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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20% 떨어지면 빚 갚기 어렵다"…금리 0.5% ↑, 적자규모 50만원↑

입력 2022/09/23 09:29
수정 2022/09/23 12:48
영끌 청년 영세 자영업자 대출 부실 빨간불
가구당 이자수지 적자 규모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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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전면 유리벽에 급매물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 = 김호영 기자]

집값이 20% 정도 떨어지면 대출자가 자산을 팔아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국내 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섰던 청년층과 영세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가 누증된 상황에서 가계 자산의 대부분(86%)을 차지하는 실물 자산 가격이 빠르게 조정될 경우 모든 소득 계층에서 자산을 통한 부채 대응 능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이 6월 말 수준에서 20% 떨어지는 것을 가정한 분석 결과,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부채 대비 총자산 배율은 4.5배에서 3.5배로 낮아졌다.


부채 대비 순자산 비율도 3.5배에서 2.7배로 하락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률 20%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오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집값이 20% 조정되면 고위험 가구의 비율도 3.2%포인트에서 4.3%포인트로 증가했다. 고위험 가구의 순부채(부채 상환을 위해 자산 전부를 매각해도 갚지 못하는 부채) 규모도 소득 5분위(상위 20%)에서 2배 가까이(1.9배)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 자산의 86%를 차지하는 실물자산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면 모든 계층에서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는 대응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위험 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또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808%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자(0.762%포인트)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취약차주는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인 동시에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대출자를 뜻한다.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94조2000억원으로 1000조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1.0%포인트 인상되면 청년층 과다차입자(대출금 5억원 이상 보유)의 대출 연체율도 1.423%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 폭(0.352%포인트)의 4배 수준으로, 영끌·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청년층의 연체율이 훨씬 더 가파르게 뛰는 셈이다. 아울러 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가계 이자수지(이자 수입에서 이자 비용을 뺀 것)의 적자 규모는 가구당 50만2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이 기간 영세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3%포인트 이상, 청년층 과다차입자의 연체율은 2.5%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의 부채 축소를 유도하는 동시에 자산 포트폴리오의 실물자산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을 정책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소득계층 간 부채 조달 규모 격차가 부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문제를 고려해 DSR 규제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시스템 불안 정도를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 3월 8.8로 '주의' 단계에 진입한 데 이어 8월에는 17.6까지 올랐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금융 불안이 커졌다는 의미다. 8 이상이면 '주의', 22 이상이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금융불안지수는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2020년 코로나 사태 초기 두 차례 위기 단계에 들어섰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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