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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봉사엔 정년이 없어요"…월드비전서 15년간 편지 번역

입력 2020.10.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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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창립 70주년 행사서 표창받는 75세 김영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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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번역 봉사하는 김영자씨

"봉사는 중독이에요. 회사와 달리 정년도 없고요."

60세가 되던 2005년, 40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김영자(75)씨는 다짐했다. '맑은 정신으로 살 수 있는 나이까지, 일 년에 하나씩이라도 남을 위한 일을 하자.'

이후 김씨는 15년간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번역 봉사를 해 왔다. 국내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은 세계 각국 아이들이 보내온 편지를 번역해 후원자들에게 발송하는 일이다.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리는 월드비전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서울시의회 의장상을 받는다.

김씨는 "하루하루 즐겁게 번역을 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지났다"며 "첫 편지를 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오래 봉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40년간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며 채용 등 인사 관련 업무를 맡았다. 오랫동안 미군들과 일을 하다 보니 영어 실력도 자연스레 늘었다.

퇴직 시기가 다가오자 김씨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업무를 사랑했고 보람을 느끼며 일을 했기에 허전함이 더 컸다는 것이다.

"퇴사하고 나니 일상에서 영어 쓸 일이 없잖아요. 이걸 묵히기도 아깝고. 그러다가 선배 중 한 분이 번역 봉사를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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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씨

김씨는 월드비전을 통해 번역 봉사를 하면서 동남아시아부터 아프리카, 남미, 유럽 등 다양한 나라에서 보내온 편지를 받아 우리말로 번역해 국내 후원자들에게 보내줬다.

아이들이 열심히 적은 글자 하나하나를 옮기며 세상과 간접적으로 만나다 보니 퇴사 후 허전했던 마음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김씨는 편지 속에서 우리나라의 옛 모습을 봤다. 한국전쟁을 겪은 그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사연을 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우리는 더 처절했어요. 너무 춥고 배고팠죠. 그렇게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이렇게 빠르게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는 게 감격스러워요. 이런 뜻깊은 일에 보탬이 될 수 있어 감사해요."

특히 그는 태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아이들의 편지를 번역하면서 놀라움을 느낀다고 했다.

"먹고 살기도 힘든 형편인데, 아이들이 정말 똑똑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요. 이런 아이들이 후원을 받고 잘 성장한다면 더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씨는 자신이 어느샌가 '봉사 중독'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아이들의 편지를 번역하는 일을 계속하는 게 소망이라고 했다.

"봉사의 진짜 좋은 점은 회사와 달리 정년이 없다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번역을 하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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