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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교 무상교육 교육청이 절반부담…'제2누리과정 사태' 불씨(종합)


입력 2019.04.09 17:19  


전면시행 때 교육청 사업예산 중 5% 안팎 필요할듯…교육부 "추가부담 크지 않아"
교부율 인상은 예산당국 설득 실패…안정적 재원 방안 사실상 차기 정권으로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정부와 여당이 올해 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하면서 필요한 재원을 시·도 교육청과 절반씩 부담하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는 국가가 책임지고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했다기보다는 시·도 교육감의 협조에 기대는 방식이라 교육감들이 이를 거부할 경우 과거 '누리과정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정청은 9일 협의에서 내년부터 2024년까지 고교 무상교육 총 소요액의 약 50%씩을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올해 2학기 시작되는 고등학교 3학년 무상교육 예산은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유은혜 "고교무상교육 재원, 시도교육청도 함께 마련할 것" / 연합뉴스 (Yonhapnews)[https://youtu.be/hFB8IawMsCo]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되는 2021년에는 실제 소요금액의 47.5%를 '증액교부금'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증액교부금이란 부득이한 수요가 있을 경우 국가 예산에서 별도로 교부할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한 종류다. 세수 변동과 관계없이 실제 소요액만큼 예산확보가 가능해 정부 부담분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5%를 제외하면, 남은 47.5%는 교육청에 예산 협조를 구해야 한다.


당정청 방안대로면 2021년에 고교 전 학년 무상교육이 시행되면서 1조9천951억원이 소요되는데, 17개 시·도 교육청이 9천466억원을 부담하게 된다.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이 이미 저소득층 고등학생 지원에 상당한 금액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이 돈을 무상교육에 돌리면 새로 짊어질 부담은 크지 않다고 낙관한다.

시·도 교육청은 이미 저소득층 고등학생 학비 지원 사업 등으로 5천380억원가량을, 국가는 저소득층 고등학생 지원에 약 1천48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그런 만큼 2021년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되면, 교육청은 이미 부담 중인 5천380억원 외에 4천78억원 정도를 더 부담하면 되고 국가가 7천985억원을 더 부담한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추가로 부담하는 금액만 놓고 보면, 국가가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셈"이라면서 "세수가 감소해 지방교부금이 다소 줄더라도 교육청의 총 예산을 고려하면 무상교육 재원은 큰 부담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3학년 무상교육이 시작되는 올해는 재원 조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이 올해 2학기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2천500억원 정도인데 지난해 예상보다 국세가 더 걷히면서 세계잉여금(초과세입과 쓰지 않고 남은 돈을 합한 금액)이 5조2천억원가량 교육청에 추가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이후부터다. 전면 시행되는 2021년에 교육청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4천78억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고등학교가 가장 많은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고교 1∼3학년 무상교육에 기존 지원분을 제외하고 4천866억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기교육청 1년 예산은 올해 기준 15조4천억여원이다. 이 중 절반 정도인 인건비를 제외하면 사업비 예산은 7조4천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경기교육청만 보더라도 고교 무상교육에 한해 사업 예산의 6.5% 가량을 더 쓰는 셈이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이처럼 예산의 5% 안팎을 고교 무상교육에 투입하게 되면 다른 공약 사업은 그만큼 예산이 줄어들어 차질을 빚게 된다.




이미 교육부와 교육청 간 엇박자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17개 중 13개 시·도 교육청의 교육감이 고교 무상교육을 자체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면서 "교육감을 모두 찾아가 협의했고, 대부분 고교 무상교육의 취지에 공감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육청들은 "협조를 약속한 게 아니라, 교육부 설명을 들었을 뿐"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일부 반발 분위기도 감지된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정부 공약으로 무상교육을 시행키로 한 만큼, 도에서 계속 같은 비율로 예산을 부담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현행 방안대로라면 교육감들이 당장은 정부에 협조한다는 입장을 밝히더라도, 매년 예산 상황에 따라 잡음이 일어날 '불씨'가 남는다.




3년 뒤 교육감 선거에서 새 교육감들이 선출됐을 때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물으면 과거 '누리과정 사태' 같은 일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당초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 인상을 추진해왔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인상에 실패하자 임시방편을 내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정청 안대로 시행되더라도 2024년을 기한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2025년부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다음 정권의 과제로 남게 됐다. 안정적 재원 마련 방안을 차기 정권에 떠넘긴 셈이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우선은 기재부와 시·도 교육감 협조로 2024년까지는 증액교부금 형태로 무상교육을 시행하는 안이 설계됐다"면서 "이번 안이 안착한 후에는 교육 여건을 재검토해서 더 안정적인 지방교육 재정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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