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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주민 동의 없이도 도심개발…재산권 침해 날개 달아준 국회

입력 2021/06/16 17:06
수정 2021/06/16 21:29
2·4대책 법안 상임위 통과

국토부·지자체 일방 지정후
건축·토지분할 등 금지가능
'정책 알박기'반발 거세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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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대책 관련 후속 법안을 논의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는 조항을 담아 법안을 통과시켰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에 예정지구 동의율 요건인 10%를 없애는 쪽으로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예정지구 동의율 요건은 주민의 개발 의사를 확인하는 첫 단추로, 예정지구가 지정되고 나면 지구 내 해당 지역에서는 건축물 건축, 공작물 설치, 토지 형질 변경, 토지 분할·합병 등이 금지된다.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오롯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뜻에 따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걸리게 되는 셈이다.


16일 국토교통부는 "2·4 대책 관련 7개 법률 개정안이 6월 15일 여야 합의로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며 "주택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3개 사업법안과 4개 지원법안이 소위를 통과하면서 주택 공급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날 공공주택특별법에 대한 법안 소위 심사 과정에서는 예정지구 지정을 위한 토지 등 소유자 10% 동의 요건을 삭제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해당 법안은 사실상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으로 여당 의원이 발의하는 형태인 '청부 입법'을 거쳐 국회로 올라왔다. 정부가 만든 안에서는 예정지구 지정을 위해 10% 주민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빠진 것이다.

도심 내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 주거지를 고밀개발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당초 예정지구 지정(10% 동의), 본지구 지정(3분의 2 동의)을 거쳐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다. 예정지구 제안 요건인 10%를 삭제하게 되면서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기준으로는 주민 동의 없이도 예정지구 지정이 가능하다.

국민의 기본권 제한과 관련돼 있는 만큼 10% 동의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안 검토를 맡은 최시억 국회 국토위 수석전문위원은 "주민 일부만의 동의로 행위제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토지 대부분을 소유한 자들의 기본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토부는 주민 동의를 받는 절차 없이 사업 후보지를 발표해왔다. 정부는 역세권(23곳), 준공업지역(2곳), 저층주거지(21곳) 등 총 46곳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를 발표했는데, 10% 이상 주민 동의를 확보한 곳은 12곳에 불과하다.

국토부 도심주택총괄과 관계자는 "공공기관 제안 시 10%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내부 규정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실제 예정지구 지정 시에는 동의율이 높은 지역을 우선 검토할 예정으로, 행위제한은 10%보다 훨씬 높은 동의를 받는 지역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민 동의 없는 후보지 발표가 '정책 알박기'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예비지구 지정 동의율 절차까지 건너뛰면서 주민 갈등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는 당초 현금 청산 논란을 일으켰던 대책 발표일 이후 우선공급권 제한 규정도 본회의 통과 이후로 늦췄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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