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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67년 약국서 출발…매출1조 한미약품 키워내

서진우 기자
입력 2020.08.02 18:07   수정 2020.08.0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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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기록 / '제약거인' 임성기 회장 80세로 별세

73년 한미약품사 창업
연매출 20% R&D에 통큰 투자

2000년 '먹는 항암제' 美수출
국내 복제약 한계 뛰어넘어
글로벌 신약 개발 온 힘 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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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숙환으로 별세한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임성기 회장. 한국 제약업계를 이끌어온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임성기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임 회장은 1940년 3월 경기도 김포시 출생으로 중앙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뒤 1967년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약국'을 열었다. 이후 베트남 참전 용사들을 중심으로 약국 영업이 호황을 보이자 여기서 들어온 자금을 바탕으로 1973년 한미약품사를 창업하고 자회사로 한미정밀화학을 세워 제약산업에 뛰어들게 된다.

이후 임 회장은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기업을 이끌며 일생을 헌신해 왔다. 한미약품을 오늘날 매출 1조원 넘는 회사로 키워낸 것도 임 회장의 뚝심이 이뤄낸 성과다.

특히 그는 외국 약품만 들여와 파는 기존 다수 제약사와 달리 직접 신약을 개발하고 각종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외국에 기술 수출함으로써 신약 개발 역량을 높이는 데 관심이 많았다.


제약사가 추구해야 할 본연의 가치도 바로 그 점에 있다고 보고 매년 매출 중 20% 가까이를 R&D에 과감히 투자했다. 그는 다른 기업과 차별화할 점은 R&D밖에 없다며 혁신적인 투자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한미약품을 국내 최고 신약 개발 제약사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한미약품도 설립 초반에는 특허 만료된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위주로 판매하며 성장 기반을 다지기는 했다. 1989년 다국적 제약사 로슈에 항생제를 판매하며 국내 최초 기술 수출에 성공하긴 했지만 1990년대에는 복제약 중심으로 착실한 실탄 확보에 주력했다.

2000년에 항암제인 '파클리탁셀'을 입으로 먹는 형태로 개발한 것이 특허를 획득하게 되고 미국 측 시판 허가를 통과하면서 수출길이 열려 그때부터 기업은 탄탄한 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임 회장은 단기적으로는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이후 시야를 좀 더 길게 보며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그 결과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개량신약인 '아모잘탄'과 '아모디핀' 등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2013년에는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을 통해 국내 개량신약 최초로 미국 내 시판 허가를 얻기에 이른다.

2010년 임 회장은 지주회사 체제를 선언하고 한미약품이 한미사이언스에서 분리된 이후 제약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다. 2015년 11월에는 총 계약 규모 5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신약 기술 수출 잭팟을 터뜨리며 한국 제약·바이오업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조 단위 기술 수출을 통해 국내 제약산업의 세계적 위상을 드높이는 데 일조했고 계약금 수익과 기술 개발 단계에 따라 받는 기술료(마일스톤) 등 한국 제약업계도 새로운 대형 수익 창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업계에 불어넣었다.

물론 이후 기술 수출 계약이 어그러져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2015년부터 성사시킨 기술 수출 계약 대다수가 해지됐고 이는 한미약품 위상에도 적잖은 타격을 안겼다. 특히 그는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이전한 폐암 신약 '올무티닙' 개발이 좌절됐을 땐 임직원을 직접 독려해 가며 R&D에 매진해 달라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 씨와 아들 종윤·종훈 씨, 딸 주현 씨가 있다. 장남인 임종윤 씨는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지난해부터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고인은 한미약품그룹 오너로서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이기도 했다.

고인 장례는 고인과 유족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른다. 발인은 오는 6일 오전이다. 유족 측은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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