다세대·연립주택(빌라)은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 아파트처럼 거래가 원활하지 않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달 지역별 빌라 거래는 도봉구가 357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강서구 304건, 은평구 273건, 강북구 237건 등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월세·반전세↑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보호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 뒤 반전세 등 월세를 낀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속된 저금리 여파로 보유세 인상이 예고된 데다 전셋값이 크게 뛰면서 전셋값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세를 구하지 못하거나 오른 보증금을 대지 못하는 임차인이 늘어나면서 월세나 반전세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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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잠실동 전월세관련 안내가 붙은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 = 이충우 기자]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동안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2만118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보증금 외에 매달 일정액을 추가로 지불하는 반전세·월세는 4만1344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34.1%를 차지했다. 순수 전세 비율은 71.6%에서 65.9%로 감소한 셈이다.

반전세는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와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 초과)가 합쳐진 개념이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치 이하인 임대차 형태를 말한다. 새 임대차법 시행 전 1년 간 반전세·월세의 비율이 30%를 넘긴 적은 딱 한 차례(작년 4월 32.6%) 있었지만, 해당 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8월부터 9개월간 이 비중이 30% 미만인 달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법 시행 후 9개월 연속 30%를 넘은 것은 물론, 작년 11월(40.8%)에는 40%를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35.4%, 2월 33.7%, 3월 31.3%, 지난달 36.2% 등으로 35%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권과 서울 외곽 가리지 않고 반전세·월세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의 반전세·월세 비율이 작년 6월 29.9%, 7월 32.3%에서 법 시행 후인 8월 34.9%, 9월 37.5%로 높아졌고, 11월에는 46.6%까지 치솟았다. 올해에도 1월 38.1%, 지난달 37.3% 등 3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소파구도 지난해 5∼7월 25∼27% 수준에 그쳤지만, 8월 45.9%로 뛰었고, 이후 35% 안팎을 오가다가 11월 43.6%로 다시 크게 올랐다. 올해 들어서도 4월까지 30∼36% 사이를 오가고 있다.

서울 외곽에선 구로구가 작년 6∼7월 23∼26% 수준에서 8월 30.9%로 오른 데 이어 11월 52.2%로 절반을 넘겼고, 올해 1월 44.7%, 2월 37.7%, 3월 36.1% 등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매달 일정액의 임차료를 내야 하는 월세·반전세 거래의 비율은 지난해 6월 26.7%였지만, 세 달 만에 40%를 넘어섰다. 강서구도 지난해 6월 전체 임대차 거래의 27% 수준이었던 월세·반전세 비중은 지난달에는 57.8%로 절반을 넘겼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많은 세입자들이 기존 전셋집의 전세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연쇄적으로 시장의 전세 물량은 줄었고 가격은 크게 뛰었다"면서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났고, 임대시장이 빠르게 월세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전세·월세 임대료 뛰었다


반전세·월세 임대료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보유세 부담이 늘면서 임차료를 받아 세금을 내려는 집주인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례로 단일 단지로는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 안팎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10월에는 1억원에 300만원, 그 다음달에는 1억원에 320만원으로 월세가 뛰었다. 지난해 7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만원에 거래됐다.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아이파크·이편한세상' 전용 59㎡는 작년 5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2층)이던 것이 10월 1억원에 140만원(12층), 올해 1월 1억원에 150만원(2층)으로 올랐고,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해 7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만원(19층)에서 올해 2월 1억원에 160만원(12층)으로 각각 올랐다.

오는 6월 전월세신고제 시행도 또 다른 상승 원으로 지적된다. 정부가 전월세신고제 세부 방안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전문가들은 대부분 전월세 물량 공급 감소, 임대료 상승 등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임대차 시장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해 부동산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일부 있었지만, 이보다 새로운 규제 도입에 따른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지금껏 드러난 임대차 3법의 부작용에 비춰볼 때 결국 전월세 물량 공급 감소로 이어져 결국 시장 불안을 촉발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계약 데이터를 모아 정확한 행정을 펴는 데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 과정에서 시장 주체들이 이 제도를 규제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규제가 늘었다고 생각하는 임대인 등 시장 참여자들이 공급을 줄이거나 투자를 미룰 수 있다. 정도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 위축, 공급 감소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지속되면 서민들의 주거 불안은 커지게 된다. 전세를 구하지 못해 반전세나 월세로 들어가게 되면 그만큼 고정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성동구의 한 아파트를 반월세로 계약한 김모씨는 "직장과 가까운 곳에 전셋집을 구하려 돌아다녀 봤지만, 전세는 없고 있어도 너무 비싸 계약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면서 "집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을 포기할 판인데 전·월세마저 뛰면서 이젠 매월 100만원씩 생돈이 들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0.54%(한국부동산원 자료) 올랐다. 지난 3월(0.7%)과 비교하면 전셋값 상승 폭은 축소했다. 임대차 2법 시행 직후와 비교하면 전세 매물은 증가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5일 기준 2만2766건이었다. 6개월 전(1만7173건)보다 32.5% 늘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월세를 받아 보유세 부담을 줄이려는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 수요가 많다"며 "전세의 월세 전환 시 법정전환율을 따르기 때문에 당장 세입자에게 큰 부담은 안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월세가 늘어나는 건 세입자의 주거안정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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