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노른자위' 영등포 공공개발 가보니…주민들 반으로 쪼개졌다

입력 2021/10/27 17:43
수정 2021/10/27 21:25
2·4 대책 갈등 영등포 가보니

개발 찬반 놓고 주민들 격돌
곳곳서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

정작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만
상세 개발계획 설명조차 안해
◆ 2·4 공급대책 후보지 지정 ◆

1018621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정부가 발표한 2·4 주택공급대책 후보지역 중 한 곳인 서울 도봉구 도봉로 일대의 전경. [박형기 기자]

"평(3.3㎡)당 3000만원 하는 땅을 많이 받아야 1500만원에 내줘야 하는데 누가 동의할 수 있겠나."(영등포 역세권 주민 A씨)

"민간 개발하면 지금 시작해도 이주, 착공까지 20년 걸린다. 반대를 위한 반대다. 이대로 영원히 살자는 건가."(영등포 역세권 주민 B씨)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1번 출구 인근. 저층 빌라와 노후 단독주택이 빼곡히 들어찬 이곳에는 전운이 감돈다. 동네 골목길 곳곳에는 선거철을 방불케 하는 현수막들이 등장했다. 붉은색과 노란색 글씨로 중무장한 현수막들은 '영등포 재개발 이번에 못하면 기회가 없다' '토지 헐값 수용해 임대주택 양산하는 공공 주도 결사 반대' 등으로 양측 입장을 뽐냈다.


지난 3월 말 정부는 이곳을 역세권 고밀개발사업(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발표했다. 용적률 혜택을 주고 재개발 사업을 일으켜 258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대한 찬성과 반대 측 사무실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불법 현수막 신고에 영등포구청 직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현장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대지 지분이 많은 상가와 단독주택 소유주들은 반대 여론의 주축을 이룬다. 상가 소유주인 주민 A씨는 "대장동 원주민들은 시세가 평당 600만원인 땅을 280만원에 강제 수용당했고, 우리 지역도 공시지가 150% 정도 선에서 강제 수용당할 수 있다"며 "서울시 역세권 활성화 사업 등 민간 주도 개발 방식이라는 대안이 있는데 헐값 보상받고 닭장 아파트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찬성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주민대책협의회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20~30년간 개발이 정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영등포역세권 주민대책 위원장은 "3년 한시로 진행되는 정부 사업인데 이번 기회를 놓치면 노후 빌라와 단독주택에 살고 계신 분들은 추위와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다"며 "이번 사업이 무산되면 지역 주거 환경 개선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수 있냐"고 반문했다.

정부의 깜깜이 사업 추진은 현장 주민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주민대책협의회가 추산한 영등포 역세권의 주민 동의율은 57% 수준인데, 추정 분담금과 분양가, 전용면적별 공급 가구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모른 상태에서 모인 숫자다. 지역 개발에 대한 주민 열의는 높지만 세부 사업 계획에 따라 주민들 입장이 바뀔 여지도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3분의 2 이상 주민 동의를 받은 곳부터 우선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연내 지구 지정을 하게 되는 곳은 최대한의 혜택(민간 재개발 대비 최대 30%포인트 수익률)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후보지에서는 찬성 측이 보낸 외주홍보(OS) 요원들과 사업 반대 주민들의 물리적인 충돌도 발생한다. 일부 주민은 '공공 개발 반대' 스티커를 대문 앞에 부착해 영업을 원천 차단하기도 한다. 지난 16일 도심복합사업 후보지인 인천 동암역 인근에서는 최근 사업 반대 주민들이 사업을 홍보하는 주민들과 언성을 높이다가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