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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직의 神'이 후배·수험생에 말한다 "공직은 명예 위한 자리…당당하라"

권한울 기자
입력 2020.10.18 17:29   수정 2020.10.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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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익 전남대학교 석좌교수
45년 경험담은 '공직의 문' 출간


산자부 차관, 코트라·한전 사장등
공직 각분야 두루 섭렵한 '전설'
"늦게 출발해도 괜찮아, 균형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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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조환익 전남대학교 석좌교수(전 한국전력공사 사장)가 자신이 쓴 책 `공직의 문`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권한울 기자] "손녀가 할아버지의 장점이 뭐냐고 묻자 제 아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세상을 크고 넓게 보는 것이라고요. 남들보다 넓은 시야를 가졌다는 그 당당함이 제 45년간의 공직 생활을 이끈 힘이 됐죠."

최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조환익 전남대학교 석좌교수(전 한국전력공사 사장·70)는 공직 생활의 장점이자 자신의 장점을 이같이 설명했다. 정부 조직에서 일하다 보니 같은 사건도 더 크고 넓게 보는데 그 자부심이 그를 지탱해줬다는 것이다.


14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자원부 차관,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을 역임한 그는 최근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 '공직의 문'을 출간했다.

"이 책을 쓰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썼어요. 한 번도 선출직 공직자가 된 적이 없으면서 45년을 공직에서 일했고 국가 공무원, 공공기관, 공기업 등 3개 부문을 다 거친 사람인 제가 공직에 대한 편견이나 일반화와 관련해 얘기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거든요. 공직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에 대한 길잡이 역할도 하고요." 조 교수는 책을 쓴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저자는 예리한 상황 판단과 탁월한 필치, 진취적 비전 제시로 공공부문에서 명성을 날린 분"이라며 "공공부문 지원자와 입사 후 적응 중인 미생들에게 꿀팁을 제공해준다"고 추천의 글을 썼다.

공직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 교수는 "이익이 있는 곳에 백성이 모여들고 명예가 있는 곳에 선비들이 목숨을 건다는 한비자의 말처럼 공직은 기본적으로 명예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공직관이 있기 마련인데 그는 '균형과 조화'를 실천하려 애썼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극심한 이념 대립을 하고 있고 에너지 불균형 문제 등도 있지만 정부와 시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며 "양쪽의 최접점에서 조율하되 균형의 비용을 치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공직에 몸담으며 아쉬운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삼성동 한전 용지 이야기를 꺼냈다.


"삼성동 한전 용지를 10조5000억원에 팔았어요. 5조원도 못 받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죠. 민간기업이면 인센티브를 얼마나 줬을까요. 대기업에서 퇴직하면 3년은 예우해주지만 이곳은 퇴직하고 나면 3년간 취업 제한을 받아요. 공기업에 있을 때 사람들이 색안경 쓰고 볼까봐 아내는 해외도 못 나갔고요. 그걸 상쇄하고도 남는 것은 남들보다 큰일을 한다는 당당함과 자부심이었어요."

가장 보람된 일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으로 일하며 '바이 코리아'를 기획한 것을 꼽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세계적으로 경제가 위축됐어요. 전 세계 바이어를 한국에 불러 물건을 팔아보자는 생각에 서울 강남 코엑스에 부스를 마련했죠. 1000개 부스 중 200개만 채워도 성공이라고 했는데 1000개 부스를 꽉 채우고 옥외 부스까지 만들었죠. 경기 침체로 바이어들이 만나 물건을 사고팔 만한 시장이 없다 보니 전 세계 바이어들이 몰렸어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얻었어요."

공직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두드리면 열립니다. 출발이 늦었다고 늦게 들어왔다고 조바심 낼 필요도 없습니다. 제 동기 중 가장 고령인 친구가 경찰청장이 됐거든요. 들어와서는 신념을 가지고 일하세요. 또 하나 앞으로 인공지능(AI) 면접이 보편화될 텐데 앞뒤가 다른 말은 삼가고 시중에 나와 있는 자기소개서를 베끼지 마세요. AI가 기가 막히게 잡아내니까요."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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