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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한금투 '연봉킹' 前임원 판결로 돌아본 '라임 사태' 전말

김유신 기자
입력 2020.09.26 07:01   수정 2020.09.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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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4000만원.

신한금융투자 PBS본부를 이끌던 임 모 전 본부장이 지난해 받은 연봉의 총액이다. 그는 신한금융투자에서 지난해 가장 고액의 연봉을 받은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1조원 이상 투자자 손실을 낸 '라임 사태'에 연루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5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어쩌다 이런 대형 금융범죄에 연루된걸까.


세 가지 혐의


임 전 본부장이 받은 혐의는 총 세 가지다.


우선 그는 신한금융투자 자금 50억원을 디스플레이 부품 제조회사 리드에 투자하는 대가로 이곳 경영진으로부터 자신이 지분을 소유한 회사에 1억6500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를 받는다. 임 전 본부장은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42·수감중)과 공모해 손실이 발생한 펀드에 신규 가입자의 펀드 자금을 넣어 '돌려막기'할 계획을 갖고도 이를 숨긴채 480억 상당의 펀드를 판매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도 받는다. 그는 펀드 가입자들의 자금이 손실이 발생한 펀드에 투자된다는 점을 펀드 제안서에 기재하지 않고 펀드를 판매(자본시장법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라임 수사 시초 '리드'


디스플레이 부품 제조업체 '리드'는 '라임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계기가 된 기업이다. 라임자산운용은 2017년께 리드 전환사채(CB) 매수를 시작으로 지분을 늘려가 한때 리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박 모 전 리드 부회장 등 이 회사 전·현직 경영진은 회삿돈 800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져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8년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심 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 팀장 등은 박 전 부회장으로부터 투자를 대가로 명품 시계와 가방 등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로 지난해 11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직전 도주했다가 약 5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두 사람은 서울 모처에서 '라임전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중)과 같이 은신하고 있다가 경찰에 꼬리가 밟혔다.

리드 횡령 사건 공판 내용에 따르면 박 전 부회장은 리드와 관련해 경영권 분쟁을 빚던 중 2016년께 금융사들에 투자를 물색하러 다녔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러던 중 신한금융투자 PBS 본부에서 근무하던 심 모 전 팀장과 이 전 부사장 등을 소개받고 자금난을 해소하게 된다. 박 전 부회장에게 이 전 부사장 등 금융권 인사들과 다리를 놔준 인물이 바로 김정수 리드 회장(55·수감중)이었다고 한다.


박 전 부회장은 피고인 신문에서 "김정수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었는데 금융기관 사람들을 소개시켜주고 자금을 유치해오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리드의 회삿돈 440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는다. 그는 지난해 10월 라임 수사가 시작되자 도주한 뒤 8개월 간 도피생활을 하다 지난 7월 9일 구속수감됐다.


투자 대가 받으며 범죄 늪 빠져


당시 리드에 대한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의 투자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부회장은 "당시 자체 지분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해소되지 않아 다른 기관들은 투자를 꺼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게 마련된 '이례적' 투자에는 대가가 따랐다. 김정수 회장은 투자가 성사된 직후인 2017년 3월께 박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사장, 심 모 전 팀장의 저녁자리를 여의도 모처에서 주선한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부회장은 이들에게 각각 샤넬백과 IWC 시계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리드 명의로 리스한 벤츠 차량도 이들에게 제공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임 전 본부장은 심 전 팀장과의 인연이 족쇄가 됐다. 그는 2016년께 심 전 팀장 등 금융권 인사 5명과 벤처투자를 목적으로 한 법인을 만들었다. 신한금융투자가 리드에 자금을 투자한 뒤 이 법인에는 1억6500만원의 돈이 입금됐다고 한다. 이례적 투자에 대한 대가였던 셈이다.

임 전 본부장과 함께 법인을 세웠던 금융권 인사 조 모씨는 김정수 회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리드에서 입금된 1억6500만원은 여의도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개설하는데 사용됐다"고 말했다.

금융권 인사들이 얽히고설킨 라임 사태와 관련해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임 전 본부장에 대한 1심 판결만 나왔을 뿐 라임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인물만 수십명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25일 "피고인은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공정성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임 전 본부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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