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보이스
사회

공공 노인일자리 77%가 폐지 줍고 잡초뽑기

서대현 , 우성덕 , 이상헌 기자
입력 2020.08.06 17:21   수정 2020.08.06 19:37
  • 공유
  • 글자크기
정부 노인일자리 단순노동·저임금 '땜질식' 지적

상반기 69만개…작년치 상회
코로나19·경기침체 대응 명목
일자리 증가 숫자에만 급급해
장기 근무 '시장형' 확대 필요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말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 노인일자리에 참가한 강원도 한 지자체 노인들이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이상헌 기자] 이달 초 경북 의성군 한 마을. 오전 8시께 마을 정자 앞에 노인 10여 명이 모였다. 같은 색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왼손에는 비닐 포대를, 오른손에는 쓰레기 집게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보행 보조기를 끌고 오거나, 허리를 굽힌 채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눈에 띄었다. '공공 노인일자리' 참가자들이었다.

한 할머니는 "걷는 것도 힘들지만 용돈 벌이 삼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전 8시 20분 쓰레기를 주우러 간다며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 할머니들은 다른 할머니 틈에 끼여 걸어다니기만 했다. 이들은 20분 정도 도로에 떨어진 쓰레기와 담배꽁초 등을 줍고 얼마 안 돼 출발했던 정자로 모였다. 한 할머니는 "오늘 일은 끝났다"며 "이렇게 모여서 이야기나 하고 화투 치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낮 12시쯤 집에 간다"고 말했다.


작업은 20여 분 만에 끝났으나 관리 감독을 하는 사람은 현장에 없었다. 한 할아버지는 "이렇게 일하고 27만원 정도 받는데 사실 우리 자식들이 낸 세금 아니냐. 솔직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주민은 "일한다고 출근해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기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공 노인일자리는 이미 상반기에 지난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근로 기간과 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적게 주면서 늘린 단순 일자리가 대부분으로 '땜질 일자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보건복지부가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공공 노인일자리는 69만734개로 지난해 68만4177개를 넘어섰다. 2017년 49만6000개와 비교하면 3년간 무려 20만개가량 늘어났다. 관련 사업 예산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4436억원에서 해마다 증가해 올해는 1조2000억원으로 3년 새 2.7배 늘었다.


공공 노인일자리는 쓰레기 줍기와 잡초 뽑기 등 단순노동인 '공공형'이 전체 중 77.5%를 차지한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장기 근무가 가능하고 처우가 좋은 '시장형'이 늘어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공형은 지난해 6월 45만개에서 올해 53만개로 1년 새 8만개 늘어났다. 반면 시장형은 이 기간 3만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쉽게 만들 수 있는 공공형 일자리 확대에 나섰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일자리가 얼마만큼의 사회적 이득을 창출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며 "형식적인 공공근로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를 늘려야 하고, 지역 수요에 맞는 일자리를 발굴해야 사회적인 비용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임금 노인 일자리 비중도 커졌다. 시장형 일자리 참여자 중 급여 19만원 이하를 받는 사람은 지난해 12월 6539명이었으나 올해 6월 1만3553명으로 2배 정도 증가했다.


부산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시장형 일자리 참여자는 "월급이 30만원이 안 된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은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시장형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지속가능한 노인 일자리 사업을 발굴·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대현 기자 / 우성덕 기자 / 이상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