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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개발 '흙속의 진주' 노량진 속도낸다 [스페셜 리포트]

입력 2021/05/09 17:00
수정 2021/05/09 22:45
◆ SPECIAL REPORT : 속도 내는 노량진 재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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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 부근 빌딩에서 찍은 노량진뉴타운 전경. 멀리 여의도가 보인다. [한주형 기자]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울 재개발 3대장으로 대개 한남뉴타운, 성수전략정비구역, 흑석뉴타운을 꼽는다. 하지만 이들 못지않게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받는 재개발 지역이 하나 있다. 바로 노량진뉴타운이다. 앞에서 꼽은 세 군데보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내실이 탄탄해 '흙 속의 진주'라고 평가받는 곳이다.

서울 서남부권 요지로 꼽히는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노량진뉴타운 8개 구역이 모두 조합 설립을 마쳤고 이 중 7개 구역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거나 관리처분을 준비하며 사업을 진척시키고 있다. 재개발 사업에서 관리처분인가 단계 근처까지 진행되면 사업의 '7부 능선'은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대방동 일대 73만8000㎡ 규모인 노량진뉴타운은 2003년 서울시 2차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 2009년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지정됐고 이듬해 대방동 일대 1000㎡가 7~8구역으로 추가됐다. 다만 아직까지 사업이 마무리된 곳은 없다. 구역 간 경계가 모호하게 중복된 데다 노량진수산물시장과 고시촌, 학원가 등을 중심으로 복잡한 토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개발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못 냈다.

◆ 속도 가장 빠른 6구역, 2025년 입주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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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일대는 수산시장 등 낙후된 이미지 탓에 그동안 주거지로 외면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량진뉴타운이 완성만 된다면 폭발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광화문 강남 여의도 등 이른바 3개 도심 접근성이 모두 좋아 입지 측면에서는 '알짜'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노량진뉴타운 분위기가 바뀐 것은 올해 초부터다. 올해 1월 말 6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더니 3월에는 2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이에 앞서 2월에는 사업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던 3구역과 5구역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현재 뉴타운 중 1구역을 제외하고 모두 본격적인 재개발 신호탄을 의미하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다.

노량진6구역은 올 상반기 안에 이주를 시작해 내년 초 사업지를 철거하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재개발 과정이 끝나면 노량진6구역은 1499가구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조합원 분양 770가구와 임대 262가구를 제외한 467가구가 이르면 내년쯤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GS건설과 SK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를 맡는다.

2구역은 향후 지하 4층~지상 29층 421가구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조합원 분양 111가구와 임대주택 106가구를 제외한 200여 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온다. 2구역 조합도 올해 말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개발업계에서는 6구역과 2구역이 이르면 2025년 입주를 완료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른 구역도 부지런히 사업을 진행 중이다. 4·7·8구역도 관리처분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4구역(844가구)은 2019년 9월 시공사로 현대건설을 선정했다. 7구역(576가구)과 8구역(1007가구) 역시 각각 SK건설과 DL이앤씨로 시공사를 정했다. 사업시행인가를 최근 받은 3구역(1012가구)과 5구역(727가구)도 올해 안에 시공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1구역(2992가구)은 현재 건축심의 준비 단계다.

◆ 노량진 역세권인 1·3구역이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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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뉴타운 8개 구역 중 핵심은 단연 1구역과 3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 역세권인 데다 평지에 가깝다. 이곳은 특히 재개발 과정에서 일부 가구가 한강 조망까지 누릴 수 있게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이들 구역에서 한강에 이르기까지 높은 건물이 별로 없다"며 "만일 한강 조망까지 가능하다면 장점이 꽤 강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구역은 가장 속도가 느리지만 13만2118㎡로 사업 면적이 가장 넓어 투자자 관심 또한 크다. 3구역은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손꼽히며 노량진초등학교를 품고 있다.

2구역과 4구역은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 역세권이다. 동작구 종합행정타운이 장승배기역 근처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개발 기대감도 크다. 2구역은 역세권 밀도계획이 적용돼 용적률 398%와 건폐율 43%가 적용된다. 전체 노량진뉴타운 지역 중 조합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기도 하다. 4구역은 총 844가구 규모로 조합원 418가구와 임대 147가구를 제외한 295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다만 4구역은 장승배기역에서 이어지는 길이 뉴타운에 포함되지 않아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5구역은 KT 동작지사 옆쪽으로 길게 이어진 구역이다. 완만한 경사가 있으며 영화초등학교와 영등포중·고등학교가 가깝다. 6구역과 7구역은 언덕 위에 위치해 지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이 단점이지만 장승공원·백로어린이공원 등이 가깝고 주변 학교 접근도 쉬운 편이다.

8구역은 노량진뉴타운 안에서도 은근히 괜찮은 입지로 꼽힌다. 노량진역과 대방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약간 걷는다면 두 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위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노량진역에는 1·9호선에 서부선이 들어올 예정이고 대방역에는 1호선과 신림선이 지나갈 것"이라며 "초역세권은 아니지만 평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위치"라고 설명했다.

노량진뉴타운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과거 선호하지 않던 '경계 매물'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에서 처음 구역 지정을 할 때와 현재 도로가 바뀌며 2개 구역에 끼인 주택이 다수 존재하게 됐다. 이러한 주택을 경계 매물이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한쪽 구역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이런 경계 매물에 대한 반감이 컸지만 최근에는 양쪽 구역 진행 속도나 사업성에 따라 선택이 가능해 선호도가 있다고 부동산업계는 귀띔했다. 이럴 경우 조합원 분양 시기에 한쪽을 선택해 분양신청을 하면 자동으로 타 구역 조합원 자격을 잃는다. 다만 구역 상황에 따라 이주 과정에서 고시촌 원룸 사업자들의 영업 손실로 인한 저항이나 반발이 일어날 수 있어 투자 과정에서 신중해야 한다.

◆ 사업 가시화로 몸값 올라…현금 10억원은 충당해야


사업이 이처럼 탄력을 받으면서 노량진뉴타운 내 단독·다가구 주택 몸값도 상당히 올라왔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6구역에서 전용 84㎡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빌라 웃돈(프리미엄)이 10억~11억원에 육박한다. 3구역 역시 사업시행인가가 난 이후 웃돈이 1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현재 노량진뉴타운 8개 구역 웃돈은 최소 8억~9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노량진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용 84㎡를 배정받는 물건의 매매가격이 추가 분담금까지 포함하면 14억~15억원은 될 것"이라며 "초기 투자금 기준 10억원 아래 물건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사정을 전했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노량진뉴타운의 가격 상승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고 본다. 인근 흑석뉴타운 전용 84㎡ 시세가 20억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흑석뉴타운 대장주인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올 1월 21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노량진뉴타운 서쪽에 위치한 신길뉴타운 전용84㎡ 시세도 16억~17억원에 형성돼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노량진뉴타운 입지가 흑석뉴타운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흑석부터 노량진, 신길로 이어지는 블록이 서울 서남권 핵심 주거단지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량진뉴타운은 8개 구역 중 7곳이 8부 능선을 넘은 만큼 수년 내 분양·입주할 확률이 높다. 다만 요즘 여느 재개발 구역이 그렇듯 노량진뉴타운에 투자하려면 넉넉한 현금이 필요하다. 전세를 끼고 매입하더라도 워낙 노후된 주택이어서 전셋값이 높지 않다. 매물 권리가액은 물론 10억원을 훌쩍 넘는 웃돈을 사실상 100% 현금으로 충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개발 구역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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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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