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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거지 처지'는 피하자"…내 집 마련자 절반으로 줄었다

입력 2022/08/10 16:06
수정 2022/08/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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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결혼을 앞둔 A씨(30대)는 신혼집을 매매하려던 생각을 접었다. 서울지역 내 아파트를 사들이기 위해 자금을 모으던 중이었으나, 주택가격 하락 속도가 가파르고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에 육박한다. A씨가 연 5.9%에 30년 만기로 6억원을 조달할 경우 월 상환액은 360만원가량이다. 대출 기간을 늘리자니 대출이자가 억대로 불어나게 돼 쉬운 선택이 아니다.

최근 부동산시장을 주도해 온 20·30대가 관망세로 돌아섰다. 전체 주택 매입 비중과 생애 첫 주택 구매 비중이 나란히 반 토막 났다.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하고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자 무리해서 내 집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2014건이다. 이 가운데 30대 이하의 매입 건수가 499건으로 전체 거래 건수의 24.8%에 불과했다. 아파트 매입자의 연령대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2019년 31.8%→2020년 37.3%→2021년 41.7%로 지속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매수세가 꺾였다. 지난 3월(40.7%)까지만 하더라도 40%대를 유지했지만, 5월 30%대에 이어 6월 20%대로 꾸준히 주저앉았다.

20·30대의 생애 첫 내 집 마련 비중도 급감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을 최초로 사들인 매수자는 3428명이다. 이 중 30대 이하는 1743명(54.0%)이다. 지난해 7월(3438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청년층의 패닉바잉이 끊기면서 거래절벽도 심화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월 1087건→2월 815건→3월 1432건→4월 1750건→5월 1743건→6월 1076건으로 한 달도 거르지 않고 2000건을 밑돌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이 급격하게 뛰면서 영혼까지 자금을 끌어 모아 집을 사지 않으면 평생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내몰렸던 청년층이 매수에 나서지 않은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이달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까지로 풀어 주기로 했다. 지역과 가격을 불문하고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 것도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희소식이다. 기존에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LTV 상한이 각각 40%와 50%에 그쳤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는 주택가격이 15억원을 넘는 경우 아예 대출이 금지돼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흐름을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다. 대출총액이 1억원을 초과할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 DSR은 차주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대출금이 없는 차주가 6억원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서 연소득 1억원 이상의 고연봉자여야 가능한 셈이다.

또 생애 최초 LTV 80%는 세대주에게만 적용 가능하지만, 주택 소유 전적은 세대 구성원 모두 없어야 한다. 배우자가 결혼 전 주택을 소유해서도 안 된다. 주택에는 분양권과 재건축·재개발 물건 지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LTV 완화 효과를 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부동산시장에 불확실성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로 무리하게 주택을 매수하는 의사결정은 쉽지 않다"며 "부동산경기 전체가 올라가야 수요자들이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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