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안전진단 '넘사벽'…고덕주공9단지도 탈락

입력 2021/06/16 17:07
수정 2021/06/17 11:42
재건축안전진단 강화 영향

1300가구 고덕9 탈락 소식에
상계6단지, 2차신청 보류키로
목동 14개 단지중 1곳만 통과

"구조안전성 가중치 낮춰야"
서울시 요구 국토부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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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0가구 고덕주공 9단지가 2차 안전진단을 통과 못했다. 사진은 강동구 아파트. [매경DB]

1320가구 규모 서울 강동구 재건축 단지인 명일동 고덕주공 9단지가 안전진단 벽을 결국 넘지 못했다. 1차 안전진단은 통과했지만 2차 안전진단에서 떨어진 것인데, 업계에서는 '예고된 결과'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정부가 안전진단 항목 중 구조안전성을 대폭 강화하면서 붕괴 위험성이 없는 이상 재건축 판정을 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어도, 제도 개선이 있을 때까지 2차 안전진단 신청을 보류하는 재건축 단지마저 등장했다.

16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국토안전관리원은 최근 강동구청에 고덕주공 9단지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 결과 62.70점(C등급)으로 '유지보수' 판정을 통보했다.


이는 지난해 말 고덕주공 9단지가 1차 안전진단으로 받아든 결과(51.29점·D등급)보다 10점 넘게 오른 점수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100점 만점으로 점수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데 D등급(31~55점)은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 E등급(31점 미만)은 안전진단 통과 확정, A~C등급(55점 초과)은 유지보수 판정으로 재건축 불가를 뜻한다. 고덕주공 9단지 관계자는 "1차 안전진단 용역 업체가 몇 가지 잘못 산정한 부분이 있어 일부 점수가 오르는 건 납득할 수 있지만 어떻게 1차와 2차가 10점 넘게 차이 날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주거환경 평가 비중을 줄이고 구조안전성 평가를 높이는 등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다. 구조안전성 비중이 50%까지 상승하고 주거환경 비중은 15%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1차 안전진단은 입주민이 용역 업체를 선정할 수 있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1차 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D등급)한다면 공공기관 2곳의 2차 안전진단에서는 한층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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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일부 단지에서는 적정성 검토 단계를 넘기지 못한 단지가 많이 발생하면서 안전진단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목소리가 높다.


목동 9단지와 11단지 모두 1차 안전진단을 넘겼으나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C등급을 받아 재건축 진행이 멈췄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에서 적정성 검토를 넘긴 곳은 총 14개 단지 중 목동 6단지 1곳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40년이 넘어 배관이 녹슬고 거주 여건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현행 기준으로는 건물이 무너질 정도가 아니라면 재건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더라도 2차 안전진단 신청을 보류하는 단지마저 나왔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는 2차 안전진단 신청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단지는 지난 4월 정밀안전진단에서 54.14점으로 D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2차 안전진단을 받아야만 한다. 상계주공 6단지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국토부에 안전진단 기준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으니 경과를 지켜보고 신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주민 실생활에 맞게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재고해 달라고 국토부에 공문을 보냈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현재 구조안전성 가중치인 50%를 30%로 낮춰 달라고 공식 건의한 것이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당시 구조안전성 고려 비율인 20%와 40%의 중간치다. 안전진단 고려 항목은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시설 노후도, 비용분석으로 나뉜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전진단 기준이 변경될 움직임은 없다. 국토부가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는 시장 안정세를 고려해 추가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한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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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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