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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판 셜록 나올까? 합법적 탐정활동 동행취재기

이윤식 , 이진한 기자
입력 2020.08.08 07:03   수정 2020.08.0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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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부터 민간조사원 '탐정' 명칭 사용 합법화
은닉재산 찾아 경기도 모텔부터 충남 골프장 종횡무진
법원답변서에서 단서 찾고 현장탐문…차량=사무실
은퇴 앞둔 경찰 관심↑…"자격증 보유 40% 경찰 출신"
수사·재판 중인 사안 증거수집 위법소지 높고
CCTV 등 증거수집에 제한 많아 활동 한계
경찰청 "공인탐정제도 도입 하겠다"
지난 6일 경기도 화성의 한 모텔 인근. 전직 중소기업 대표 A씨의 은닉 재산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장재웅 웅장컨설팅 대표탐정은 본격 탐문에 앞서 '수사 계획'을 점검했다. 장 대표는 A씨가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를 읽으며 그를 뒤쫓을 단서를 찾았다. 모텔 탐문이 끝나고 바로 수도권 소재 A씨 부인 명의의 아파트와 A씨가 자주 간다는 충남의 한 골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장 대표는 뒷좌석에서 양복 자켓을 꺼내 입고 해당 모텔의 특정 호수에 사람이 살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는 "문제 인물이 재산을 다 날려 이 모텔에 장기투숙하고 있다고 법원에 신고해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 중 "이라며 "아직까지 탐정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 탐정인 걸 밝히지는 않고 그가 살고 있다는 방에 장기투숙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방식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모텔 탐문을 마치고 돌아온 장 대표는 곧바로 차량에서 수사 상황을 간락하게나마 정리했다. 그런 장 대표에게 그의 차량은 작은 사무실이나 마찬가지였다. 좌석 한 켠에는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사건 관련 파일이 정돈돼 있었고, 다른 쪽에는 생수와 옷가지 등 며칠 째 이어지는 작업에 필요한 생필품이 놓여 있었다. 그는 실제 서울 교대역 인근에 있는 사무실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고 말했다

개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이 지난 5일부터 시행되면서 장 대표와 같은 '탐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간조사원이 탐정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대외적 인식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데다 가출한 아동·청소년 및 실종자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도 합법화됐기 때문이다.

민간조사 시장은 아직 이혼 등 가정사 중심이지만 기업범죄 관련 비중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전국 5000명의 민간조사원(탐정)이 활동하고 있는 대한민간조사협회의 하금석 회장은 "이혼소송 증거수집 등 가정 문제가 제일 많다.


또 사람을 찾거나 기업의 피해사실 조사 의뢰가 많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개업 초반 2년 동안은 '사람을 찾아달라' '배우자의 외도 증거를 확보해달라'는 식의 사생활 관련 문의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기업발 의뢰가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신규 임원의 평판이나 비위를 확인하는 '기업 윤리실 서비스'는 물론 산업스파이 색출 의뢰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탐정의 수입은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보통은 하루 20만~30만원 수준이고, 여기에 수 백만원에서 최대 수 천만원 성공보수가 더해진다. 하금석 회장은 "탐정 개인 수입은 철저히 능력대로 간다. 수입이 하나도 없을 수도 있고 천 만원대 수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뢰자 입장에서 지불해야 하는 의뢰비는 하루 50만~80만원 가량이다. 통상 민간조사원은 2인1조로 운영되는데 이들 인건비에 차량유지비가 포함된 액수다.


최근 기업 피해사건을 접수한 한 탐정 업체는 의뢰비만 수 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은퇴 후를 생각하는 경찰 등 수사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탐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한민간조사협회의 경우 회원 40% 가량(5000여명 중 2000여명)이 경찰 출신이다. 지난해에는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40여명이 단체로 이 협회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하 회장은 "경찰들 중 은퇴후를 위해 재직중 이 자격증을 미리 취득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협회는 경찰 출신에게 자격증 1차 필기시험을 면제해 준다.

민간조사원들은 앞으로 공권력의 공백 지역에서 탐정들의 역량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 대표는 "실종가족 찾기처럼 피해당사자는 하루하루가 고통이지만 인력 부족 등 공권력의 한계로 빠르게 해결할 수 없는 사건에서 탐정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었던 올해 초 호남 지역에서 미성년 자녀의 가출 사건을 의뢰 받아 착수한 지 한 달여 만에 부산 지역 종교단체에서 찾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직전에는 중국 회사에 핵심정보를 넘겨 수백억원 대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되는 전직 임원에 대해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탐정'이라는 명칭만 허용됐을 뿐 현행법상 아직 활동에는 제한이 많다. '탐정' 명칭을 상호·직함으로 사용하는 영리활동이 가능해졌고 가출한 아동·청소년 및 실종자 소재를 파악하는 활동도 합법화됐다. 그러나 경찰청에 따르면 탐정이 수사·재판 중인 사건에 관한 증거를 수집할 경우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 도피한 불법행위자 또는 가출한 성인의 소재를 확인하는 활동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국가 수사기관이 아니다보니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 등 증거수집에도 여전히 제한이 많다.

한편 사생활침해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교육을 하지만 협회가 일일이 다 감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음성적인 사실조사 활동에 따른 폐해를 없애기 위해 '공인탐정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탐정 자격증으로 알려진 민간조사원 자격은 모두 '등록 민간자격증'일 뿐이다.

경찰청은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논의와 정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조속히 시일 내에 공인탐정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윤식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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