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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갈수록 줄어드는 공채…흙수저 취준생 또 한숨

김희래 기자
입력 2019.08.23 17:37   수정 2019.08.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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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채용방식 변화의 명암

수시채용 비중 두배 확대
취준생들 불안감 커져
"경력자 유리·투명성 의문"
조국 딸 사례 보며 더 좌절

"공채 축소는 시대적 흐름
공정성 강화 필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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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대기업 채용에서 공개 채용(공채) 비율이 줄고 수시 채용 비율이 대폭 늘어나면서 비좁아진 취업문을 바라보는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감도 더 커지고 있다. 수시 채용 특성상 공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낮다는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금수저 입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돈 없고 '빽' 없는 취준생들의 좌절감도 더해지고 있다.

23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699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2019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186곳의 채용 방식은 공채 비중이 56.4%로 지난해 하반기 공채 비율(67.6%) 대비 11.2%포인트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같은 조사에서 공채 비율이 59.5%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공채 축소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대기업의 수시 채용 비율은 지난해 하반기 11.8%에서 올해 하반기 24.5%로 비중으로만 보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하반기 채용 예정 기업의 채용 방식은 공채가 49.6%, 수시 채용이 30.7%, 인턴 후 직원 전환이 19.6%였다.

취업문도 좁아지고 있다. 신입사원을 뽑기로 결정한 상장사는 전체의 66.8%에 그쳤다. 조사 대상(699개 상장사) 중 채용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곳은 전체의 22.0%였고, 대졸 신입을 뽑지 않겠다고 밝힌 곳은 11.2%로 나타났다.

수시 채용은 기업의 부서별로 인력 수요가 생겼을 때 채용 공고를 내고 인원을 충원하는 방식이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등이 공채를 없애고 올해부터 수시 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밝혔다. 다만 취준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2~3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KEB하나은행도 올해 하반기 수시 채용 제도를 도입하고 내년엔 그 비중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취업시장에 수시 채용 바람이 불자 학부 과정을 갓 마친 취준생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수시 채용은 공채에 비해 채용 규모가 현저히 작을 뿐만 아니라 신입보다는 경력직이 더 선호되고, 채용 과정의 투명성도 낮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수시 채용의 경우 채용 기록을 그룹 차원에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사권자가 특정 지원자를 추천받기 용이한 구조이고, 더 나아가 내정자가 정해진 상태에서 채용 공고를 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안 그래도 높은 취업 문턱이 깜깜이 채용 절차로 인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좌절감이 깊어지고 있다. 대학 학부 과정을 수료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황아름 씨(26)는 "세상이 점점 '그들만의 리그'가 돼 가는 것 같다"며 "특별히 집안 배경이 좋은 것도 아니고, 수시 채용의 높은 경쟁률을 내 스펙으로 뚫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준생 한 모씨는 "전체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데 채용 방식은 점점 소수 금수저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뀌는 것 같다"며 "요즘 (조 후보자 딸 관련) 뉴스를 보면 그동안 내가 뭐 때문에 열심히 살았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전했다.

수시 채용에서 학부를 갓 졸업한 지원자보다 직장생활 경력이 있는 '중고 신입'이 유리하다는 점도 취준생들을 울상 짓게 하는 요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한 직무역량을 갖춘 사람을 뽑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아무런 경험이 없는 신입사원을 굳이 뽑을 이유가 없다. 무경력 취준생들의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청년실업은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실업률은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인 9.8%를 기록했다. 고용 보조지표에 따른 체감실업률은 23.8%로 나타났다. 청년 4명 중 1명은 백수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채용 방식 변화를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공채 제도는 한국 산업이 성장기에 있을 때 시행된 것"이라며 "최근 한국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채용 방식도 효율적인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서구 선진국의 고용시장을 보면 먼저 중견·중소기업에 취업해 자신만의 직무역량을 쌓은 후 원하는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패턴이 보편화돼 있다"며 "한국 고용시장도 이처럼 변해 갈 것이기 때문에 취준생들도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시 채용 확대에 따른 채용 특혜 우려를 불식할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수시 채용에 있어서도 공채에 준하는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기업별로 이를 고려해 정밀한 채용 시스템을 설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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