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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욕·日 도쿄는 '도심 개발' 앞서가는데…뒤늦게 뛰어든 서울

입력 2022/04/14 17:11
수정 2022/04/14 23:30
한미일 도심개발 비교해보니

도쿄 용적률·규제 완화로
내년 역세권 최고 63층 착공

'허드슨 야드' 뉴욕 명물 부상
주거 층수 높여 사업성 제고
관광·쇼핑·아트센터 등 유치

세운지구·용산 등 서울 도심
'주거·녹지' 복합개발 성공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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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도쿄에 착공하는 390m 높이의 도쿄 토치 조감도. [사진 제공 = 미쓰비시부동산 홈페이지]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등 대도시들이 낙후된 도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관광객 유치 등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중앙정부도 도심 개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을 '도심을 고층 빌딩과 녹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도심 공동화를 막고 세계적 도시 위상에 걸맞은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내년 도쿄에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착공된다.

미쓰비시그룹이 도쿄 역세권에서 시행하는 '도키와바시 프로젝트'에 따라 2027년 준공되는 '도쿄 토치' 빌딩이 주인공이다.


63층(390m)으로 현재 최고층인 오사카 '아베노 하루카스'(60층·301m)보다 89m 높다. 용적률 1860%를 적용해 지으며 상층부 57~61층에는 호텔, 중층부에는 사무실, 하층부에는 국제회의와 쇼핑 시설이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호텔 로비를 57층에 마련해 도시 전역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미 맞은편에는 지난해 40층(212m) 높이 '도키와바시 타워'가 준공돼 두 빌딩 사이에 도심 휴식 공간인 광장공원이 조성된다.

도쿄 중심부에 최고층 빌딩이 들어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베 신조 정부의 도심 개발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2014년 아베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비즈니스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국가전략특구법'을 만들었다. 특구로 지정되면 노후 주택의 정비사업에 용적률 특례를 부여하고, 주거·상업·공업 등 12종으로 분류된 용도지역의 용도 제한도 완화된다. 또 중앙정부 장관과 지자체장, 민간 기업으로 구성된 '특구 통합본부'를 설치해 부처 칸막이 행정이나 규제에 따른 어려움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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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허드슨 야드의 초고층 주상복합과 벌집 모양 `베슬`. [사진 제공 = 허드슨 야드 홈페이지]

미국 뉴욕 도심에는 사업비 250억달러(약 30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의 민간 개발사업인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허드슨강변의 옛 철도창 용지 11만3000㎡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현재 1단계 사업만 마쳤다. 2단계 사업은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1단계 사업만 마친 상태이지만 벌집처럼 생긴 전망대 베슬(Vessel)과 아트센터 더 셰드(The Shed), 뉴욕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를 갖춘 '30 허드슨 야드'(390m) 빌딩 등은 이미 뉴욕 명물로 떠올랐다.

초대형 프로젝트가 가능한 배경에는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 뉴욕시는 시행사에 60억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입주사에 법인세 감면 혜택을 줬다. 또 지하철역을 신설해 출퇴근 편의성을 높이고 관광객의 이동을 도왔다.

서울 도심 노후지구인 세운지구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도키와바시'와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를 적극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은 "뉴욕은 도시 재정의 어려움을 일찍 경험해 장기적 관점에서 시 부담을 최소화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금 감면 혜택으로 민간 개발 업체의 사업성이 높아져 참여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세운지구 개발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고밀도 복합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밀도 복합개발을 위해 '도심 한복판에 주거시설은 안 된다'는 관념을 깨고 주거시설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피데스개발 대표이사)은 "세운지구가 오랜 기간 개발되지 못한 것은 도심에 주거시설이 들어서면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세계 각국 도시들은 직주근접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심에 주거시설을 공급하는데, 우리나라 도시 정책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다른 국가들은 인구가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심에 주거시설이 부족해 사람들이 외곽으로 밀리면 탄소 배출 문제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고밀도 개발을 통해 도심에 사람들을 모이게 할 때 주거·문화·건강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업계는 지난달 서울시가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세운지구 등 도심 개발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오 시장이 고도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한 것은 결국 도심 개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용도지역체제인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도 결국 도심 고밀도 복합개발을 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서찬동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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