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월세 대란' 초래한 임대차 3법…"근본대책은 보완 아닌 폐지"

입력 2022/05/13 18:41
수정 2022/05/13 23:05
8월 임대차법 개정 2년 앞두고
임차인·시장 혼란 갈수록 커져

3법 시행후 이중가격 등장하고
실거주통보후 매물 내놓는 등
꼼수 판치고 계약 분쟁도 폭증
관리비, 월세 배로 받는 사례도

전셋값 상승에 기름 더 붓고
월세전환 늘어 무주택자 부담
개정은 다른 부작용 양산할 것
◆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새 정부에 바라는 부동산정책 (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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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전셋값 상승에 따라 전월세 시장 불안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 [이충우 기자]

결혼 12년 차 맞벌이 부부로 서울 송파구에서 전용면적 59㎡ 아파트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A씨는 아직도 전셋집(보증금 5억원)을 전전하고 있다. 특히 오는 8월 임대차 계약(계약갱신요구권) 종료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현재 사는 동네의 전용면적 59㎡ 아파트 전셋값이 최소 8억원에서 11억원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A씨가 재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3억원 이상 올려줘야 한다. 만약 올려주지 못하면 전셋집을 비워줘야 한다. 아무리 맞벌이 부부라고 해도 급격히 상승해버린 전셋값을 올려주고 재계약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결국 A씨는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 지역의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했던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공급을 뒤로한 채 규제 정책을 최우선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임차인을 위해 선의로 시행한 임대차 3법은 전월세 시장을 흔들었고 매매가격 상승도 부추겼다. 결과적으로 무주택자인 임차인에게는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이 같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인한 매매가격 상승 문제를 공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정부가 해결할 수 있을지 부동산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시장에 또 다른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보다 법을 폐지하고, 이보다 더 중요한 주택 공급에 집중할 때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실제로 주택 공급이 풍부하면 매매나 전월세 시장 모두 안정된다는 사실은 과거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서울 송파·서초·강남 지역에서 주목받고 있는 리센츠(2008년 7월 입주), 반포자이(2009년 3월 입주), 래미안퍼스티지(2009년 9월 입주) 등은 입주 시점엔 해당 지역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자 미분양이 발생했었다. 그때는 임대차 3법은 물론이고 양도소득세 중과세, 종합부동산세, 대출 규제도 없었다. 주택 수요 대비 공급이 많으면 특별한 규제를 하지 않아도 가격은 안정된다는 점을 알게 해주는 사례다. 따라서 지금은 주택 공급에 집중할 때다. 대규모 주택 공급 없이 임대차 3법과 같은 규제를 통해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임대차 3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또다시 시장 혼란만 초래할 수 있으니 개정이 아닌 폐지를 추진하고 지금은 대규모 주택 공급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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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을 하고 2년을 거주한 후 한 번만 임대차 재계약을 2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게 골자다.


임차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차 보증금 인상을 제한하는 제도로, 직전 임대차 보증금의 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분명 임차인을 위한 법처럼 보인다. 그런데 주택 공급이 부족한 최근 몇 년간 시장은 입법 취지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각종 꼼수가 등장하며 전셋값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이후 임대차 시장에는 이중 가격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면적 84.99㎡의 전세 계약 현황을 보면 지난 1월 8일 9억300만원에 계약됐지만 1월 12일에는 14억원에 계약된 건도 나온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동일 면적의 전셋값이 무려 4억9700만원의 차이를 보인 셈이다. 또 옥수동 래미안리버젠 아파트 전용면적 84.81㎡의 전셋값도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1일 7억43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지만, 올해 2월 8일에는 12억원에 계약됐다.

이중 전셋값 현상은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다. 임차인이 계약갱신권을 사용해 계약을 갱신할 경우에는 직전 보증금에서 5%밖에 인상하지 못한 가격으로 체결되고, 새로운 계약을 맺는 임대인은 한 번 계약하면 4년 동안 5% 이상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최대한 전셋값을 올려 받기 때문이다. 이런 이중 전셋값 현상은 서울 지역은 물론이고 수도권, 지방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전세 물량이 부족한 시장에서 전셋값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임차인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한다고 해서 무조건 갱신되지는 않는다. 임대인(직계존·비속 포함)이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에는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에도 임대인이 꼼수를 부려 임차인들의 분통이 터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필자가 아는 회사원 B씨는 임대차 기간 종료를 앞두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더 계약을 갱신할 생각이었지만 임대인이 본인 아들이 신혼집으로 실거주해야 하므로 집을 비워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B씨는 할 수 없이 다른 동네 아파트 단지에 반전셋집(보증금 6억5000만원·월세 60만원)을 구해 임대차 계약을 마쳤다. 현재 전셋집보다 보증금을 2억원 더 주고 계약한 셈이다. 하지만 임대인의 아들은 파혼해 실거주하지 못할 상황이다. 그래서 임대인이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해야 하니 협조해 달라고 B씨에게 요청했고, 결국 임대인은 보증금을 3억원 더 올려 다른 사람과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마쳤다. B씨는 분통이 터져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생각도 해봤지만, 회사일이 바빠 포기했다.

B씨의 경우는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른 분쟁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올려 받기 위해 실거주하겠다고 통보하고 상당 기간 집을 비워 놓거나, 기존 임차인이 이사 갈 무렵에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꼼수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 관련 분쟁이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9년에는 43건이었으나, 법이 시행된 후 2020년엔 122건, 2021년엔 307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더 심해지고 있다.

또한 보증금이나 월세 대신 관리비를 인상하는 꼼수도 나타나고 있다. 주로 월세 비중이 높은 오피스텔이나 원룸(다세대주택) 등은 임대차 시장에서 관리비 인상률이 높은 편이다. 임대인들은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관리비를 올리고 있다. 심지어는 월세보다 관리비가 2배 이상 비싼 매물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월세상한제 때문에 보증금을 인상하지 못하는 대신 관리비를 인상하는 꼼수를 부리는 매물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 같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관리비 인상 꼼수를 제한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 또한 보이지 않는다.

계도 끝나는 전월세신고제…"과세로 불똥튈라" 시장선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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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의 한 축인 전월세신고제는 시장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2021년 6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등 지역에서 전세금 6000만원,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임대차 계약에 대해선 30일 내에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다만 2022년 5월 31일까지 계도기간이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주택 임대차 계약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이 끝나기 전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위반 시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된다.

국토교통부가 이 같은 전월세신고제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월세신고제 체계 현황을 분석해 이를 주거급여, 대출 및 세제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말이 들린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부가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과세에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간혹 월세를 놓고도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 임대인에게 세금을 매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시장에서는 전월세신고제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어 나비효과를 일으킬 조짐도 보인다. 필자와 최근 상담을 한 직장인 C씨는 올가을 결혼을 계획하고 있어 신혼집 마련에 들어가는 전세보증금 중 일부인 2억원 정도를 부모님에게 도움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전월세 신고를 하면 전세보증금도 증여세 과세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C씨는 결혼을 3~4년 정도 미루고 제도 시행 추이를 지켜보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C씨 사례처럼 전월세신고제 시행은 전세자금 출처의 기초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가뜩이나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고, 비혼주의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전월세신고제가 결혼 시기를 더 늦출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예상치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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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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