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주택공급 막자…중견건설사만 유탄

입력 2021/05/09 17:05
수정 2021/05/09 22:31
대형건설사 지방분양 '봇물'

10대 건설사가 2분기에만
수도권 外 2만가구 분양
작년보다 두배로 많아져

주민들도 고급 브랜드 선호
중견건설사들 '찬밥신세'
"공급축소가 중견사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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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공급이 묶인 이후 대형 건설사에 밀려 중견 건설사들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사진은 다산신도시 전경. [정석환 기자]

# 금성백조주택은 2016년 수의계약을 통해 대전 서구 가장동 38-1 일대에 재개발로 1779가구를 공급하는 도마변동1 주택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조합 측에서 2019년 말 금성백조건설에 시공사 해지를 통보했고, 지난 3월 금성백조주택과의 계약을 해지한 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신규 시공사로 선정했다. 금성백조주택 관계자는 "조합 측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이유로 계약 해지에 나섰다"며 "이 과정에서 입은 손실이 최소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국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중견 건설사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흔히 '대형 건설사'로 일컬어지는 10대 건설사(도급 순위)들의 지방 분양시장 공략이 활발해지면서 중견 건설사들은 점점 밀려나고 있다.


9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10대 건설사들은 29개 단지·2만764가구(아파트 일반분양 기준·컨소시엄 제외)를 분양할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건설사에는 도급 순위 순으로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옛 대림산업),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SK건설이 포함된다.

분양 예정인 2만764가구는 전년 동기 1만175가구(12개 단지)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물량이다. 2019년 2분기 6725가구와 비교하면 208.7%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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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들의 지방 분양물량이 증가하면 지방에 거주하는 주민들로서는 '브랜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성백조주택 사례 역시 일부 조합원들이 현대건설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선호하면서 비롯됐다. 조합 측은 법원이 시공사 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마저 기각한 만큼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들은 지역에서 가격을 선도하는 경우가 많아 실거주 이외에 투자 측면에서도 관심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전국적인 주택 공급 생태계의 '허리' 역할을 해온 중견 건설사들을 고사시키게 되고 결국 건설업 전반에 큰 충격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향토기업'들은 지역 발전 기여도가 높은 데다 건설업이 불황일 때도 각 지역의 주택 공급에 마지노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들을 밀어내면 결국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손실로 돌아온다는 지적이 많다.

중견 건설사들 입장에선 생존 위기다. 이들은 현 정부와 서울시가 그간 각종 규제폭탄으로 서울 공급을 틀어막으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렸다고 보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일정은 대개 3~4년 전에 이미 정해진다"며 "이 시기부터 서울 아파트 공급이 막히면서 10대 건설사들이 자연스럽게 지방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실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재건축·재개발이 막히면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약 21만가구 공급이 막혔다고 분석된다. 서울시 의회가 발표한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 내 정비사업 해제구역에서 공급 가능했으나 막혔던 물량은 연평균 4만2461가구로 집계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위에서 '최근 왜 서울에 분양하는 아파트가 없냐'고 할 때마다 할말이 없다"며 "분양가상한제하에서는 건설사들이 차별화를 두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서울도 '브랜드'를 따라 시공사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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