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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 청년주택 '속도 조절'

입력 2021/06/20 18:04
수정 2021/06/23 17:34
서울시, 자치구에 권한 이양
'우회적 사업 중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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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을 두고 자치구 반발이 거세지자 서울시가 결국 초기 업무 권한을 구청으로 넘기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주민 민원에 영향을 크게 받는 자치구가 행정권을 쥔 셈이라 해당 업무가 사실상 멈추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시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 제안서를 자치구에서 사전 검토하는 방향으로 업무 방침을 정했다. 기존에는 시에서 사업계획을 검토한 후 담당 위원회에 상정하는 방식으로 행정 절차를 밟았다. 이번 서울시 결정은 자치구에서 역세권 청년주택을 짓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권한을 넘겨 달라고 한 데 따른 결과다. 앞서 올 초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짓는 경우 주민설명회를 의무화하고 시의원이 참여하도록 해 달라고 건의했다.


역세권 범위 축소와 함께 각 역세권당 청년주택 총량제까지 건의하며 건립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제한된 땅에 주택 공급을 극대화하다 보니 과밀 논란이 많았다. 용산 삼각지역 인근에 들어선 청년주택은 대지면적 8671㎡에 지하 7층~지상 37층 2개동이지만 용적률 962%를 적용받아 1226가구가 머무는 주상복합건물로 들어섰다. 이는 유사한 요건인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1297가구·용적률 919%)가 약 4배 넓은 대지면적(3만3691㎡)에 4개동으로 들어선 것에 견주면 상당히 밀도가 높게 지어졌음을 뜻한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청년주택으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며 창문 자체를 없애 달라고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다. 결국 마포구 한 청년주택에서는 창문 하단부를 열고 닫을 수 없는 밀폐형 창문으로 덧대 사실상 가림막으로 바뀌는 사례까지 나왔다.


남영역 한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자 단체에서는 '청년 아파트 건립으로 조망권·일조권이 떨어져 아파트 가격 하락이 우려된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량은 계획 대비 저조한 상황인데 목표를 채우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 업무보고에 따르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22년까지 8만가구를 짓기로 했으나 올해 3월까지 인허가를 내준 비율은 약 29%(2만3466곳)에 불과하다. 공급 기준을 주택 수요자 관점인 입주로 따질 경우 이 비율은 올해 9%(7170가구)에 그친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경제적 기반이 부족한 청년(만19세 이상~39세 이하)이 직장·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공공임대의 경우 시세 30% 수준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1인 가구 수요가 높다. 올해 상반기 5곳에서 진행한 역세권 청년주택 공공임대 청약 경쟁률은 60대1로 높게 나타났다.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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