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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단독] 서울교통公 '근무지 무단이탈' 64명 승진 논란

최현재 기자
입력 2020.10.21 17:46   수정 2020.10.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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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거부 철회후 미복귀인원
징계 수위 결정전 승진 인사
使 "발령 못할 징계수준아냐"

사내 제2노조 인사 불만 폭발
"제1노조 의식한 봐주기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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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업무 거부 철회 결정을 내린 이후 근무지를 무단이탈하거나 업무에 늦게 복귀해 공사 감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던 승무원들이 최근 승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에 따른 징계 수위가 공식 결정되지 않았지만 '승진 요건'을 충족했다는 이유다. 이를 두고 공사 내부에서는 사측이 사내 제1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조를 의식한 '봐주기 조치'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1월 승무원 평균 운행시간 연장에 반발해 파업을 예고한 뒤 철회한 이후 업무에 늦게 복귀하거나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 승무조합원 64명을 지난 8월 말 승진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이들은 서울교통공사 승무본부의 조사 요청에 따라 지난 2월부터 공사 감사실 조사 대상자로 분류된 사람들이다.


공사는 전체 조사 대상자 488명에 대한 최종적인 징계 수위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이들 중 64명을 먼저 승진시켰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8월 말 승진된 64명은 무단이탈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승진을 위한 요건을 충족한 사람들"이라며 "감사실이 이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조사한 결과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을 만한 이로 분류되지 않아 승진 발령을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사 내부에서는 지난 8월 12일 공사와 서울교통공사노조 간에 체결된 '노사 특별합의서'가 사실상 징계를 무마하는 데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매일경제가 확보한 합의서 문건에 따르면 "노사는 승무 분야 노사 현안에 대한 신뢰 회복 조치를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1~4호선에서 운영하던 승무원 대기조를 없애고 근무에 투입하도록 하는 내용도 합의 사항에 포함됐다.

1~4호선의 승무원 대기조 운영을 없애 투입 인원을 늘림으로써 승무 분야에서 발생하는 초과근무수당을 줄이는 것은 공사의 숙원 중 하나였다.


공사 측이 노조 측 협조를 얻은 대가로 조사 대상자였던 승무원들에 대한 승진 발령을 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노사가 맺은 특별합의서에 따르면 '대기승무원 근무형태 변경'을 지난 8월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올해 9월 말 이를 전면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공사는 8월 19일 신답승무사업소, 25일에는 신정승무사업소 내 대기승무원을 근무조에 모두 투입했다. 직후인 같은 달 28일 공사는 64명에 대한 승진 발령을 냈다. 노조 측이 근무형태 변경에 협조하자 공사가 사실상 징계를 무마해준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서울교통공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8월 1일자 전체 승진 인사에서는 빠졌던 승무원들이 노사 합의 이후 대규모로 승진한 것이 징계 무마 아니면 무엇이냐"며 "사측이 노조 편을 든 게 아니라면 이런 승진 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공사 관계자는 "8월 1일자 전체 승진 인사에도 감사실 조사를 받은 승무원 4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 역시 징계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아 승진한 것"이라며 "사측과 노조가 징계 문제를 놓고 뒷거래를 했다는 식의 의혹 제기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사가 제1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제2노조·한국노총 소속)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부터 서울시가 조사 중인 2노조 조합원에 대한 1노조 조합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측이 대놓고 1노조 편을 들었다는 주장이다.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관계자는 "명확한 징계 사유가 있는 1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를 사실상 무마하는 인사를 낸 사측이 직장 내 괴롭힘 이슈를 제대로 다룰지 걱정"이라며 "서울시 조사 결과가 나와도 공사가 1노조의 눈치를 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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