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포 재건축 조합원도 30평대 못받는데…임대에 30평 준다니"

입력 2022/07/05 17:10
수정 2022/07/06 08:59
개포동·논현동 등 곳곳서
임대주택 평형 확대 검토
재건축 정비계획 바뀌자
'조합원 역차별' 불만 나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임대주택 혁신 방안이 정비사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가운데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재건축 조합원이 30평형(전용면적 75㎡)대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이 30평형대로 공급되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서울시가 '고품질'을 강조하며 고급화를 요구하는 반면, 조성된 임대주택의 매입 비용은 종전 그대로 유지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공급되는 임대주택에 대한 면적 확대와 평형 조정 계획을 사전 검토했다.


강남구 개포동 A단지는 애초 174가구(전용면적 45㎡ 73가구, 59㎡ 101가구)로 임대주택이 조성될 예정이었는데, 서울시는 전용면적 45㎡ 40가구, 59㎡ 91가구, 74㎡ 23가구, 84㎡ 5가구(건축심의 시 확보)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서울시는 강남구 논현동 B재건축 단지 역시 전용 59㎡ 105가구로 구성된 임대주택을 59㎡ 82가구, 84㎡ 17가구 등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송파구 마천동 C재개발 사업지의 경우 전용 39㎡(31가구), 49㎡(31가구) 물량을 없애고, 74㎡ 16가구, 84㎡ 17가구를 조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부 단지에는 최근 정비계획 변경안이 고시되기도 했다. 개포동 D단지는 2017년 고시된 정비계획 상으로는 전용 44.9㎡ 386가구의 임대주택이 공급될 예정이었는데, 전용 49㎡ 14가구, 59㎡ 182가구, 75㎡ 48가구, 84㎡ 48가구 등 292가구를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30평형 이상 96가구가 임대주택으로 공급되는 셈이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일부 조합원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 단지 조합원은 1960가구인데, 30평형대 이상 가구(임대주택 제외)는 1894가구다. 일반분양 물량으로 일부 물량을 뺐기고 나면, 30평형대 이상을 희망하는 조합원이 있더라도 원하는 면적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단지 한 조합원은 "이대로라면 땅주인인 조합원들은 20평형대로 밀려나는데, 도리어 임대주택 입주민이 30평형대를 받아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며 "2017년부터 정비계획이 수립된 단지인데 전체 조합원의 동의 없이 이 같은 결정이 이뤄진 데 대해 불만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임대주택을 조성하는 관련법 개정은 지난해 4월 이뤄졌다. 당시 정비사업조합이 용적률 인센티브로 기부채납하는 주택은 전용 60㎡ 이하 소형이었는데, 국민주택 규모(전용 85㎡)까지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기존에 수립된 정비계획까지 바꿔 해당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소급 입법'이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서울시의 품질 강화 방안 역시 재건축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울시가 분양주택과 동일한 외관과 자재를 임대주택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서울시가 조성된 주택을 매입할 때는 공공건설임대주택의 표준건설비를 적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임대주택의 면적 확대가 조합원 분양주택의 면적 확대를 가로막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는 증가한 용적률의 50%를 기부채납하고, 서울시는 그 범위 안에서 임대주택의 면적을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조합원들의 권리를 빼앗는 게 아니다"며 "중형 공공임대주택 보급 확대는 집값과 전셋값의 가파른 상승으로 주거 안정을 위협받는 중산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조합에서 실시한 평형 희망 조사가 정비계획안에 반영됐고, 조합원들을 위한 대형 평형(75㎡)도 300세대 이상 종전 대비 늘어나 균형감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서울시의 정책 방향이 바뀌는 만큼 임대 주택에 대한 시장의 인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 변호사는 "중형 평형 확대와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 등의 서울시 임대주택 정책은 재건축 사업장에서 나오는 초과 이익을 어떻게 공익적으로 이용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며 "임대주택은 소형 주택이라는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 변화가 함께 맞물려야 정책이 안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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