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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알바' 전전 항공승무원…"기한없는 휴직에 이젠 버틸힘 없다"

차창희 기자
입력 2020.11.27 17:43   수정 2020.11.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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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우울증 겪는 승무원들

코로나 확산에 비행기 못뜨니
항공업 관련직원 줄줄이 휴직
고용지원금 끊겨 벼랑끝 상황
저비용항공사, 무급휴직 전환

집에 있거나 알바뛰며 버티기
미래위해 이직준비하는 직원도
◆ 코로나 불황에 무너진 중산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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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500명대를 웃돌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서민들의 스트레스(코로나 블루)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확진에 대한 우려와 거리 두기에 대한 피로감이 겹쳐 서민 경제생활은 더욱 팍팍해진 상황이다. 27일 서울 강서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고 있는 보건소 직원의 늘어진 그림자는 사회에 짙게 드리운 코로나 블루를 보는 듯하다. [김호영 기자] #중동 소재 항공사에 재직하던 이 모씨(32)는 올해 2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자 회사에서 휴직 통보를 받았다. 급히 한국으로 귀국해 자택에서 코로나19 감염세가 잦아지길 바랐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휴직 기간은 6개월로 늘어났다. 설상가상 휴직 기간에 기본급의 일부를 급여로 보장하던 회사는 아예 무급휴직으로 전환시켰다. 결국 이씨는 지난 10월 퇴사한 뒤 새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이씨는 "장기간 일을 못하고 집에 머물다 보니 고용 안정성, 경제적 여건 등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며 "아예 다른 직종으로 알아보려고 하니 너무 막막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으로 일자리를 잃은 이스타항공 구성원 1200여 명 역시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직장을 잃은 이들은 실업급여를 받고 있지만 액수가 미미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노조위원장은 "직원 단체 대화방을 보면 우울증을 호소하거나 죽고싶다고 외치는 분들이 너무 많다"며 "생활 측면에선 다들 현재 파산 직전이라며 울부짖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이후 항공사들이 영업에 타격을 입으면서 무한 휴직기에 들어간 승무원들이 지쳐 가고 있다.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은 주요 항공사들이 직원 휴직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경제난에 빠지거나 피로감·우울증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길어진 휴직 기간에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강서경찰서는 강서구 소재의 한 주택에서 국내 한 항공사 승무원 A씨(27)가 숨진 것을 발견했다. A씨의 가족이 "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집 안에서 쓰러져 있던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올해 초 코로나19로 국내 항공사들이 큰 영업 타격을 입자 강제 휴직기에 들어갔고, 이후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에 따르면 A씨의 아버지가 몇 년 전에 사망한 뒤 A씨는 어머니와 남동생의 생활을 책임졌다고 한다. 현장에 A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내 장기는 기증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가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는 회사에 지원 중이던 고용유지지원금(월 최대 198만원) 만료 기간이 도래해 항공사별 무급휴직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한은 연 최대 240일로, 이 기간이 지나면 무급휴직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형 항공사보다 먼저 휴직을 사용한 저비용항공사(LCC)는 올해 말까지 무급휴직을 시행할 방침이다. 최근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본격 거론되면서 고용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한 승무원은 "최근 결혼해 집을 구입하면서 금전 부담이 큰데 유급휴직을 하게 돼 월급이 기본급의 70% 정도로 줄었다"며 "주변에선 줄어든 돈을 보충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예 퇴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평소 고객 응대 서비스를 하는 승무원들은 이 같은 이례적인 상황에 더욱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정 노동'으로 자신도 모르게 축적된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코로나19 상황에 폭발되면서 무기력증, 우울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승무원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시국 초기엔 비행기 내 감염자 접촉 우려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휴직 기간을 이용해 이직 준비를 하는 승무원도 일부 있다. 한 LCC에 근무하는 승무원은 "승무원이 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불안한 환경 속에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무원 준비생들도 착잡한 마음이다. 항공사 채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취업 기회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승무원 취업 관련 커뮤니티엔 "언제 채용할지 모르겠다" "이제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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